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에도 담긴 구수한 유머… 세계 주목받는 한국 문학의 저력

황지윤 기자 2024. 5. 23.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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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후보 ‘철도원 삼대’ 번역한 김소라·배영재씨 인터뷰
'철도원 삼대'(영제 'Mater 2-10')를 쓴 소설가 황석영(왼쪽)이 21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부커상 시상식에서 김소라(소라 김 러셀) 번역가, 배영재 번역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벡(57)에게 돌아갔다. 소설 ‘철도원 삼대(Mater 2-10)’로 최종 후보에 올랐던 소설가 황석영(81)의 수상은 불발됐다. 그러나 한국 문학은 3년 연속 최종 후보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부커재단은 2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연 시상식에서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를 2024년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1986년 동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19세 여성과 50대 유부남의 사랑 이야기. 심사위원장 엘리너 와크텔은 “파괴적인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연인의 모습은 그 시기 동독의 역사와도 연결된다”고 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의 영어 번역 작품이 대상이다. 작가와 번역가에게 함께 상과 상금(5만파운드)을 준다. 발표 직후 황석영은 “(한국 독자들이) 속상해하실 것 같다”며 “더 열심히 쓰겠다”고 전했다.

한국 소설은 3년째 최종 후보에 오르고 있다. 2022년 정보라 ‘저주토끼’, 지난해 천명관 ‘고래’ 등. 앞서 2016년에는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수상했다. 해외에서 주목하는 한국 문학의 저력은 뭘까. ‘철도원 삼대’를 번역한 두 역자 김소라(소라 김 러셀)·배영재씨에게 물었다. 둘은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서 만난 사제지간이다. 둘째 출산을 앞둔 김소라 번역가가 제자 배영재씨에게 ‘SOS’를 쳤고, 공동 번역팀이 꾸려졌다.

시상식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에 가 있는 두 역자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김소라 번역가는 “한국 문학은 특유의 어둡고 구수한 유머가 있다”고 했다. 비극적인 이야기에도 웃음이 배어 있다는 것. 한의 정서가 녹아있지만,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려는 경향이 주목할 만한 특징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철도원 삼대’는 소설가 본인이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했듯, 판소리 같은 문체가 구수한 유머를 더한다”면서 “긴 호흡으로 쓴 문장의 맛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배영재 번역가는 다양한 장르의 출현에 주목했다. “여성 중심 서사·SF·성장소설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해외에서도 이런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원 삼대’가 남성 중심적 거대 서사라는 데는 두 역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금이는 신여성이면서도 무당에 필적하는 예지력을 가진 인물. 기골이 장대한 주안댁은 대홍수가 났을 때 돼지를 건져 올리는 기인의 면모를 보인다. 배영재씨는 “이런 여성 캐릭터는 마치 마블 만화에 나오는 수퍼 히어로 같다”고 했다.

‘한국 문학은 세계 문학의 장(場)에 내놓을 만한가?’ 묻자 김소라 번역가의 경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미 보여주지 않았나요?” 그는 “이민진의 ‘파친코’, 유미리의 ‘8월의 끝’,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 등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특히 호평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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