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0개 의대 “6년제 통합 과정서 윤리·철학·역사 교육 강화해야”

표태준 기자 2024. 5.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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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학회 전국 설문조사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 중인 가운데 22일 서울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연합뉴스

전국 40개 의대가 앞으로 도입할 6년제 통합 교육과정에서 윤리, 철학, 역사 등 인문 사회적 소양을 폭넓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필수 자질로 전공 지식이나 실습 능력뿐 아니라 윤리의식과 인간에 대한 이해 등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지난 2월 각 대학이 의대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공포했다. 지금은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를 나눌 필요 없이 대학이 알아서 6년 과정을 운영하라는 것이다.

이에 한국의학교육학회가 올해 초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6년제 교육과정에서 개편하거나 도입해야 할 교육’을 설문했다. 학회는 의대들에 교육 항목을 18개 제시하고 1~5위 순위를 매기라고 한 뒤 이를 점수로 환산해 종합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1위가 ‘기초·임상의학과 인문사회의학 통합’으로 나타났다. 기존 의대 교육 과정에서 의대생은 예과 때 인문사회의학 등 교양 수업을 듣고 본과부터는 전공과 임상 실습에 매진하는데, 이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이승희 서울대 의대 의학교육학 교수는 “저학년뿐 아니라 본과생 때도 적재적소에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배치해 제대로 된 인문학 소양과 윤리의식을 지닌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간 의료계에서 전공과 임상뿐 아니라 인문 사회 분야 교육이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다”고 말했다.

2위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꼽혔다. 의사과학자는 환자 진료 대신 의료 기술, 바이오 신약, 첨단 의료 장비 등을 연구·개발하는 의사다. 한국 의대는 성적 최상위권 학생이 모이는 곳이지만, 연간 의대 졸업생 약 3800명 중 의사과학자가 되기 위한 기초의학을 전공한 사람은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6년제에서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예과생 때부터 임상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취지의 ‘조기 임상 노출’이 3위를 기록했다. 기존에는 본과 3학년이 돼야 임상 교육을 시작해 환자에 대한 경험 등을 쌓기 부족했다. 4위는 ‘패스웨이(pathway) 교육 과정’ 도입이 꼽혔다. ‘패스웨이’는 하버드 의대 등에서 실시하는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도록 하고, 진로 적성 검사로 자기 적성을 찾고 임상 경험을 일찍 쌓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본인 적성에 대한 고민 없이 졸업 후 성적순으로 인기과를 선택하는 현상을 막자는 것이다.

5위는 ‘의사소통 능력 강화’였다. 많은 환자를 대하는 만큼 꼭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이 현재 교육과정에선 부재한 상황이다. 이 외에 ‘전문직 간 교육(여러 전문 분야 전공자가 함께 학습)’ ‘데이터사이언스와 인공지능’ ‘환자 안전과 질 향상’ ‘장기 추적 임상 실습’ ‘지역사회의료’ 등도 순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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