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 조종사들 “피로 누적돼 힘들다”···장거리 임무는 F-15K 한 기종뿐[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5.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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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16, 동해 상공까지 작전 하기엔 무리
F-15K, 장거리 임무 전담 탓 “업무 가중”
“中·路, 영공 침범 빈번 F-15 추가 도입”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15K 전투기가 대구기지를 힘차게 이륙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공군
[서울경제]

국방부가 발행한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임기는 410여 대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공군의 전투기 부대의 운영 현황을 봐도 원주 제 8전투비행단(전비)은 FA-50 2개 대대, 예천 16 전비에는 FA-50 1개 대대와 TA-50 1개 대대가 있다. 수원 10 전비는 K-4E 1개 대대, KF-5E/F 2개 대대를 운용 중이다. 강릉 18 전비는 KF-5E/F 2개 대대, 충주 19 전비는 KF-16 1개 대대, F-16 2개 대대로 구성됐다.

서산 20 전비에는 KF-16 4개 대대가, 군산 38 전비에는 KF-16 1개 대대가 배치돼 있다. 여기에 청주 17 전비가 유일하게 F-35A를 2개 대대에서, 그리고 대구 11 전비가 유일하게 F-15K를 3개 대대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반도는 그리 넓지 않는 국토지만,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태라는 특별한 상황을 고려해 전투기의 배치 기지를 결정할 때 전투기의 성능과 임무를 고려해 지역을 최종 선택한다.

당장 2026년 실전 배치가 시작될 KF-21 ‘보라매’를 강릉 공군기지에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강릉기지에 배치돼 곧 퇴역할 예정인 F-5 대체할 KF-21의 임무를 고려한 것이다. 신속한 이륙 및 공중 대응이 가능한 전투기가 필요한 만큼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공대공 임무를 부여해 북한 항공 전력의 공중 도발에 초기 대응하는 역할을 맡기려는 것이다.

공군 전투기, 장거리 대응 능력에 한계

문제는 공군이 전투기별로 임무 부여하고 배치 기지도 출동 지역을 고려해 결정한 만큼 410여 대 전투임기를 큰 무리없이 운영하고 있다지만, 일부 전투기 기종을 운영하는 부대와 해당 부대 조종사들이 피로 누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얘기들이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군 조종사와 기체의 피로가 누적돼 자칫 안전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실전 배치될 오는 2026년까지는 현재의 전력으로 북한과 중국 및 러시아의 영공 침범에 대응하는 수밖에 없어 논란이 되는 일부 전투기 기종의 조종사들의 피로 누적 부담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비행 훈련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중국 군용기 2대가 이어도 쪽으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들락거리고 러시아 군용기 2대가 동해 북방으로부터 나타나 연합 편대 비행을 한 경우 KF-16 전투기가 출동해 경고 사격으로 위험 상황을 정리하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논란은 이 과정에서 KF-16 등 수십대를 동원한 대응작전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구형 기체들을 추적하고 경고하는데 사실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항속거리는 긴 반면 우리 전투기(KF-16)의 행동반경은 짧다. 번갈아 출격해 교대로 추적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 공군 전투기의 구성에서 장거리 대응 능력에 분명한 한계가 확인된다는 사실이다.

공군 제 20전투비행단 소속 KF-16 전투기가 서산기지를 이륙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공군

우리 공군은 F-16 전투기와 KF-16(F-16의 국내 면허생산형) 전투기를 각각 168대, 168대를 중부 2곳과 호남 1곳의 공군기지에서 운용 중이다. 동해 상공까지 작전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강릉 지역 등에 이들 전투기를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하지만, 공군 입장은 분명하다. 전방 지역에는 F-5급을 배치하고 중부 내륙 이남에 일선급 전투기를 배치하는 원칙에서 벗어나 배치를 조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거리 임무 투입이 가능한 유일한 전투기 F-15K 운영 부대와 조종사들의 피로 누적과 안전 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 제 11전투비행단이 3개 대대로 나눠 F-15K를 59대 운영하고 있다. 총 61대를 수입했고 이 가운데 2대가 추락해 현재 59대 운용 중이다.

