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주입만으로 하루 만에 허리통증 완치… 우즈베크도 ‘K메디’ 열풍

이소현 기자 2024. 5.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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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찬병원, 부하라 분원에 ‘척추 신경성형술’ 도입
이수찬 대표원장 등 의료진 방문
18명 대상 비수술적치료법 선봬
과거 절개하는 수술적 방법 탈피
초소형관 삽입해 신경 유착 풀어
경제적 어려운 환자엔 무료수술
의료진·치료에 강한신뢰감 보여
허준영(가운데) 목동힘찬병원 원장이 지난 2일 부하라 힘찬병원에서 신경성형술을 집도하며 현지 의료진에게 시술법을 전수하고 있다. 힘찬병원 제공

부하라=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한번 걸어보세요. 허리 펴고, 가슴 쫙 펴고.”

지난 3일 오전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힘찬병원 2층 병실. 전날 척추 비수술치료법인 ‘신경성형술’을 받은 이크라모브 무로드(36) 씨는 회진 온 한국 의료진의 말에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더니 “다리가 당기는 느낌이 없다”며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반복되는 허리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했는데, 하루 사이 통증이 사라졌다”며 “한국 의사가 시술해 줘 더욱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현지 환자들이 한국 의료진에 대한 높은 신뢰감으로 찾는 부하라 힘찬병원은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이 열악한 우즈베크 의료 현장을 목격한 뒤, “수익보다는 환자를 살리는 병원을 만들어야겠다”며 지난 2019년 도심 한가운데 100병상 규모로 세운 3층짜리 준종합병원이다.

이 대표원장과 허준영 목동힘찬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등 한국 의료진이 지난 1∼4일 방문해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신경성형술과 신경근차단술, 양방향 척추 내시경 등 다양한 최신 척추 치료법을 시행했다. 이 가운데 힘찬병원이 우즈베크에 최초 도입한 신경성형술은 꼬리뼈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지름 1㎜의 초소형 카테터(치료용 관)를 삽입한 뒤, 손상 부위를 찾아 약물을 주입해 신경 유착을 풀고 염증을 제거하는 비수술치료법이다. 한국에선 척추질환에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우즈베크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시술이다. 부하라 힘찬병원에서는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현지 물가를 고려해 시술비를 한국 대비 20∼60% 저렴하게 책정했다. 병원은 현지 의료진이 새로운 시술법과 술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인적·물적 자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원장이 현지 의료진과의 미팅에서 향후 8개월간 3주 주기로 한국 의료진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해, 이달 말에도 신경외과 전문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비수술치료법에 대한 부족한 인식부터 절차적 문제까지 새로운 기술을 전수하는 데 우여곡절도 많았다. 우즈베크에서는 척추질환을 치료할 때 대부분 절개를 하는 수술적 방법을 택하고 있어 ‘통증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시술의 장점이 환자에게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보다는 한국 의료진과 한국형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쌓여 점진적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 그뿐 아니라 현지 규제가 엄격한 탓에 한국산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도입하는 데도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이 대표원장은 “각종 수술재료를 허가받기까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며 “과정이 너무 힘들어 중도에 그만둘까도 했지만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힘찬병원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에게 무료 수술을 지원하는 ‘힘찬 나눔의료’를 현지에서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환자 1명이 신경성형술을 무료로 받았고,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우즈베크 환자 3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로 인공관절 수술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대표원장은 이번 일정 중 나눔의료 환자들과 재회해 직접 상태를 살핀 뒤 “무릎 각도도 잘 나오고 아주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목발이나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이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아 더욱 감동을 안겼다.

부하라 힘찬병원이 오는 11월 개원 5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그간 괄목할 만한 성장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병원 1층, 환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물리치료실과 재활치료실에서는 한국식 물리·재활치료가 한국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개원 당시만 해도 우즈베크엔 재활치료의 개념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터였다. 물리치료 역시 가벼운 마사지를 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5년 새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병원 관계자는 “도수치료, 운동치료 등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재방문하는 환자 비율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수찬(오른쪽) 힘찬병원 대표원장과 박혜영(왼쪽) 상원의료재단 이사장이 지난 3일 부하라국립대학교를 방문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힘찬병원 제공

우즈베크 여타 병원과 달리 부하라 힘찬병원이 갖춘 최신식 시스템은 지역 병원에도 자극제가 됐다. 지난해 문을 연 부하라 국립 의대 병원은 부하라 힘찬병원과 동일한 1.5테슬라급 MRI를 갖추는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변화를 꾀했다. 각종 의료·교육기관의 협력 요청도 쏟아지고 있다. 힘찬병원은 지난 3일 부하라국립대학교와 업무협약 (MOU)을 체결했다. 이 대표원장은 “협력과 교류를 지속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무료수술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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