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양준혁·이승엽… 이제 삼성은 ‘영웅 시대’

대구/양승수 기자 2024. 5.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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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삼성의 강타자’ 계보 잇는 김영웅
영웅본색 - 지난 21일 KT전에서 8회말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김영웅. 그는 “배트를 가볍게 쥐고 있다가 공이 왔을 때 정확하고 강하게 맞히는 것이 올 시즌 좋은 타격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트로트는 임영웅, 야구는 김영웅’. 프로야구 삼성 팬들은 요즘 ‘영웅시대’에 푹 빠졌다. 이제 데뷔 3년 차. 신인이나 다름없는 선수가 팀 공격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김영웅(21)이다. 올 시즌 12홈런 32타점에 타율 0.301 OPS(출루율+장타율) 0.955(21일 현재). 홈런은 리그 4위, 장타율 5위 OPS 7위 등 공격 각 부문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2년간 3홈런 13타점에 그쳤던 ‘미완의 대기’가 올 시즌 포텐(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9번 타자로 경기에 출장했으나 이젠 당당 4번 타자. 이만수-김성래-양준혁-이승엽 등 삼성 4번 타자 계보를 잇고 있다. 그는 “삼성에 지명받았을 때, (뒤늦게) 어머니가 태몽으로 커다란 사자 한 마리가 나오는 꿈을 꿨다고 하시더라”면서 “천생 라이온즈 선수가 될 운명이었나 보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만난 그는 “전엔 (관중석에서 잘) 보이지 않던 (본인) 유니폼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면서 수줍게 웃었다. 이날 그는 8회 말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으로 라이온즈 파크를 열광의 도가니로 빠트렸다. 홈 팬들은 ‘김영웅’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흔들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제 대구 라이온킹은 이승엽이 아니라 김영웅이 된 듯한 분위기. 팬들은 “김영웅 단독 콘서트는 언제 하나요”라면서 신나게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는 “솔직히 4번 타자로 어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양준혁 선배님처럼 덩치가 있는 편도 아니고 그저 중장거리형 타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4번 타자를 맡겨준 이상 더 집중하려고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김현국

김영웅은 2010년 초교(공주 중동초) 1학년 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김광현(당시 SK) 투구를 보면서 감명을 받아 야구를 시작했다. 초교 졸업 후 야구에 인생을 걸겠다는 각오로 지역 공주중학교로 진학했다. 공주중은 박찬호 등 유명 야구 선수를 배출한 야구 명문교. 그러나 좀처럼 출전 기회를 마음껏 잡지 못하고 초교 친구들이 많이 있는 신생팀 경남 합천 야로중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그는 “중학생이 되면서 야구에 독기가 점점 붙었는데, 공주중에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며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계속 공주에만 있었다면 프로에 못 갔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때 전학 경험은 이후 고교 진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중학교 졸업 후 인근 마산 용마고(옛 마산상고) 등 야구 명문고 제의가 있었지만 한 번 더 신생 팀을 골랐다. 그게 양산 물금고였다. 김영웅은 물금고가 배출한 유일한 프로 선수다. 그는 모교에 대한 애정이 깊다. 지난해 청룡기 준우승을 하며 돌풍을 일으킨 물금고 경기를 봤냐고 묻자 “당연히 경기는 물론, 모든 기사들을 다 챙겨 봤다”면서 “3학년일 때 1학년이던 후배들인데 포기하지 않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힘이 났다”고 했다. 이어 “후배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잘해서 같이 프로야구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고교 시절 은사인 물금고 강승영 감독과 박정준 코치가 종종 연락을 줘 힘이 된다고도 했다. “경기가 잘 안 풀린 날에 ‘그럴 수 있다. 힘내라’는 감독님과 코치님 연락이 간간이 온다”면서 “이상하게 그런 다음 날에는 경기가 잘 풀리더라”고 말했다. 강승영 감독도 “영웅이는 야구 하나만큼은 진심”이라면서 “이번 시즌 반짝이 아니라 학생 때부터 보여주던 꾸준함과 성실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물금고 졸업 후 2022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당시 삼성 1차 지명은 이재현(21). 그는 같은 내야수인 이재현 대체 자원 정도로 여겨졌고 작년까지만 해도 실제 그랬다. 그런데 올해부턴 처지가 바뀌었다. 이재현도 비교적 잘하고 있지만 김영웅은 역대급이다.

그 비결을 묻자 “믿는 방법을 밀어붙였다”고 답했다. “전에는 선배나 코치들이 조언하면 타격 자세도 바꿔보고 갈팡질팡했는데 올해는 실패를 하더라도 후회 없이 내가 생각하는 맞는 방법으로 해보자고 다짐했다.” “이번 시즌에 앞서서도 박진만 감독님께서 배트를 좀 더 짧게 쥐고 쳐보자고 했는데 한 번만 믿어달라고 했다(길게 잡고 계속 치겠다)”면서 “감독님이 흔쾌히 ‘알겠다’며 믿어준 게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패를 하더라도 얻는 게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믿고 내 생각대로 하니 남 탓 할 것도 없고 조금 안되더라도 마음이 비워지더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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