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야구 하이라이트 영상, AI가 뚝딱 …무인 스포츠 중계 시대 열려

성유진 기자 2024. 5. 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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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스포츠 중계

“이승택 선수의 벙커샷이 그린으로 안착했습니다. 홀에 거의 도달한 0.47야드(약 43cm)만 남은 상황입니다.” 지난 19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오픈 최종 라운드.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서비스 앱 에이닷 중계 화면 아래쪽에 이런 문자 해설이 연이어 이어졌다. 실제 중계진이 아닌 생성형 AI를 활용한 ‘AI 캐스터’였다. 이 캐스터는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평균 퍼트 수, 현재 순위 등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스포츠 중계가 AI 기술을 입고 진화하고 있다. 선수나 공 움직임, 점수판 화면 등을 인식해 하이라이트 영상을 뚝딱 만들어내고, 사람 중계진을 대신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AI로 좋아하는 선수 모습을 구현해 색다른 해설을 들려주기도 한다. AI 기반 무인 카메라가 공이나 동작을 따라가며 경기를 촬영하고 자유자재로 앵글·화면을 바꿔가며 필요한 장면을 보여준다. 무인 중계는 비인기 종목이나 청소년 경기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경기 접근성도 높여주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경기 시간 긴 골프·야구는 AI 하이라이트

요즘 가장 자주 쓰는 서비스는 ‘AI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AI가 경기 중 거의 실시간으로 득점 상황 등을 인식하고 편집해준다. 네이버는 2021년 한국프로야구(KBO)에 이 기술을 도입해 수동으로 30분 걸리던 편집 시간을 3분으로 단축했다. 삼진과 호수비, 홈런 같은 주요 장면을 분류하고 리플레이 영상 같은 불필요한 부분은 알아서 잘라낸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풀경기보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많이 찾는 야구·골프 같은 종목에 특히 유용하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스포츠 플랫폼 ‘스포키’에서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득점 후 3분 안에 제작해 보여준다. 회사 관계자는 “스코어보드 숫자가 변하면 득점으로 인식하고 이를 기준으로 장면 전환이나 볼터치 횟수 같은 데이터를 통해 시작 순간을 찾아 영상을 제작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중계에서 AI 하이라이트 영상 기반 ‘빠른 요약’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AI를 통해 경기 진행 상황도 예측한다. 수비수 움직임을 분석해 쿼터백에게 돌진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 아래쪽에 빨간색 원을 그려주고, 두 가지 공격 선택지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해야 승리 가능성이 큰지 계산해 보여주기도 한다. 미국 골프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경우 모바일 앱 중계 때 ‘9번 홀은 오늘 세 번째로 가장 어려운 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치에서 친 샷은 버디로 이어질 확률이 82%다’ 같은 예측 해설을 제공한다. IBM 기술로 17만개 이상의 샷을 포함해 8년간의 경기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한다. 2만여 개 하이라이트 영상에 AI 기반 영어·스페인어 자동 음성·자막 해설도 제공하고 있다.

유명 선수의 얼굴과 음성으로 해설도 들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SK텔레콤오픈 대회에서 음성 합성 기술과 페이스 스와프 기술로 ‘AI 최경주’를 만들어 특별해설위원으로 깜짝 등장시켰다. AI 최경주는 인간 최경주 선수가 실제 뛴 이 경기에서 “최경주를 박상현이 한 타 차로 뒤쫓고 있습니다” 같은 식으로 경기 상황을 전달했다.

◇스포츠 무인 중계 시대 활짝

중계에 사람 개입을 최소화한 무인 스포츠 경기 중계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AI 기반 무인 카메라가 선수나 공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하고 상황에 따라 줌인·줌아웃을 선택한다. 경기 흐름에 맞춰 화면도 바꾼다. 예를 들어 야구 중계의 경우 투수가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상황에선 투수·타자를 보여주고 타자가 공을 치면 내야·외야 화면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이를 실시간 스트리밍 앱을 통해 생중계한다. 2013년 창업한 이스라엘 픽셀롯이 대표적인 업체로, 미국·영국·포르투갈·프랑스 등의 나라에서 축구·농구·야구·배구 등 10개 넘는 종목에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무인 중계는 비인기 종목이나 청소년·유소년 스포츠에도 도움을 준다. 아일랜드 여자축구협회 리그는 2021년 무인 중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관중 수와 언론 보도가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한국에서 픽셀롯 기반 AI 중계 서비스를 운영하는 와이에스티는 대한핸드볼협회·대한배구협회·한국리틀야구연맹과 계약을 맺고 경기 중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히 청소년·유소년 대회의 경우 선수는 물론 학부모도 경기를 시청하고 기록으로도 남길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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