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카드론 증가에도…카드사들 웃지 못하는 이유는

정윤성 기자 2024. 5. 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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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경제 악화에 카드론 잔액 40조원 육박
카드사들, 건전성·수익성 악화 이중고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지난달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이 40조원에 육박했다. 4개월 연속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카드론은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지만, 카드사들은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다. 반면 '내실경영' 전략을 고수해 온 일부 카드사들은 카드론 비중을 늘리며 수익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9644억원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964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39조4821억원)보다 4823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카드론 잔액 증가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근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에 따른 건전성 관리를 위해 보수적인 대출 영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중저신용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권 내 금융기관이 카드사가 유일해지자 카드론 수요가 급증했다.

통상 카드론 수요가 늘어나면 카드사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리가 높기 때문에 현금서비스와 함께 카드사의 대출 부문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국내 신용카드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고, 가맹점 수수료도 낮아지면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실적을 방어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카드론을 활용해왔다.

그런데 카드론 급증에도 카드사들은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카드론 차주의 대부분인 중저신용자 서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카드론을 돌려 막는 대환대출 잔액도 늘고 있다. 지난달 7개 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8353억원이다. 전달보다 547억원 증가했다. 지난 3월 132억원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동시에 카드사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모두 상승한 상황이다. 특히 하나카드(2.3%), 우리카드(2.28%), KB국민카드(2.14%)는 마의 2%대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른 대손비용이 증가하면, 카드론이 오히려 수익성과 건전성 우려를 키우는 이중고로 돌아오는 셈이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사옥 ⓒ각 사 제공

'내실경영' 빛 본 현대·삼성카드…카드론에 1분기 '방긋'

반면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1분기 카드론 영업을 늘리며 수익성을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두 카드사는 그간 건전성 관리를 중심으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1분기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각각 1.04%, 1.16%로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 덕분에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카드론 비중을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현대카드의 카드론 취급액은 1조6756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동기(1조1383억원) 대비 4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이자수익도 1352억원에서 1487억원으로 135억원 늘었다. 현대카드의 1분기 당기순익이 63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카드론이 실적 선방에 기여한 부분이 큰 셈이다.

삼성카드의 카드론 취급액 역시 같은 기간 24.6% 증가한 2조4274억원을 기록했다. 카드론 수익은 1990억원에서 2158억원으로 168억원 증가했다. 카드론이 상품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8%에서 23.3%로 늘었다.

반대로 연체율이 급등한 카드사는 카드론 비중을 줄이는 모습이다. 하나카드의 경우 카드론 취급액이 지난해 1분기 1조224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5376억원으로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줄었다. 외형 확장 전략으로 실적 개선은 이뤘지만, 건전성 우려 또한 동반 상승하자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대출은 '급전창구'이기 때문에 경기 악화로 가계 채무 부담이 가중되면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특히 카드사 차원에서 대환대출을 통해 건전성 지표를 잠시 억누를 수는 있지만, 실제로 연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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