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선도지구에 들썩이는 1기 신도시…복병은?[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2024. 5. 2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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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로 조성된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 단지./한국경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분당을 포함한 1기 신도시의 주민들 사이에 재건축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별법은 노후계획도시의 도시기능 강화, 쾌적한 주거환경 확보, 미래도시 전환을 위해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용도지역 변경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통합정비를 유도하는 법이다.

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여 사업 속도를 빠르게 하고 용적률 상향이나 용도지역 변경 등을 통해 사업성을 높여주는 것이 이 특별법의 핵심이다. 

이 특별법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기존 주택 수의 5~10%에 해당하는 아파트를 선도지구로 지정하여 행정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7년에 첫 착공하여 2030년에 입주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서울과 같은 다른 지역의 경우 1970년대에 지은 아파트들도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속도라 하겠다.

이에 따라 1기 신도시 여러 단지에서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단지를 선도지구로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선정 기준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정부에서 발표한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자.

정부에서 제시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주민들의 의견 합치, 즉 동의율이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 단지의 소유주들이 재건축을 원하지 않는데 정부에서 강제로 주민을 내쫓고 재건축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건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의율이 높은 단지 위주로 선도지구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동의서 80% 확보·단지 통합할수록 가능성↑

그러면 동의율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 다다익선이지만 80%가 넘으면 안정권이라 하겠다. 기존 재건축, 다시 말해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이 75% 이상이고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동의율이 80% 이상인 만큼 80%를 넘으면 안정권이라 하겠다. 다시 말해 70%밖에 동의서를 걷지 못한 단지보다는 80%의 동의서를 확보한 단지가 선도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다만 80%를 갓 넘긴 단지보다 90%의 동의서를 확보한 단지가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80%를 넘기면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80%의 동의율만 확보했어도 다른 조건이 잘 갖추어진 단지가 (90%의 동의율을 확보했지만 다른 조건이 미비한 단지보다) 선도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두 번째 조건은 ‘도시기능 향상 가능성’이다. 재건축이 진행되면 용적률이 기존보다 높아짐에 따라 가구 수가 늘어난다. 그런데 도시에서 주택 수만 늘어나게 되면 기존 도시기반 시설에 한계가 있기에 다른 단지의 주민까지 불편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늘어나는 용적률에 비례해서 기부채납을 받아 도시기반 시설 확충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별 단지 입장에서는 부지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내놓는 것이지만 그 부지를 기부받는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활용도에 차이가 많다.

예를 들어 역에서 먼 산골짜기에 인접한 부지를 기부받는 경우 이는 공원으로밖에 활용하지 못하며 그 부지에 공원을 설치하는 경우 그 주변 단지 주민만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역에 인접한 단지에서 부지의 일부를 기부받는 경우 이를 공용주차장으로 만들어서 그 도시 주민 전체가 이용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전자보다는 후자를 선도지구로 지정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세 번째 조건은 통합 단지 가능성이다. 한 개의 개별 단지보다는 두 개 이상의 단지를 묶어서 개발하는 경우 우선권을 주겠다는 뜻이다. 


  결국 사업성이 중요

왜 이런 조건을 내세웠을까? 1기 신도시가 입안되고 건설되었던 시기는 주택이 모자라서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1986년 말부터 1990년 말까지 4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08.85% 상승했고, 전세가도 106.17%나 올랐다. 특히 1990년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가 32.28%나 상승하여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그 당시 정부에서는 서둘러 주택 200만 호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군사 작전하듯이 밀어붙였던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분당을 포함한 1기 신도시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기간에 많은 아파트를 짓다 보니 자금이 부족했던 것이다. 게다가 건설사 측에서는 건설사 단독으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두 개 이상의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부지를 낙찰받아 단지를 조성했었다.

분당을 예로 들어보면 야탑동에 있는 장미마을 1단지(코오롱건설과 동부건설), 이매동의 아름마을 4단지(두산건설과 삼호건설), 서현동 시범단지(삼성건설과 한신건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단지는 그나마 단지 규모가 큰 편이지만 한 개 건설사가 단독으로 시행한 단지들은 소규모 단지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단지 규모가 너무 작으면 재건축 사업 성과가 떨어진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릴 수 없다는 단점도 있지만 커뮤니티 시설 운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면 기존 세대수 기준으로 통합 후 최소 1000가구가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여러 단지를 묶어서 통합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인근에 있는 단지들을 무조건 묶어서 재건축을 추진할 수는 없다. 세대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단지가 연합할수록 통합재건축 규모가 커지지만 극단적으로 분당을 하나의 단지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단지 규모가 너무 커지면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된다. 어느 적정한 수준에서 끊어야 하는데 그 기준은 바로 도로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국가 소유의 6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단지들을 묶어서 통합 재건축을 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재건축 후에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의 접근성이 나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단지의 규모가 너무 크면 선도지구 선정에서 탈락될 수도 있다. 올해 지정될 선도지구는 전체 아파트 수의 5~10% 정도로 지정될 것이라고 한다. 분당의 가구 수가 9만 4000가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선도지구에는 최소 4700가구에서 최대 9400가구가 지정될 예정이다. 그런데 재건축 사업의 확산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 물량으로 하나의 단지보다는 최소 2~3개의 단지에서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개 단지에서만 추진한다면 조합원의 변심 등 돌발 변수로 인해 재건축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 정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단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어야 리스크 분산이 된다고 하겠다.

여기에 또 다른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선도지구에 지정된다고 해서 갑자기 재건축 사업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도지구라고 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무지막지한 특혜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건축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해오던 입장에서 벗어나 재건축을 권장하는 입장으로의 변화만으로도 진일보한 것이다. 

결국 재건축 사업의 성패는 선도지구의 지정 여부보다는 본질적으로 단지의 경쟁력, 다시 말해 사업성이 좋은 단지인가 여부이다. 사업성이 좋은 단지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만 없다면 언제든지 재건축 사업에 성공할 수 있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는 조합원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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