올 여름, 매미 1000조 마리가 창궐한다면?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5.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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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주기매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날씨가 점점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 5월 20일이 초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소만'이기도 했고 말이죠. 기온도 점점 오르고 있습니다. 낮 최고 기온이 어느새 29도를 찍었더라고요. 이제 점점 매미소리도 들려오겠죠.

미국에서는 이 매미 가지고 난리입니다. 올여름에 미국에 출현할 매미가 최대 1,000조 마리로 예상되고 있거든요. 미국에선 이렇게나 많은 매미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어요. 어떤 셰프는 매미를 활용한 매미김치를 제안할 정도죠. 미국에 매미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또 다른 곤충인 동양하루살이가 도심에 출몰해서 난리입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미국의 주기매미와 동양하루살이, 이 두 친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21년 만의 대발생을 맞이한 주기매미

2024년은 미국의 매미들에겐 매우 특별한 해입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매미는 땅 속에서 한 5년 정도 있다가 땅 밖으로 나와 성충으로 우화하는 과정을 거치죠. 그런데 빨간 눈을 가진 미국의 주기매미는 땅 속에 더 오래 있습니다. 무려 13년 혹은 17년을 땅 속에서 삽니다. 미국의 주기매미들은 10년을 넘게 지하에서 살다가, 땅 속 20cm 부근의 온도가 18℃ 정도로 따뜻해지면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모든 주기매미 무리 중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은 Brood XIX(19번 군집)와 Brood XIII(13번 군집)이 함께 등장할 예정입니다.

매미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은 생소한 단어가 등장했죠? Brood는 주기매미의 군집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미국의 곤충학자인 찰스 레스터 말렛은 주기매미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데요, 말렛은 주기매미 군집에 Brood라는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군집을 발견할 때마다 로마 숫자를 붙여나갔어요. 앞서 이야기한 Brood XIX라는 게 말렛 연구의 흔적인 거죠.

현재 미국엔 17년 주기매미가 모두 12개의 군집(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 XIII, XIV)이 있고, 13년 주기매미는 총 3개의 그룹(XIX, XXII, XXIII)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올해에는 13년 주기매미에선 Brood XIX가, 17년 주기매미에선 Brood XIII가 등장하는 거죠. 참고로 말렛이 처음 제시한 군집은 모두 30개였습니다. 하지만 이 중엔 아예 관측되지 않은 매미 군집도 있었고, 멸종된 친구들도 있어서 그런 녀석들을 모두 제외하고 남은 15개의 군집만 남아 있습니다.

미국 산림청과 환경보호청에서는 이런 주기매미 군집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관측되고, 추후 부화할지를 추적하는 식인 거죠. 2022년 8월 30일에 업데이트된 미국 산림청 자료를 분석해 보면, 가장 개체수가 많은 Brood XIX는 모두 247개의 집단이 보고되고 있어요. 미주리 주에 74개 군집, 일리노이 주엔 51개 군집 등 미국 주 곳곳에 Brood XIX 주기매미가 살고 있습니다.


모두 15개의 주기매미 군집들이 땅 밖으로 나오는 시점은 제각각입니다. 17년 주기매미들은 서로 겹치지 않게 땅 밖으로 나오고, 또 13년 주기매미들도 자신들끼리 겹치지 않게 부화하고 있죠. 두 개의 사이클이 돌아가다 보니 몇 년에 한 번씩은 두 주기매미 그룹이 겹치는 일이 생깁니다. 바로 이때마다 매미 대발생이 발생하는 거죠. 마부뉴스가 1800년부터 2300년까지 500년의 시간 동안 각각의 주기매미들이 얼마나 만나게 되는지 한 번 그려봤어요. 위의 그래프에서 17년 주기매미는 안쪽(위쪽)에, 13년 주기매미는 바깥쪽(아래쪽)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두 매미 군집이 겹치는 경우는 선으로 연결해 봤어요.

이번에 만난 Brood XIX와 Brood XIII은 무려 221년 만의 만남입니다. 2024년 이전의 만남은 18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그 다음번 만남은 2245년이 될 거고요. 2010년 이후를 살펴보면 두 군집 말고도 2014년과 2015년에는 17년 주기매미와 13년 주기매미가 함께 발생했었어요. 17년 주기매미와 13년 주기매미가 다시 또 같이 등장할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3년 뒤인 2037년입니다. 이때엔 2037년엔 Brood XIX가 Brood IX와 만나게 될 거고요.
 
Q. 미국의 주기매미가 13년, 17년마다 부화하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주기매미가 선택한 13년과 17년은 모두 소수입니다. 소수는 1과 자기 자신으로밖에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숫자를 의미해요. 그렇다면 왜 주기매미는 13년과 17년이라는 소수를 주기로 정착하게 된 걸까요? 한 번 주기매미가 12년 주기로 우화를 한다고 생각해 볼까요? 이 경우엔 12의 소인수인 2, 3, 4, 6년 주기를 가진 다른 포식자들을 만나야 합니다. 소수 주기를 선택하면서 포식자와의 접점을 현저히 낮춘 거죠. 5년 주기를 가진 포식자가 있다면 이 포식자는 주기매미와 각각 65년, 85년마다 만나게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매미는 어떻게 연도를 계산해 내는 걸까요? 매미는 땅 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빨아먹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매미는 이 나무의 성장 주기를 계산해서 연도의 변화를 알아차리죠. 매년 나무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봄이 되면 나무의 목질부(수분의 통로가 되는 조직)에 아미노산이 풍부해집니다. 매미의 주기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걸 '봄의 묘약'이라고 부릅니다. 주기매미는 봄의 묘약 시점을 카운트하면서 연도를 인지하는 것처럼 보여요. 실제 연구팀이 17년 주기매미 중 땅 속에서 15년 산 매미를 채집해서 매미의 먹이를 조작해 봤는데, 봄의 묘약을 2번 주자 매미가 1년 일찍 땅 밖으로 나왔죠.
 

