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경상대 학칙 개정 부결… 정부 “국시 연기 검토 안 해”

정재영 2024. 5.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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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곳곳 증원 파열음
교수평의회서 과반 동의 못 얻어
전북대 “외부인 간섭 스스로 지켜”
경상대 “독단적인 결정 용납 못해”
의료계측 대법에 신속 결정 요청
일부 전공의는 대통령실에 편지
복지부, 전공의 병원 복귀 재촉구
“3개월여 법 위반…처분 절차 검토”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고등법원에서 기각·각하되며 전국 대학이 관련 학칙 개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경상국립대와 전북대에서 학칙 개정에 제동이 걸렸다.

22일 각 대학에 따르면 전북대는 이날 열린 교수평의회에서 관련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다. 전북대는 10일 교육부 정책에 따라 모집정원을 기존 142명에서 200명으로 늘리는 학칙 일부개정안을 예고했다. 이후 1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쳤지만 교수들의 찬반 의견을 모으는 단계를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전북대 의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외부의 간섭과 지시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켰다. 의대 증원의 문제점이 다시 한 번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텅 빈 강의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2일 서울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전공의를 향해 “빨리 돌아오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경상국립대도 전날 의대 정원을 76명에서 138명으로 늘리기로 한 학무회의 심의 통과가 하루 만에 무효가 됐다. 교수 평의원회와 잇따라 열린 교직원·학생으로 구성된 대학 평의원회 모두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상국립대 측은 평의원회 구성원 다수가 현재 시설과 교수진으로 138명의 의대 인원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상국립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집회를 열어 “독단적 결정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의대 교육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상적 의료인 양성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대한민국 의료 부실화로 이어진다”고 규탄했다.

가장 먼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던 부산대는 14일 만인 21일 재심의해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125명이던 의대 입학정원은 200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의대 실험·실습장비와 교수진 충원 등 제반 여건이 충족되기 전까지는 기존 정원에서 38명만 증원한다. 따라서 2025학년도 부산대 의대 신입생은 163명을 선발한다.

같은 날 강원대도 49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을 91명으로 늘리는 학칙 개정안을 가결했다. 기존 증원 규모인 83명의 50%를 반영해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학칙 개정의 최종 권한은 각 대학 총장에게 있어, 구성원의 반발에도 개정은 이뤄질 수 있다. 교육부는 학칙 개정 결정권은 총장에게 있고, 학칙은 정부의 증원정책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만약 총장이 개정하지 않으면 모집정지 등 행정조치 통해 시정하게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뉴시스
전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각 대학의 의대 증원 학칙 개정 부결 가능성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정원이) 발표되면 학칙 개정과 관계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학칙은 반드시 대교협에서 공표한 숫자만큼 개정되어야 한다. 법적 사안인 만큼 법을 준수하는 대학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의과대학 중 16개 대학의 학칙 개정이 완료됐다.

대교협은 24일 제2차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갖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포함된 대학입학전형 시행 계획을 심사할 예정이다. 대교협은 심사 결과를 취합해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대학들은 늦어도 31일까지 수시 모집요강을 공표해야 한다. 그 전에 학칙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라고 사직 전공의들에 대해 처분하고 싶겠나. 빨리 돌아오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현재 3개월 넘게 현행법 위반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며 “전공의 처분은 법 규정대로 해오다가 3월 말부터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는데, 현재 처분 절차를 언제 재개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손해배상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하고, 일부 의대에서 국시 연기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선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필요성이 제기되면 관계 부처와 충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 대통령에게 전달할 '응급의학과 사직전공의들이 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과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들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편지와 수기집 ‘응급실, 우리들의 24시간’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의료의 최전선에서 자긍심을 갖고 일해 나가던 젊은 의사들이 왜 가장 먼저 사직서를 제출했는지 살펴봐 달라는 취지다.

의료계 일부는 16일 고등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기각·각하에도 대법원의 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법원에 ‘신속한 결정 요청서’를 내고 “대법원이 29일까지 최종 결정하겠다고 발표해 달라”고 주장했다. 다음 주 모집요강 발표 전에 대법원이 가처분 판단을 해 달라는 것인데, 아직 재판부 배당조차 되지 않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이) 사건 검토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재판부 합의에 소요되는 시간은 가늠할 수 없다”며 “긴급성을 요하는 사건으로 보고 오늘(22일) 당장 심리에 착수한다고 가정하더라도 6월 말까지 결론이 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정재영·강승훈·이정우·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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