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 200만원은 넘어야죠... “대출 갈아타기, 사실상 꺾기” 불만 쏟아져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대출 이자로 나가는 돈을 한 푼이라도 아껴보고자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을 알아봤다. A씨는 한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5800만원을 받아 연 5.32% 이자를 내고 있었다. 그가 플랫폼에서 조회해보니, 한 지방은행에서 신용대출을 갈아타면 연 4.66%의 금리를 맞춰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1%포인트의 우대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선 3가지나 되는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매달 50만원 이상 급여를 이체하면 0.2%포인트, 입출금 통장 잔액을 3개월 평균 200만원 이상 유지하면 0.4%포인트, 3개월 평균 해당 은행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100만원 이상이면 0.4%포인트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방은행 신용카드는 혜택도 상대적으로 적고, 있더라도 지역 거주자를 겨냥한 혜택 위주라 딱히 쓸 만한 게 없었다”면서 “이런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원래 적용받던 금리보다 나을 게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요건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A씨는 “조건을 달지 말고, 그냥 깔끔하게 금리를 깎아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대환대출도 꺾기?
은행이 대환대출 서비스에서 이런 부가 조건을 거는 것을 두고 사실상 ‘꺾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꺾기란 은행이 대출을 하면서 고객이 원하지 않는 예금, 적금, 보험 등 금융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같은 ‘꺾기’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불공정 영업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심지어 우리 정부가 세계 최초로 만들어 금융 소비자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줬다고 홍보하고 있는 대환대출에서도 ‘꺾기’라고 부를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는 금융 당국이 지난해 5월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겠다’며 처음 도입한 서비스다. 작년엔 신용대출에만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올해 초 아파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카드 실적, 급여 이체 요구... “원하지 않아도 해야” 불만
지방은행뿐 아니라 일부 시중은행에서도 이런 대환대출을 받으면 우대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있었다. 직장인 B씨는 올해 초 C은행으로 3900만원 대출 갈아타면서 연 5.24%로 적용받던 금리를 연 4.57%로 낮췄다. 급여 이체 50만원(0.4%), 예·적금, 신탁, 청약 중 하나 가입(0.1%), 신용카드 월 30만원 사용 실적(0.3%) 등 총 우대금리 1.4%포인트를 적용받았다.
B씨는 “특히 신규로 은행 적금에 가입해야 했는데, 다른 은행과 비교했을 때 금리가 쥐꼬리였다”고 했다. C은행은 대환대출 시 우대금리는 일반 대출과 똑같이 최고 1.4%포인트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은행인 D은행은 신용대출을 대환대출하는 경우, 대출금 규모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대출금 2000만원 미만일 경우 0.6%포인트,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경우 0.2%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신용대출은 14만4320명의 대출자가 3조3851억원 규모의 대출을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갈아탔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대출자의 신용등급, 직업, 연소득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심사하고 있다”며 대환대출에 대해서만 우대금리 조건을 거는 건 아니라고 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우대금리 조건 없어
한편 은행들은 이런 우대금리 조건을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에는 걸지 않고, 신용대출에만 붙이고 있다. 올해 3월까지 1만6909명의 대출자가 3조127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갈아탔다.
5대 시중은행 모두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는 별도의 우대금리 조건이 없이 단일 금리로 운영하고 있다. 22일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혼합형)는 연 3.25~5.46%로 집계됐다. 갈아타기 대출금리는 연 3.60~3.83% 수준이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있기 때문에 고객별 적용 금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에 대출 비교 플랫폼 등에서 ‘적시성’ 있는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단일 금리 형태로 금리를 주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에 별도 우대 조건을 붙이지 않는 건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대출보다 대출 규모도 크고 담보도 확실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환 대출
지난해 5월 금융 당국이 내놓은 온라인·원스톱 대환 대출 인프라를 이용해 기존 대출을 갚고 새로운 대출로 갈아타는 것.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훨씬 유리한 금리와 대출 한도를 제시하는 곳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 지난해 신용 대출을 시작으로, 올해 서비스 대상이 주택 담보 대출, 전세 대출 등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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