매미를 맞이하는 미국인들의 자세

위의 지도는 이번에 출몰할 주기매미의 영역입니다. 미국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주기매미 두 군집이 겹치는 지역인 일리노이 주에선 여러 가지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 매미 소리. 엄청난 규모의 매미가 땅 밖으로 나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 꽤나 심각할 수 있어요. 매미 떼가 내는 매미 소리는 제트기 옆, 혹은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경기장의 소음과 맞먹는 수준이거든요. 거기에 곤충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매미의 등장 자체가 매우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죠.

전문가들은 다만 매미 떼의 소음을 제외하고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일단 매미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거든요. 게다가 식물도 해치지 않아요. 나무의 잎, 과일을 먹지 않는 매미는 땅 속에서 나무 수액만 쪽쪽 빨아먹다가, 땅 밖으로 나와선 짝짓기하고 알 낳고 죽어버립니다. 죽은 주기매미의 사체는 나무와 토양에 유익한 영양분을 더해주는 셈이라 오히려 전체 생태계로 보면 이득이죠.

미국 정부는 매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기매미 데이터를 관리하는 미국 산림청과 환경보호청에서는 모니터링에 그치지 않고 매미의 생태적 역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기적으로 설명해주고 있고요. 주기매미의 출현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겁니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매미에 대한 교육을 통해 '공생'하는 법을 일깨워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일리노이주의 최대 도시인 시카고에서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카고 교외의 컴벌랜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매미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지요. 매미 퍼레이드 같은 행사도 기획하면서 매미와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매미를 주제로 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 올여름 시카고엔 매미 모형과 예술 작품들이 도시 곳곳을 장식할 예정입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생태학자를 비롯한 과학자들 입장에선 엄청난 사건이자 럭키��한 일이기도 해요. 221년 만의 사건을 목격하고 관련 데이터를 쌓아 연구할 수 있는 거니까요. 마치 헬리 혜성을 기다리는 천문학자들처럼 곤충학자들과 생태학자들은 이번 사건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깨어날 수조 마리의 매미는 숲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요. 매미를 먹이로 하는 새들은 이번 매미 대출현으로 식사, 사냥 패턴이 바뀔 거고요. 애벌레를 먹던 새들도 도처에 깔린 매미를 먹으면 되니까 애벌레는 더 자유롭게 자라겠죠. 과학자들은 이번 매미의 대출현이 어떤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숲 생태계, 나아가 전체 먹이 그물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지 지켜볼 겁니다.
 

대한민국 도심에 출몰한 동양하루살이

이번엔 우리나라 차례입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최근 뉴스에서 하루살이 이야기 종종 들어왔을 겁니다. 서울에 사는 구독자라면 동양하루살이의 습격을 직접 경험해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최근 몇 년 전부터 동양하루살이가 도심 지역에서 우르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동양하루살이는 이전부터 우리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혹시 독자 여러분 중에 호롤롤로 할머니라고 알고 있나요? 2006년 5월 18일에 강동구 암사역 부근에서 동양하루살이가 출몰한 걸 보고 인터뷰를 해서 이슈가 되었던 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에도 이미 동양하루살이는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던 거죠. 물론 그전에도 마찬가지였을 테고요.

하루살이의 대량발생은 5월과 6월 사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루살이를 영어로 메이플라이(mayfly)라고 하는데요, 5월(May)에 대발생하는 벌레(Fly)라는 의미로 이름이 지어질 정도죠. 매미가 땅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땅 밖에서 금방 죽는 것처럼, 하루살이는 생애 대부분의 기간을 물 속에서 유충으로 지내다가 성충이 되면 하루에서 며칠 정도만 살다가 죽어요.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성충이 되는 시기가 빨라져서 대량발생이 조금은 더 빠르게 발생하게 되었죠.


서울시에서는 실시간으로 하천의 수질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물순환정보 공개시스템이라는 건데, 이 자료를 살펴보면 5개의 하천의 수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강 본류(노량진, 선유)와 지류(안양천, 중랑천, 탄천)의 데이터를 가지고 2014년부터 2024년까지 5월의 수온 변화를 그려봤어요. 본류와 지류를 가리지 않고 2020년부터 최근 들어서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흐름이 보이죠?

기후변화로 최근 수온이 상승하면서 동양하루살이는 더 빨리, 더 많이 나타나는 추세입니다. 동양하루살이의 주요 서식지는 북한강이 한강으로 흘러 들어오는 유역, 이를테면 남양주시나 서울 성동구, 송파구 이쪽입니다. 2022년에 성동구청에서는 동양하루살이 신고가 거의 없었다가 작년엔 5월에만 112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고요. 남양주보건소에서도 작년 3월부터 5월까지 40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수온 상승뿐 아니라 더워진 날씨도 하루살이의 대발생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올해 4월이 역대 가장 더웠던 것 독자 여러분 알고 있었나요? 올해 4월의 평균 기온은 14.9℃였는데, 기상관측망이 구축된 1973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4월 14일 서울의 일최고기온은 무려 29.4℃! 영월은 32.2℃, 동두천도 30.4℃를 찍을 정도였죠. 이렇게 기온이 높으면 지표면이 뜨거워져 상승기류가 형성되거든요. 가뜩이나 요즘 사람들의 생활권이 강변으로 확장되면서 동양하루살이를 자주 만나게 됐는데, 상승기류 덕에 하루살이가 더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접점이 더 늘어나게 된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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