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올 수 있는 마음 편한 미용실 [사람IN]

나경희 기자 2024. 5. 2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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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사람은 미용실에서 어떻게 머리를 감을까? 말을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은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설명할까? 자극에 예민한 자폐 아동은 큰 소리가 나는 바리캉이 목덜미를 지날 때 어떻게 견딜까? "어? 그러게?" 미용실에서 장애인을 본 기억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되묻기도 한다.

서울시 노원구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 휴(休)' 상계점은 2022년 9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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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노원구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 휴(休)’ 상계점에 염색하러 온 손님 우화숙씨(왼쪽)와 미용사 정지혜 실장. ⓒ시사IN 박미소

휠체어를 탄 사람은 미용실에서 어떻게 머리를 감을까? 말을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은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설명할까? 자극에 예민한 자폐 아동은 큰 소리가 나는 바리캉이 목덜미를 지날 때 어떻게 견딜까? “어? 그러게?” 미용실에서 장애인을 본 기억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되묻기도 한다. “장애인도 미용실에 가나?”

서울시 노원구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 휴(休)’ 상계점은 2022년 9월 문을 열었다. 샴푸 없이 커트만 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미용실은 있었지만 커트(6900원), 염색(1만5900원), 파마(1만9000원), 클리닉(2만2000원)까지 웬만한 미용 서비스를 다수 제공하는 미용실은 이곳이 전국 최초다. 서울시와 노원구가 지원하고, 마들종합사회복지관이 위탁운영 한다. 노원구에 사는 등록 장애인만 받는데도 오픈하자마자 석 달 예약이 꽉 찼다. 지난해 11월에는 2호점인 공릉점이 생겼다. 예약 대기 시간은 한 달 남짓으로 줄었고 손님들도 여느 비장애인처럼 선택권을 가지게 됐다. 이제 ‘커트는 이 실장님에게, 파마는 저 실장님에게’ 골라 맡긴다.

미용실 출입문 스위치는 ‘손 터치’뿐 아니라 ‘발 터치’가 가능한 위치에도 달려 있다. 손님이 이동할 필요 없이 의자만 옆으로 돌려 누우면 높낮이를 조절해 바로 머리를 감을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샴푸대가 있다. 중증도가 심한 지체장애인을 부축할 수 있는 리프트도 있다. 함께 온 보호자가 기다리는 동안 상담을 받거나 복지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가 상주한다. 장애별로 당사자와 전문가를 모아 피드백을 들은 끝에 만들어진 디테일이다. 연수를 가서 배워올 만한 곳도, 참고할 만한 선례도 없었다. “강남 미용실에 뒤지지 않는 시설을 만들라”는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가이드라인’만 있었을 뿐이다.

한 달 전 염색을 예약하고 온 우화숙씨(65·왼쪽)는 노원구청에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미용실에 휠체어를 타고 가면 싫어하고, 그렇다고 목발을 짚자니 헤어드라이어 줄이나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걸려서 위험했다. 휠체어가 들어갈 만큼 넓은 화장실이 있는 시설 좋은 미용실은 요금이 비싼데 파마를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3~4시간 동안 화장실은 한번 가야 하니까.”

미용 경력 15년 차인 정지혜(33·오른쪽) 상계점 실장은 원래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지만 더 공부하고 싶던 차에 미용실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주기적으로 장애 인식 교육을 받지만 “실전은 또 다르다”. 장애마다 특성이 다르고 장애별로도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의 단골손님 우화숙씨 역시 자신조차 이곳에 와서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발달장애나 지적장애는 몸이 불편하지는 않으니까 솔직히 ‘그냥 다른 미용실 가면 안 되나’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소통하기가 힘드니까 여간 눈치를 보는 게 아니었다. 그동안 나는 내 몸만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장애도 다 다르더라.” 이곳의 목표는 하나다. 손님이 누구든 이곳에서만은 ‘편하게’ 쉬다 가는 것. 그래서 미용실 이름이 ‘휴(休)’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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