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기간 길어지더니"…서울 주택공급 가뭄 키웠다

이수현 2024. 5.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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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 등지 잇따라 공사 기간 연장
입주물량 감소 현실화…전셋값 상승 불쏘시개 가능성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건설경기 침체 속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현장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선 전세 매물 부족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까지 입주가 예정된 단지 곳곳에서 공사 종료일이 연장돼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성동구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행당7구역)은 공사 기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조합과 시공사는 공사비 306억원 증액과 공사 기간 4개월 연장에 합의했으며, 이달 말 조합원 총회에서 합의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공사 기간이 연장되면 입주 예정일은 내년 3월에서 7월로 늦춰진다.

공사 기간이 현장별로 잇따라 연장되는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과 고금리 장기화 등의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현재 공사 단계인 단지 다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2년에 착공됨에 따라 공사 기간이 늘어났다는 설명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 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현장이 멈추는 경우가 많았고 2022년엔 시멘트 파동이 이어지면서 준공기일을 맞추지 못한 현장이 늘었다"면서 "평균 근무 시간이 짧아진 점도 공사 기간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공사비 인상을 두고 건설사와 조합이 갈등을 겪는 현장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공사비를 두고 협의기간이 길어지고 일부 사업장은 공사가 멈추면서 입주 기간이 늘어난 영향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과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도 공사비 인상 여파에 계약 마감 기간이 불확실하다. 대조1구역의 경우 2026년 1월 입주 예정이지만 지난 1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탓에 공사 기간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 또한 지난 2월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 인상안과 공사 기간 연장안에 대해 조합원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시공단은 지난 2월 공사비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입주 예정일을 2025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해달라고 제안했지만 협의가 길어지면서 공사 기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업계에서는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서울 내 입주물량 가뭄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에서 신규 공급물량 부족 우려가 상황에서 입주가 예정된 단지가 차례로 입주 예정일을 연기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발표한 올해 입주 물량은 3만7897가구,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은 4만8329가구로 내년까지 총 8만6226가구가 입주한다. 다만 물량 중 38.2%가 공공주택과 청년 안심주택, 역세권장기전세주택 등 공공물량이고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768가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2326가구) 등 정비사업 현장을 중심으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공급 물량 가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공급 부족 우려가 이어지면서 전셋값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4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했다. 2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이 1년 전과 비교해 22.6%(3만7888건→2만9337건)으로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세대 다가구 등 입주 물량도 중요하지만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라면서 "이를 감안하면 서울 입주 물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공물량의 경우 입주 조건이 한정적이고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이 아닌 만큼 해당 주택은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착공 후 입주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아파트 특성 상 단기간에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별다른 대책이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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