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쓸 이유가 없다"…'위기'라던 알뜰폰의 '대반전' [1분뉴스]

알뜰폰 가입자 올해 4월 기준 900만명 돌파
점유율 16.2%…전월대비 0.3%포인트 증가
전환지원금 여파로 증가 속도는 다소 줄어

"알뜰폰(MVNO)이 느리다던데 제가 둔해서 그런지 느린 것도 잘 모르겠던데요?"

최근 통신사 약정이 끝나자마자 알뜰폰으로 갈아탄 직장인 A씨(32)는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통신사 멤버십 할인이 안 되는 건데 그것보단 요금 자체가 싼 게 더 중요해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뜰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알뜰폰 5년 차 B씨(29)는 "전환지원금이라든지 여러 가지 혜택이 생겼다고 들어 알아보니 결국 비싼 요금제를 몇개월씩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라 알뜰폰에서 다시 통신사로 옮길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알뜰폰 업계에는 '위기 요인'으로 여겨졌던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 추진과 전환지원금 등 통신비 인하 움직임에도 이처럼 알뜰폰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알뜰폰 가입자 수 순증에 따라 이동통신업계 3위인 LG유플러스와의 점유율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알뜰폰 20만대 증가"…LG유플 순증 1만대 수준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알뜰폰 휴대폰 회선 수는 916만6672개로 전월 대비 19만4117개 늘었다. 회선 수가 늘어나며 점유율도 전월 15.9%에서 16.2%로 0.3%포인트 증가했다. LG유플러스 회선 수는 1094만9107개로 전월 대비 1만3650개 증가했으나 알뜰폰 회선 수 증가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알뜰폰 이용자 수는 지난해 6월 800만명을 돌파한 이후 9개월 만에 또다시 앞자리를 갈아치웠다. 단통법 폐지 수순과 함께 전환지원금 도입으로 증가 속도가 더뎌져 연내 1000만 돌파는 어렵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LG유플러스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

알뜰폰 회선은 2019년 712만263대를 기록하며 3위인 LG유플러스와의 격차가 약 350만대였다. 이후 3년간 알뜰폰의 인기가 주춤하면서 격차가 521만개까지 벌어졌는데 2022년에만 알뜰폰 가입회선이 100만개가량 증가하면서 격차가 줄었고, 이제 180만개까지 좁혔다.

알뜰폰 가입자 "요금 저렴한 게 중요"

알뜰폰의 고질적 불편 사항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알뜰폰 가입자들은 고객센터 연결 문제와 결합 할인 혜택, 멤버십 혜택 부재 등을 불편 사항으로 꼽아왔다.

알뜰폰 업체들은 24시간 고객센터, 앱 고객센터, 챗봇 등을 도입해 이용자 불편 해소에 힘쏟고 있다. 헬로모바일과 세븐모바일의 고객센터 앱 가입자 수는 각각 100만명, 50만명을 돌파했다.

또한 알뜰폰 업계 최초 가족 결합 프로그램을 출시한 미디어로그의 알뜰폰 브랜드 유플러스 유모바일은 지난 7일 가족 결합 가능 인원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리며 혜택을 확대했다. 지난해 알뜰폰 브랜드 KT모바일은 가족, 친구뿐 아니라 가입자 간 결합에도 매월 최대 2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결합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알뜰폰 가입자 C씨(27)는 "알뜰폰으로 은행 업무를 볼 때도 전혀 무리가 없고 가족 결합할인도 돼서 너무 좋다"며 "고객센터가 연락이 잘 안될 경우가 지금도 종종 있긴 하지만 요금이 워낙 싸다 보니 그러려니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이용자 증가 추세에도 알뜰폰 업계는 불안감이 흘러나온다. 금융업의 알뜰폰 시장 진출, 제4이통사 등장, 전환지원금 도입 등으로 인해 기존 알뜰폰 업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 개정, 제4이통사 출현 등 알뜰폰 사업자들이 직면한 환경이 굉장히 어렵다"고 호소한 바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