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금리다"…일본서 수익성 1등 만든 '1%의 기적'
[편집자주] 해외 공항에서 우리나라의 은행 광고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해외 진출 지역마다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앞세운 금융회사들은 K금융의 영토를 넓혔다. 이제는 넓어진 영토에서 핀테크 기술 등을 앞세워 '디지털 금융 DNA'를 심고 있다. 국경을 넘어 미래로 향하는 K금융의 전략을 취재했다.
은행업의 본질에 충실하던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이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다시 썼다. 외국계 은행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생존은 물론 존재감도 키우고 있다. 치열한 현지화와 디지털 금융을 앞세워 일본인의 금융생활에 깃들고 있다.
지난해 SBJ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7.1% 증가한 136억엔(약 1188억원)으로 2009년 설립 후 역대 최고다. 3년 전과 비교해 당기순이익이 81.3% 늘었다. 총자산은 1조5170억엔으로 2020년에 비해 50.8% 늘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일본 내 126개 은행 중 자산규모는 100등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350명의 직원으로 일본 내에서 △직원 1인당 수익성 1등(4000만엔) △ROA(총자산순이익률·0.90%) 2등 △ROE(자기자본이익률·11.73%) 3등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의 일본 진출은 1986년 오사카지점에서 시작한다. 일본에서 꾸준히 현지 고객을 확보하던 신한은행은 2009년 오사카, 도쿄, 후쿠오카 기존 3개 지점을 묶어 SBJ은행을 설립했다.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현지법인 인가를 받았다. 현재 9개 지점, 3개 론센터, 4개 환전소를 운영 중이다.
외국계 은행이 일본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일본 은행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100여곳에 달하는 지방은행과 '메가뱅크'로 불리는 도시은행이 지역별 영업망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이방인인 외국계 은행이 끼어들 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SBJ은행에 앞서 외국계 은행으로 일본에 진출한 씨티은행이 개인금융부문을 포기할 정도다.
하지만 SBJ은행은 살아남았다. 작은 틈을 찾아 파고들었다. 2009년 개업하며 '은행은 금리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연 1%(5년 2%)의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며 일본 내에서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일본의 정기예금 금리는 0%에 가까웠다. 지점 앞에 줄을 서서 계좌를 개설하려고 기다리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김재민 SBJ은행 법인장(부사장)은 "은행 본연의 업무를 기본적으로 충실히 수행하면서 일본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의 95%가 일본인으로 일본 현지영업을 우선하면서 개인과 기업금융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SBJ은행이 '금리 맛집'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한의 디지털 금융기술이 있다. SBJ은행은 신한의 글로벌 뱅킹시스템을 도입해 일본 현지에 맞도록 자체개발했다. 반면 일본 대부분 은행은 비싼 비용을 내고 일본 내 대형 IT(정보기술)기업이 개발한 뱅킹시스템을 이용 중이다. SBJ은행은 앱(애플리케이션), 인터넷뱅킹을 통해 예금, 대출, 외환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 중으로 전체 개인 예금의 68%를 비대면으로 조달한다.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외부 제휴를 통한 상품·서비스 경쟁력 강화, 디지털 플랫폼 확장을 통한 고객 기반 확대를 추진 중이다.
특히 2020년에는 디지털·ICT(정보통신기술) 자회사인 SBJ DNX를 설립했다. 2022년에는 도쿄 기반의 금융회사 키라보시파이낸셜그룹의 인터넷은행 UI은행에 뱅킹시스템과 앱을 제공했다. 일본 은행산업의 폐쇄성을 고려하면 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SBJ은행은 SBJ DNX를 통해 신한의 고효율 뱅킹시스템을 일본 내 제공하고 비금융분야로 확장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의 현지화·디지털 전략은 다른 국가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대이익을 냈다. 해외지점에서 672억원, 해외법인에서 4821억원 등 총 5493억원의 순이익을 글로벌 시장에서 거뒀다.
2015~2016년 SBJ은행 법인장을 맡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글로벌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일본은 채널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한 자산을 획득하는 전략과 한국의 뱅킹 IT를 일본에 입히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일본)=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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