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로드] 웨이팅은 필수, 집요한 디테일이 만든 '1티어 고깃집'

김성화 다이어리알 기자 2024. 5. 23.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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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숯불가든의 돼지고기. /사진=다이어리알
최근 제주 유명 고깃집 '비계 삼겹살' 이슈로 제주를 넘어 전국 돼지고기 전문점의 질 낮은 고기를 판매한 제보가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은 주식인 쌀 소비량을 추월했다. 이 가운데 돼지고기는 압도적인 1위 품목으로 유별난 사랑을 받는 메뉴인 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은 컸다.

한 식당의 불찰로 끝나지 않고 비슷한 경험담이 속출하자 지역 이미지 하락을 염려해 도지사까지 나서서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논란과는 별개로 외식 문화가 발달하고 다양화되면서 외식 업계는 양적인 성장은 물론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서울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식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 외식을 대표하는 돼지고깃집도 두말할 것 없다. 국내에 6만개 이상의 돼지고깃집이 있으니 경쟁도 치열하고 소비자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레드 오션이나 다름없는 돼지고기 업계에서 돋보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꾸준한 품질관리와 남다른 기획력으로 가게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된, 질적 성장의 동력 역할을 하는 공간들은 한식 구이 문화를 보다 밀도 있게 숙성시키고 있다.

◆산청숯불가든 마곡점

산청숯불가든 내부. /사진=다이어리알
고깃집이지만 다소 이른 점심시간부터 오픈런을 부르는 가게가 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웨이팅 앱 100번대가 무색한 서울의 가장 뜨거운 돼지고깃집 '산청숯불가든'이다. 마곡 본점에 이어 서울 을지로에 2번째 매장을 내면서 확장했다. 흔한 돼지고기 아이템에 서울에서도 외식 주요 상권이 아닌 강서구 마곡지구에 첫 점포를 냈음에도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비결은 외식업 고수의 손을 거친 철저한 기획과 육류 외식 전문 기업의 노하우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덕이다.

산청숯불가든은 '세광양대창' '교대이층집' 등 걸출한 육류 외식 브랜드를 만들어온 김슬기 세광그린푸드 대표와 잠실 송리단길의 핫플 '고도식'을 만들고 삼각지의 대장 식당 '몽탄'의 컨설팅을 맡았던 정동우 미트포포 대표가 합심해 만들어낸 공간이다. 음식의 퀄리티는 물론 콘셉트, 인테리어, 사소한 경험적 디테일 하나하나 빈틈이 없다.

산청숯불가든의 전체 콘셉트를 일관성 있게 아우르는 키워드는 바로 '산청'이다. 지리산 자락의 경남 산청 특유의 청정 자연에서 느꼈던 힐링의 감성, 그 속에서 피어난 다채로운 식재료, 특산물인 우수한 흑돼지 원육, 쌀과 생수 하나에도 산청을 담아내며 현지의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오감을 자극하는 모든 요소에 디테일을 더했다.

마곡점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즉석으로 고기를 다듬는 정육 식당의 풍모가 물씬 풍겨온다. 천장에는 짝으로 들여온 고깃덩어리가 통째로 걸려있고 산청이라고 큼직하게 원산지가 쓰인 쌀 포대가 무심하게 쌓여있다. 벽면에 걸린 명패는 이미 수십 년 노포의 그것이라 해도 믿을 만큼 빈티지한 감성이 묻어난다. 산청을 서울 도심 한복판으로 옮겨 놓기 위한 집요함의 흔적이다.

고초장 양념구이. /사진=다이어리알
이곳의 주역은 산청 흑돼지다. 원육의 참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재래식 소금구이'는 500g 접시 단위로 판매하는데 숙성부터 손질까지 정통 방식을 고수하며 탄탄한 육질이 특징인 지리산 흑돼지 원육 중에서도 큰 도체만을 선별해 사용해 특유의 식감을 자랑한다.

재래식 소금구이 한판에는 오겹살, 목살, 어깨살 3가지 부위가 나오는데 고기와 함께 제공되는 싱싱한 쪽파를 숯불 위에 함께 구워 즐기도록 했다. 산청 뽕소금, 멜젓의 비린 맛을 줄여 보다 대중적으로 풀어낸 우렁 조림, 저염 명란 쌈장과 생 와사비, 갓김치 등 한 점 한 점 다양한 산청 곁들이와의 조합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고초장 양념구이'는 얇게 썬 고기에 고문헌에 기록된 고추장 제조법에 따라 꿀을 넣어 만든 매콤달콤한 특제 소스를 끼얹어 제공된다. 여느 양념구이처럼 미리 재워 놓지 않고 고객의 눈앞에서 양념을 발라 여러 번 뒤집어가며 바싹 구워내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양념 맛과 불맛, 고기 자체 육질의 삼박자가 황금 밸런스를 이룬다.

식사 메뉴인 '검은콩 한우 된장'도 명물이다. 구수한 찌개는 큼직한 두부와 통고추, 알알이 씹히는 검은콩에 풍성한 한우까지 다채로운 재료가 들어가 있으며 짜지 않아 고기와 함께 끓여가며 떠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을 보이기 일쑤다.

◆금돼지식당

금돼지식당 메뉴. /사진=다이어리알
신당동에 위치한 돼지고기 전문점으로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긴 웨이팅은 필수다. 요크셔와 버크셔, 듀록 돼지의 교배종인 YBD 돼지를 사용하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본삼겹과 눈꽃목살이다. 본삼겹은 갈빗대 주위의 삼겹살 부위로 갈비와 삼겹살 두 가지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눈꽃목살은 눈꽃 모양의 마블링이 특징인 육즙이 풍부하고 쫀득하며 연탄 특유의 불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와 함께 특별한 하이볼 머신을 통해 맛볼 수 있는 하이볼과 통돼지 김치찌개도 명물이다.

◆신사약방

신사약방 메뉴. /사진=다이어리알
숙성육의 대가, 에이징 마스터 최정락 셰프의 차별화된 숙성 과정을 거친 숙성육으로 일반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부드러움과 깊은 고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곳. 대표 메뉴는 전통 누룩으로 30일간 발효하여 특유의 감칠맛을 자랑하는 '누룩 발효 삼겹살'과 난축맛돈과 산청 흑돼지를 선별해 40일간 건조 숙성해 한정 수량만 판매하는 '흑돼지 스페셜'이다. 직접 담근 대파 김치에 볶은 대파 볶음밥은 마무리 식사로 필수다. 흑돼지 육수를 베이스로 즐기는 메밀냉면도 신사약방만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남영돈

남영돈 메뉴.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남영동의 상징과 같은 참숯 화로 전문점으로 2대째 어머니 대부터 운영되던 식당을 아들이 이어가고 있으며 리뉴얼을 통해 전국구 맛집으로 일궈냈다. 삼겹살, 가브리살, 목살 등 다양한 부위가 고르게 사랑받고 있으며 강원도에서 공수한 참숯을 사용하며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히 배합되도록 매장에서 직접 두툼하게 커팅해 풍부한 육즙과 쫀득한 식감이 살아있다. 입소문이 대단해 웨이팅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김성화 다이어리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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