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요금 늦춰졌지만 쐐기…내년 전력도매가 적용 첫 관문

이석주 기자 2024. 5.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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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전기료 2026년 시행

- 분산에너지법과 동시시행 무산
- 산업부 ‘2년 늦게 도입’ 못박아
- 장기표류·폐기될 우려 줄었지만
- 전기사업법 등 손볼 법안 많아
- 수도권 반발 여론전도 대비해야

정부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 시행 시기를 2026년으로 공식화한 것은 전력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른 불합리한 요금 체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록 다음 달 14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 시행 이후 2년 뒤에 도입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그동안 차등요금제 시행 여부마저 불투명했던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구체적인 시기를 확정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2026년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부산시민은 2년 뒤 서울 등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전기요금을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사진은 부산 금정구 선동 일원에 설치된 송전탑 전경.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분산에너지법 2년 뒤 ‘지각 시행’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한전), 원전 당국에 따르면 차등요금제의 기본 개념은 부산 등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과 서울 등 전력 다소비 지역 간 전기요금을 각각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다. 중앙 집중식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제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부산지역 전체 전력 사용량은 2만1556GWh(기가와트시)로 서울(4만9219GWh)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발전량(3만7497GWh)은 서울(5115GWh)보다 7.3배나 많았다. 이런 수급 불균형 문제는 수치에서만 소폭 변화가 있을 뿐 매년 반복돼 왔다.

이 때문에 차등요금제는 국정감사 때 항상 ‘단골 현안’으로 등장했고,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 남갑)이 2022년 11월 분산에너지법을 대표 발의한 이후 부산지역 핵심 현안으로 떠올라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분산에너지법에는 차등요금제 시행 근거가 담겼다. 특히 지난해 2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에서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안건이 의결된 이후에는 ‘핵위험을 떠안으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부산이 전기요금까지 수도권과 똑같이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정점에 달했다.

이로 인해 분산에너지법을 제정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이 빨라졌고 그 결과 해당 법안은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분산에너지법 시행규칙에 차등요금제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아 다음 달 14일 분산에너지법과 함께 시행되는 것은 무산됐다. 결국 이날 발표된 정부 계획이 앞으로 원활히 추진되면 부산 등 원전 소재 지역에 실질적 도움이 될 차등요금제는 분산에너지법 발의 이후 4년 만에, 해당 법안 시행 이후 2년 만에 현실화된다.

▮넘어야 할 과제 여전히 많아

이날 정부가 제도 시행 시기를 명문화한 것은 차등요금제 자체가 백지화되거나 적어도 ‘장기 난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향후 전력 및 요금체계 조정 등 과제가 산적하지만 차등요금제를 통해 부산이 ‘저렴한 전기요금’ 등을 앞세워 수도권 기업·산업 유치 등 효과를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산업부 안덕근 장관은 “그동안 지속된 전국 단일 가격(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비수도권의 입지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산업부가 지난해 5월 분산에너지법 국회 통과 이후 차등요금제와 관련한 하위법령을 마련하지 않은 것처럼 2026년 시행 때까지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2년 뒤 차등요금제 정상 시행의 첫 번째 관건은 내년 상반기로 계획된 ‘전력도매가격(SMP) 차등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산업부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구입하는) 전력의 도매가격 차등제를 먼저 실시한 뒤 원가 분석에 기초해 2026년 소매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차등요금제)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도매가격 차등제의 정상 시행 여부가 소매 전기요금 차등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개편해야 할 법안도 적지 않다. 앞서 한전 김동철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등요금제를 시행하려면 분산에너지법 외에 현행 ‘전기사업법’에도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전 자체 기본공급 약관과 전력시장 운영 규칙 등도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차등요금제 시행에 앞서 ‘역차별’을 주장하는 수도권 반발 등이 예상보다 심해지면 정부가 궤도 수정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지역이 여론을 모으는 등 추후 대응 방안도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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