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오세요” 인증샷 명소에 가림막… 오버투어리즘 몸살 앓는 일본

강구열 2024. 5. 23. 06: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1일 일본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정(町)의 한 편의점 앞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한 인도인 관광객은 민영방송 ANN과 인터뷰에서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이런 풍경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인 교토시는 버스를 증편하는 한편 관광객이 유입되는 허브인 교토역과 각 명소를 정액 요금으로 운행하는 택시를 운용 중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줄이기’ 고육책
후지산 앞 편의점 핫스폿 떠올라
무단횡단·쓰레기 투기 등 문제 커
길 건너편서 사진 못 찍게 만들자
관광객, 인근 편의점 몰려 또 문제
지자체들 숙박세·입산세 등 도입
버스 증편 등 교통 대책도 쏟아져
21일 일본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정(町)의 한 편의점 앞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후지산이 편의점 건물 위에 올라탄 듯한 풍경으로 향했다. 한 인도인 관광객은 민영방송 ANN과 인터뷰에서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이런 풍경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외국인들의 이런 찬사가 달갑지만은 않다. 급증한 관광객들로 무단횡단, 쓰레기 투기 등 갖가지 문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봄 주 1회 정도였던 민원이 올해 3월에는 주 3회 정도로 늘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혼잡과 불편에 가와구치코정은 후지산과 편의점을 조합한 풍경을 가장 잘 찍을 수 있는 편의점 맞은편 보행로에 높이 2.5m, 길이 20m의 검은 가림막을 설치했다. 관광 포인트인 풍경을 가려 관광객을 줄여 보겠다는 고육책이다.

최근 일본 유명 관광지들이 겪고 있는 오버투어리즘의 상징 같은 장면이다.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반기기도 하지만 안전 문제나 교통 혼잡, 사유지 침범 등의 각종 문제가 발생하며 불만을 터뜨리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관광객 감소를 노린 조치를 취하거나 숙박료 등에 세금을 매겨 관광 비용을 늘리고, 주민과의 분리를 모색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이젠 못 찍어요 일본을 찾은 한 관광객이 21일 후지산이 보이는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정의 편의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와구치코=AFP연합뉴스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려 주민 불편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가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정의 편의점 맞은편 보행로에 높이 2.5m, 길이 20m의 검은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가와구치코=AFP연합뉴스
오버투어리즘은 관광객 급증에서 비롯된다. 22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약 304만명으로 3월 308만명에 이어 두 달 연속 300만명을 넘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방일 외국인 수는 1160만명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축은 극복한 지 오래고 그 이전인 2019년 수준(3월 276만명, 4월 292만명)을 넘어섰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JNTO는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호주, 미국 등 14개 국가·지역은 4월에 일본을 찾은 관광객 수로는 역대 최대”라고 밝혔다.

늘어난 관광객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는데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이 후지산 인근 지역이다. 후지산 촬영 핫스폿으로 주목을 받은 편의점 앞에 가림막을 설치하자 관광객들은 이미 인근 다른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또 다른 가림막을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벌써 나오고 있다.

야마나시현은 최근 후지산 등산객에게 인기가 많은 ‘요시다 루트’에 통행료 2000엔(약1만7000원)을 부과하고 등산객을 4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저마다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마쿠라시는 혼잡도가 심한 일부 전철 구간은 관광객의 도보 이동을 유도하기 위해 지도를 배포하고, 안내원을 배치했다.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인 교토시는 버스를 증편하는 한편 관광객이 유입되는 허브인 교토역과 각 명소를 정액 요금으로 운행하는 택시를 운용 중이다.

세금을 매겨 관광객 증가를 억제하려는 지자체들도 여러 곳이다. 도쿄도, 오사카부,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등은 숙박료의 1∼2% 정도로 책정한 숙박세를 도입했다. 와카야마현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야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입산세’(入山稅)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아사히는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시민의 발인 버스나 전철 이용이 어려워지고 교통 정체, 쓰레기 무단투기 등이 증가하고 있다”며 “음식점 가격도 상승해 주민들은 가기 어려워지는 문제까지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