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 초상화정성사업’… 김정은 우상화 가속
본지, 北 내부문건 단독 입수
김일성·김정일과 함께 위인화
당 중앙간부학교에 초상화 걸어
교육기관 의미 등 따라 낙점한 듯
김주애 지위 상승·역할 커질 수도
당국 “위상 과시… 동향 계속 주시”
과거 북한에서 ‘3대 위인’이라고 하면 ‘백두혈통 3대 위인’인 김일성과 김정일, 김일성의 아내이자 1세대 여성 항일혁명 투사인 김정숙을 가리켰다. 김정숙은 북한 내에서 초상화까지 제작돼 걸지는 않았다. 따라서 ‘3대 위인 초상화정성사업’이란 말에서 ‘3대 위인’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새롭게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초상은 처음엔 검은 머리에 입을 다문 진지한 표정의 젊은 지도자 모습이었다가 1980년대 김정일 초상화가 나와 초상휘장(배지)에 이른바 ‘쌍상’(김일성-김정일 초상)이 들어가면서 노년의 흰 머리에 활짝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란히 걸린 3대 초상화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연설을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왼쪽)이 앉은 교실 앞쪽 칠판 위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북한 3대 지도자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 매체들은 21일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이 성대하게 거행됐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강령적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당 중앙간부학교를 세계적인 학원으로 건설하는 것은 단순히 교육기관의 면모를 일신하는 사업이 아니라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의 명맥과 향도력을 천추만대로 이어나가기 위한 최중대사”라며 “누구든 여기에 와보면 우리 당과 혁명의 명맥이 어떻게 이어지는가, 그 절대적인 집권력과 영도력이 어떻게 영구화되는가 하는 데 대한 명백한 대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중앙간부학교에 공산주의 사상의 뿌리인 마르크스와 레닌 초상을 걸고, 이를 북한식으로 주체사상화한 김일성-김정일과 같이 자신을 동일선상에 올리며 또 한 명의 사상지도자로서 우상화하는 과정으로 분석된다.
후계 세습설이 나오는 딸 김주애의 지위 상승이나 역할 강화도 이어질 수 있다. 쌍상인 초상휘장 디자인이 바뀌거나 김정은 단독 초상휘장이 등장할 수 있다. 북한에서 권력승계는 가장 중요한 업무로, 남북관계나 대외관계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 김정은 초상화 게재와 관련해 “북한 보도에서 김씨 3대 사진이 나란히 게재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며, 최초 사례인지는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과 선대 사진을 나란히 게재한 것은 최근 김정은 혁명사상 등 사상지도자로서의 위상 과시의 일환으로 보이며, 향후 김정은의 독자적 우상화 흐름에 유의해 동향을 주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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