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교사 사망사건, 학부모·학교 ‘무혐의’

이상호 기자 2024. 5. 2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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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명 숨져…악성 민원·교장 등 ‘책임 회피’ 정황
경찰, 전원 불송치…경기교육감 “당혹, 추가 대응 모색”

2021년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교사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단순 추락사로 처리됐던 젊은 두 교사의 죽음은 2023년 7월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진상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두 교사 모두 사망 직전까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학교 측의 책임 회피에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진상조사를 통해 A교사는 순직이 인정됐지만, B교사의 순직은 인정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같은 달 유가족들도 학부모 3명을 고소했다.

경찰은 8개월간 수사를 벌인 뒤 학교와 학부모 모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도교육청은 경찰의 결정에 이의신청 등 법률 대응 검토에 나섰다.

의정부경찰서는 22일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된 학부모 3명을 수사한 결과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어 불송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같은 시기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된 전현직 교장을 포함한 학교 관계자 5명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그동안 A교사의 자살 배경 등을 규명하기 위해 고인의 가족, 동료 교사, 학부모 등 21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또 고인과 학부모 휴대전화에 대해 포렌식 수사를 진행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교사는 2016년 이 학교에 초임 교사(당시 25세)로 부임했다. 부임 첫해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일로 다친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반복적으로 연락을 받았다. 학교안전공제회가 두 차례의 치료비를 지급했지만 A교사는 사비를 들여 8개월 동안 50만원씩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치료비로 전달했다. 해당 학부모는 “협박과 강요는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8월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A교사의 사망 관련 사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A교사를 대상으로 학부모 3명의 교권침해 행위가 있었단 사실이 확인됐다. 그해 10월 인사혁신처는 A교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B교사는 2017년(당시 23세) 이 학교에서 처음 교단에 섰다. 3학년 담임으로 근무를 시작한 B교사는 반 학생들의 폭력과 따돌림 문제,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렸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유족들은 B교사가 학부모들과 통화할 때 손발을 떠는 등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2017년과 2019년에는 두 달씩 병가를 내기도 했다. B교사는 2021년 6월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명백한 공무상 재해라며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교육 현장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는 선생님들을 생각할 때 경찰의 결정이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유가족의 향후 입장을 존중하면서 기관 차원의 추가적인 대응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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