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 ‘서버용 CPU’ 독립선언

이해인 기자 2024. 5. 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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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구글 속속 자체개발 나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1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에서 자체 개발한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코발트100′을 공개했다.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된 저전력 CPU로 128개 프로세서 코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가 서버용 CPU를 개발해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S는 “코발트 100은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CPU보다 40%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며 “어도비와 스노플레이크는 이미 이 칩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세계 곳곳에서 데이터 센터 구축 열풍이 불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체 AI CPU 개발에 뛰어들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품귀를 빚은 엔비디아 칩 H100을 대체하기 위해 자체 AI 가속기를 선보인 빅테크들이 이제는 서버용 CPU까지 속속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나 데이터센터에서 AI와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려면 그래픽 처리 장치(GPU)뿐 아니라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도 필수적이다.

그래픽=이진영

◇CPU 자체 설계 나선 빅테크

구글 클라우드는 지난달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례 기술 콘퍼런스를 열고 구글의 첫 서버용 CPU인 악시온을 공개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이 칩이 그동안 서버용 CPU 시장을 주도해온 인텔의 ‘x86′ 기반 CPU보다 성능은 50%, 에너지 효율은 60% 좋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분석, 정보 검색뿐 아니라 AI 서비스를 수행하려면 엄청난 양의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며 “성능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지속 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최근 고객의 트렌드와 달리 CPU 개선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자체 CPU 개발 이유를 밝혔다.

MS와 구글이 잇따라 뛰어드는 건 앞서 아마존의 성공 때문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자회사인 AWS는 이미 자체 서버용 CPU를 내놔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AWS는 지난 2018년부터 서버용 반도체 그래비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지난해 말 그래비톤4를 내놨다. AWS가 매 분기 높은 영업이익을 내는 데는 자체 개발한 그래비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능·비용·전력, 최적화 3박자

클라우드를 갖고 있는 빅테크들이 하드웨어 개발에 나서는 건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AI 칩을 독점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에서 독립하겠다는 시도다. 현재 GPU는 엔비디아가, CPU는 인텔과 AMD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빅테크들 입장에서는 이들 의존도를 낮추고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려는 욕구가 있는 것이다.

비용과, 성능, 전력 효율 면에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데이터 센터에 최적화된 CPU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여러 기업의 수요와 다양한 용도를 겨냥해 제작한 범용 CPU와 달리 각 기업은 자체 서비스와 목적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만들어 생산 비용은 물론 전력 소모 같은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 Arm 기반 서버 칩은 인텔이나 AMD 같은 x86 계열 범용 CPU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고 에너지 효율성도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S는 “효율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컴퓨팅 성능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코발트 100은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데이터 센터에서 와트당 성능을 최적화하는 ‘전력 효율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AI CPU 개발 경쟁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이 필요한 제품의 생산을 맡기려고 하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CPU·중앙처리장치

Central Processing Unit의 약자. 컴퓨터에서 기억, 해석, 연산, 제어라는 4대 주요 기능을 관할하는 중앙 처리 장치를 말한다. 사용처에 따라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에 들어가는 PC용 CPU,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CPU,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AP 등으로 나뉜다. 인텔과 AMD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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