F-15K는 공군에서 ‘슬램 이글’이라는 이름을 명명했다. 장거리 작전 수행이 가능한 전폭기인 만큼 공대공, 공대지 임무를 모두 맡는다. 한국 공군의 요구에 따라서 하푼 블록2 공대함 미사일, SLAM-ER 공대지 미사일 운용 능력을 갖췄다.

항속거리가 길고 쌍발 엔진인 전투기는 F-4E 팬텀 전투기가 있지만, 개량형이 아닌 원형을 그대로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고 다음달에 모두 퇴역해 현실적으로 보조를 맞춰 임무 수행을 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KF-16 전투기가 중부 내륙의 기지에서 이륙해 독도 부근에서 체공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0분이라 사실상 동해상까지 장거리 임무 수행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F-15K 年비행시간, 공군 평균의 1.56배

결국 대구 공군 기지의 F-15K 전투기 59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F-15K 전투기는 현재도 한계에 가까울 정도로 운용되고 있고,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군 안팎에 따르면

F-15K 조종사들의 연간 비행시간은 한국 공군 평균보다 1.56배 수준에 이른다. 지금도 임무가 많은데 더 늘어나면 조종사와 기체 피로가 심해져 안전 및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운용 대수가 많지 않은데다 부품 수급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부품이 부족해 다른 전투기의 부품을 떼서 쓰는 이른바 ‘동류 전환’이 많아 해마다 국정감사에 지적당하는 전투기가 바로 F-15K다.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실전배치가 완료되더라도 장거리 타격 임무를 계속 맡아야 할 핵심 전력인 F-15K 전투기가 자칫 속으로 멍들 수 있는 상황이다.

KF-16 전투기의 짧은 행동 반경을 넓혀줄 수 있는 공중급유기 추가 도입에 대해서 공군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제 막 실전 배치 단계를 밟고 있고 긴급발진 상황에서 급유기는 전력 배치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반대 견해도 있다. 무장 상태의 KF-16 전투기가 독도 상공에서 충분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급유를 받으면 다시 투입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기름을 가득 채운 공중급유기가 전투기 공역의 바깥에서 대기하며 급유를 실시하는 운용교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9일 퇴역을 앞두고 국토순례 비행에 나선 F-4 ‘팬텀’ 필승편대가 서해대교 상공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비행 실시할 때 한국 공군의 경고사격을 가하면 자위조치를 취하겠다는 으름장이 현실화된다면 더욱 큰 문제다. 자위조치란 호위전투기를 붙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호위전투기를 대동한 러시아나 중국의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할 경우 전투기끼리 공중전을 펼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러시아가 붙일 수 있는 호위 전투기는 Su-37 전투기로 F-16 전투기와는 체급부터 다른 기종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F-15K 전투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중국과 러시아의 영공 침범이 빈번해지면서 F-15 전투기의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종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아직도 해외발주가 이어지는 F-15 전투기는 새로운 개량형을 개발해 미 공군과 동맹국을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형 위성배열 레이더를 장착하고 무장도 크게 늘린 개량형에 대해 일본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F-15J를 보유한 일본이 신형에 준하는 개량에 속도를 낸다면 F-15 기종에 있어서 한국의 대일본 우위도 사라지게 된다.

공군, F-15 전투기 추가 도입 여력 없어

그렇다고 공군이 F-15 전투기를 추가로 들여올 여력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F-35 전투기 도입과 KF-21 개발에 집중된 예산에서 급유기와 조기경보기를 가까스로 들여온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전개할 연합비행의 형태와 내용이 심각해질 경우 추가 도입 논의도 자연스레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투기보다 조기경보기 등 지원기가 더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 4대가 도입된 조기경보기를 4대 더 도입해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세 방면에서 감시하고 북부와 남부로 구분해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공군의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군은 오는 2031년까지 총 3조 900억 원을 들여 공군이 운용할 조기경보기를 다른 나라에서 추가로 들여오는 2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한 조기경보기는 원거리에서 비행하는 적 항공기를 비롯해 미사일 발사 동향을 포착, 이를 지상기지에 보고하고 아군 전투기를 지휘·통제하는 항공기다.

현재 우리 공군은 E-737 ‘피스아이’ 조기경보기 4대를 운용 중이다. 이번 2차 사업에 따른 조기경보기 추가 구매 대수 역시 4대가 될 전망이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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