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뮤지엄에서 보고 마셔야 하는 것

리빙센스 2024. 5. 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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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림의 '맛'다른 여행 17

365일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를 만나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 네덜란드의 반 고흐 뮤지엄에서 마시는 따뜻한 카페라테.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고흐 생애 말년에 그려진 '까마귀가 나는 밀밭'. 묘한 감동에 사람들이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아마 전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라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인물일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이름을 달고 출판된 책만 전 세계적으로 수백 권, 영화도 여러 편 제작되었고, 심지어 그의 작품 제목을 딴 노래도 있다. 어린 아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상관없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화가 고흐. 도대체 그의 그림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궁금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 바로 이곳, 네덜란드 반 고흐 뮤지엄이다.

이곳은 1973년 개관해 어느덧 5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반 고흐 뮤지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흐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유화 200여 점, 드로잉 400여 점과 더불어 편지도 무려 7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아니 화가의 미술관에 편지는 무엇일까?'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고흐를 주제로 이 많은 책과 영화, 음악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편지들 덕분이다.

고흐의 삶은 거의 모든 순간이 편지에 기록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0대 후반 출가한 후부터 그는 동생 테오와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삶을 공유했다. 그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20여 년 동안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가 700여 점이나 되는데, 이 편지들에는 예술가로 살아가며 감당해야 했던 크고 작은 고민, 그리고 자신의 예술 세계에 관한 연구, 사소한 감정 기복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마치 고흐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 이 든다. 그리고 동생 테오를 향한 형 고흐의 고마운 마음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동생 테오는 평생 형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고흐는 편지에 담긴 글로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테오의 아들, 고흐의 이름을 딴 조카 '빈센트'가 태어났을 때에는 '꽃 피는 아몬드 나무'를 그려 선물하기도 했다. 사실 고흐가 이 그림을 그려서 선물하며 고마움을 표현한 데에는 단순히 테오가 그의 예술 세계를 후원해 주고 지지해 주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난한 화가인 자신을 십수 년 동안 경제적으로 지원해 준 동생이 자신을 짐으로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테오가 형처럼 용감하게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고 자기 아들에게 '빈센트'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 것이다.

뮤지엄 전경. 이곳에 선 많은 사람들은 어떤 감동을 느낄까
카페 테이블마다 해바라기꽃이 놓여 있다. 덕분에 고흐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 빈센트 반 고흐에는 숨겨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자기 아들에게 '빈센트'라고 이름을 붙여준 테오를 향해 그토록 고마워했던 고흐의 마음을 여실히 이해할 수 있다.

고흐는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와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 한 묘비에 적힌 이름을 보게 된다. 자신이 태어나기 1년 전 생을 마감한 생몰년도 옆에 적힌 이름, '빈센트 반 고흐'. 그렇다. 그의 부모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가 태어나기 전 안타깝게도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형의 이름을 고스란히 그 동생에게주었던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낯선 이의 묘비명에서 발견한 어린 고흐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쩌면 마음속 깊이 상처로 남았을, 평생 마음의 짐이 되었을 이름이었을 텐데 테오가 자신의 아들 이름을 빈센트로 지으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그렇게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흐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꽃이 있다. 바로 해바라기. 앞에서 말한 감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몰아치던 그 순간 묘비 옆에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는데, 바로 해바라기였다고. 어쩌면 모든 희망이 사라져버린 것 같았던 순간 가장 기개 있는 모습으로 활짝 피어 있던 해바라기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살아갈 위로가 되어주었을 것 같다.

이렇게 자신의 삶 속에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그림을 그린 고흐의 작품들은 안타깝게도 그의 생전에 단 1점밖에 팔리지 않았고, 1890년 고흐가 사망하자 동생 테오에게로 상속되었다. 동생 테오는 형이 세상을 떠난 후 6개월 뒤 형을 따라갔고, 작품들은 테오의 아내에게 맡겨졌다. 결국 1925년 다음 세대 빈센트 반 고흐테오의 아들에게 상속되었다가 이후 1962년 국가 주도의 빈센트 반 고흐 재단Vincent van Gogh Foundation으로 이전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네덜란드 반 고흐 뮤지엄에서 해바라기 꽃에 둘러싸여 예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예술가는 내면의 아픔, 상처, 그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이것을 보는 많은 사람들 역시 자신의 마음속에도 자리하고 있지만 차마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것을 그림에서 발견하고, 느끼고, 공감하며 위로받는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치유와 회복을 일으키는 것. 예술만이 할 수 있고, 예술만이 가진 특별한 가치인 듯하다. 예술이 아름다운 이유는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 오늘은 고흐의 '해바라기'와 함께 마음에 위로를 건넨다. 365일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 언제나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 고흐의 '해바라기'를 떠올려보자.

박물관에는 고흐의 작품을 활용한 굿즈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으니, 집에 돌아가서도 그의 마음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과 함께 따뜻해진 마음이 따뜻한 카페라테 한 잔과 잘 어울린다. 카페라테 한 잔을 들고, 고흐의 작품에 둘러싸여, 고흐의 삶에 치얼스!

오그림@ohgrim_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공유하고 알려주는 브랜드 '아트살롱 오그림'을 운영한다. 여행을 좋아하며, 여행지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에 특히 더 애정을 느낀다.

CREDIT INFO

editor심효진

words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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