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고추리반3', 정종연 부담 이겨낸 방법

최지윤 기자 2024. 5. 2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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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티빙 '여고추리반' 시리즈는 정종연(48) PD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추리 예능물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는데 한 몫한 프로그램이다. 시즌3에선 정 PD가 CJ ENM을 퇴사하면서 빠질 수밖에 없었고, 시즌1·2(2021)를 함께 한 임수정 PD가 메인 연출자로 나섰다. 출연진 변화는 없었지만, 메타버스를 녹이고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다뤄 흥미를 높였다. 물론 여성 출연자만 등장해 여타 추리 예능물과 달리 액션이 적고,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산만하고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실 여고추리반은 한 시즌이 하나의 이야기로 풀리는 게 차별점이다. (정 PD의 또 다른 대표작인) '대탈출'은 한 에피소드로 2개 회차가 나갔지만, 여고추리반은 8개 이야기로 이어져 서사가 깊고 길다. 초반 회차는 등장인물, 학교 등을 소개하면서 서사를 빌드업하고 떡밥을 뿌렸다. 초반에는 소소하게 시작하고 중·후반부로 갈수록 하나로 연결, 기승전결이 짜임새 있게 보여질 수 있도록 했다. 대탈출은 단편적인 이야기로 방탈출과 맞닿아 있다면, 여고추리반은 추리소설·영화처럼 긴 호흡으로 갔다."

여고추리반3는 무서운 저주가 떠도는 학교로 전학 간 추리반 학생들이 거대한 사건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뤘다. 총 8부작으로 6회까지 공개한 상태다. 정 PD 후임으로서 "부담감이 컸다"면서도 "시즌1·2를 하면서 나름 많이 배웠고, 이 IP를 묵혀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지금까지 선배 옆에서 많이 배워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 회사에서 제안했을 때 '종연 선배와 한 번 얘기해보겠다'고 했다. 선배가 굉장히 많이 응원해줬고, 본인도 '이 IP를 수중으로 가라앉히기엔 아쉬우니 서포트해주겠다'고 했다"며 "촬영할 때마다 '선배는 어떻게 한 거냐' '이 부담감을 어떻게 감당한 거냐'고 하면 '사고 안 나는 것만으로도 잘하는 거다'라며 응원해줬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출연진도 워낙 이 프로그램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고, '정종연 없이도 으쌰으쌰 잘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아나운서 박지윤(45)을 비롯해 개그우먼 장도연(39), MC 재재(33), 비비(25), 최예나(24)는 시즌1부터 함께 하고 있다. 시즌3에선 출연진 변화를 줄 법도 한데 "전혀 고려를 안 했다"고 귀띔했다. 물론 "회사 선배들이 '새 멤버 한 명 더 껴봐라' 등의 제안을 했다"면서도 "5명의 케미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고, 이들만으로도 새로운 그림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번엔 최예나 활약이 돋보였는데 "성장캐릭터가 됐다"며 만족했다. "시즌1·2 때는 촬영 끝나면 본인도 '너무 한 게 없고, 소리만 지르고 간 것 같다. 어떡하냐'며 걱정했다. 이번 시즌엔 촬영 때마다 활약해 '언제 방영되냐. 나의 활약을 보고 싶다'고 했다"면서 웃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연장자인 박지윤·장도연은 교복 착용을 어색해했다. "말만 그렇게 하고, 교복 입는 걸 즐기는 느낌"이라며 "버스 타면 다들 똑같이 대했다. 시즌1 때는 예나씨가 '지윤아'라고 부리는 걸 굉장히 어려워했는데, 이제 사석에서 봐도 장난스럽게 '지윤아, 보고 싶다'고 하더라. 워낙 5명이 몰입을 잘했다"고 강조했다.

제작직은 '학교 내에서 아무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쉬는 시간에만 개입하고, 최대한 극에서 해결할 수 있게 했다. 갑자기 너무 다른 길로 가면, 선생님을 보내 '추리반으로 들어가라고 하세요'라고 하는 식으로 가이드를 줬다. 제작진이 확성기로 말하는 순간은 '쉬는 시간입니다' '끝났습니다' '인터뷰 할게요' '눈이 많이 오는데 조심히 이동하세요' 등이다. 출연진이 오면 '학교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라고 할 정도로 제작진은 쥐 죽은 듯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지윤씨는 브리핑하고 단서 정리하는 데 능가할 자가 없다. 3회에서 학폭 징계위원회에 가 또 한 번 브리핑하는 신이 있었다. 2주 전 이야기를 '갑자기 얘기해봐'라고 하면 버벅이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목요연하게 필요한 부분만 정리해줬다. 당시 티빙 관계자가 촬영장에 같이 있었는데, '리딩해준 거 아니냐'고 하더라. '말도 안 된다. 우리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했다. 박지윤씨 능력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회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기대해 달라."


여고추리반3는 청소년 불법 도박 등 사회적인 문제를 비판했다. 시즌1·2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다'는 지적을 반영,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SF적인 것 보다 실제 청소년이 범죄에 많이 노출 된 부분을 강조해 이야기를 짰다"고 짚었다. "가볍게, 유머러스하게 넘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현실성에 기반했고,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다는 걸 인지했으면 좋겠다"며 "아직 다음 시즌에 뭘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 범죄에 관해 많이 배워서 다음에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추리 난이도 조절이 쉽지만은 않았다. 첫 촬영이 빨리 끝나서 "다음 퀘스트 난이도를 높였다"며 "양궁 테러 사건을 빨리 끝낼 줄 몰랐는데, 일사천리로 발견하더라. 쉬는 시간 포함해 6~7시간 정도 녹화했다. 이후로는 거의 10시간씩 찍었다"고 회상했다. "난이도 조절은 문제에 어느 정도 힌트를 뿌려 놓느냐, 혹은 어느 정도 잘 보이는 위치에 놓느냐 문제다. 출연진이 추리를 잘해 '조금 어려워도 되겠다'고 판다, 스토리가 복잡해졌다"며 "개연성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나의 퀘스트도 이유있게 만들고 싶었다. 자습실에서 조명을 쏴 비밀번호가 나올 때 '뜬금없어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황미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도 힘을 썼다"고 했다.

"조금 더 어려운 스토리를, 복잡하게 만들려고 한 경향이 있었다. 난이도가 높아져야 출연자도 시즌1·2 방식에 갇히지 않고, 좀 더 고민하지 않을까 싶었다. 초반에 떡밥을 많이 뿌려야 하나의 이야기로 떨어졌을 때 쾌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4회 때 한번 그랬고 6회 때도 그럴 텐데, 한 사건을 위한 빌드업이라고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후반부에 빌런이 누구였는지, 추리반이 어떻게 알아내서 처단할지 봐 달라. 엄청난 반전을 심어서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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