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정몽구재단, '임팩트스타트업' 키운다

문일요 TheButter 기자 2024. 5. 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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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일러스트=나소연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이루려는 가치는 무엇인가. 인생을 걸만한 것인가. 역경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의지가 있는가. 그럼에도 현실 감각이 있는가.’

면접관들은 마지막 3차 면접을 치르러 온 스타트업 대표자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사업성 평가는 이미 완료한 상황. 심사위원들은 집요하게 물었고, 면접자는 마치 일기장 속 한 페이지를 열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느 면접자는 이렇게 답했다. “이 질문을 받으면 할 이야기가 많은데 그간 아무도 묻지 않았습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의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심사에 올해 처음으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평가’가 도입됐다. 1차 서류 심사와 2차 사업 평가 이후 치러진 사실상 최종 심사 단계다. 보편적인 스타트업 심사 기준은 사업성과 확장성이지만 재단은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업가를 원했다.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전략을 바탕으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임팩트스타트업’을 선발하는 게 목표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은 “임팩트스타트업은 사회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해 사회와 환경, 사람에게 긍정적 영향을 창조하는 기업 형태라고 볼 수 있다”며 “재단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임팩트스타트업을 키워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존경받는 기업가를 육성하라

“기업가는 사회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의 기업가정신이 재단의 H-온드림 사업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재단은 지난 12년간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창업가를 발굴해 왔다. 지난 2012년 사업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임팩트스타트업 334개 팀을 육성했고, 이들 기업의 누적 매출액은 8950억원에 달한다. 선발 기업들은 그간 3054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일자리 6103개를 만들었다. 생존율은 84%에 이른다.

H-온드림은 재단 설립자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기업가정신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정 명예회장이 말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고 또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려움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는 도전 의식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재단이 기업가 육성으로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선발된 임팩트스타트업은 총 20곳. 크게 설립 3년 이하의 인큐베이팅 트랙 10곳, 비즈니스 솔루션을 가진 액셀러레이팅 트랙 10곳 등 두 그룹으로 구분됐다. 구체적으로 ‘잼잼테라퓨틱스’은 장애아동의 특수 교육과 재활을 돕는 증강현실(AR) 게임을 개발하고,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는 세계 최초로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을 육성한다. 또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조직배양기술로 종묘 생산하는 ‘파이토리서치’, 분리수거 폐기물을 문전 수거하는 ‘어글리랩’, 장애 인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휠’ 등이다.

재단은 조직 성장을 위해 앞으로 5개월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인큐베이팅 트랙은 팀당 최대 7000만원, 액셀러레이팅 트랙은 팀당 최대 1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교육 과정으로는 주제별 1대1 밀착 멘토링 시간인 오피스아워, 법무·노무·특허·회계 등 분야별 전문가 자문이 이뤄진다. 또 인큐베이팅 트랙에 특화된 리더십 강연과 액셀러레이팅 트랙에 맞춘 전문 강좌도 준비됐다. 글로벌 진출 계획을 가진 우수 펠로를 대상으로 오는 9월에 싱가포르 현지 기업설명회(IR) 기회와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임팩트투자 컨퍼런스 ‘SOCAP 2024′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16일 경기 화성 롤링힐스호텔에서 열린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OT캠프 현장./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펠로 커뮤니티를 만들어라

지난 16일에는 경기 화성 롤링힐스호텔에 임팩트스타트업 대표자 30여 명이 한데 모였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올해 선발한 H-온드림 12기 대표자 20명을 포함해 선배 펠로들과 멘토들이 만나는 1박2일 OT캠프의 첫날이었다.

재단은 올해부터 펠로 커뮤니티 강화에 힘쓰고 있다. 올해 처음 OT캠프를 1박2일 워크숍 형태로 기획한 이유이기도 하다. 펠로간 대면하는 시간을 만들고 소속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네트워크의 핵심은 소속감이다. 이들의 소속감을 한층 강화하는 데에는 멘토들의 역할도 크다. 멘토는 임팩트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 중인 사회혁신 리더 커뮤니티인 ‘H-온드림 라운드테이블’ 멤버들이 맡고 있다. 라운드테이블은 김영덕 혁신의숲 고문,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양경준 크립톤 대표,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올해 액셀러레이팅 트랙에 선발된 괜찮아마을목포의 홍동우 대표는 “올해로 8년째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펠로라는 이름으로 깊게 네트워킹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며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에게 언제든 편히 쉴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주겠다는 소셜 미션을 이어갈 힘을 얻어간다”고 했다.

제주에서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이닝으로 연결한 김하원 해녀의부엌 대표는 “조직 구성원의 절반은 지역주민인 해녀고 나머지 절반은 외부에서 온 청년들이라 이들 간의 문화를 만들고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라며 “구성원 간에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겪은 시행착오는 당연하지 않았던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설립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이어받아 창업가 육성 사업을 10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비즈니스 모델 완성은 기업가정신

올해 심사에 참여한 라운드테이블 멤버들은 심사 단계에 ‘기업가정신 평가’를 추가한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양경준 크립톤 대표는 “H-온드림은 10년 넘는 역사가 있는 만큼 지원자들이 기본적으로 기업가정신을 갖추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전 단계에서 사업성을 먼저 평가했을 것이고 조직의 가치를 더 뾰족하게 하는 창업가의 마인드를 한 번 더 보겠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일하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상주의자가 많기 때문에 꿈을 꾸면서 현실성은 유지하는 균형 감각에 주목했다”며 “한편으로는 명확한 비전으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창업가들의 이야기에 기업가정신을 다시 되뇌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 모델은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다. 결국 그 사업을 지속하는 건 창업가의 몫이다. 김영덕 혁신의숲 고문은 “비즈니스 모델을 흔히 사업성으로만 따지는데 잘못된 접근”이라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은 사업성과 함께 기업가정신까지 녹아든 완전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캠프에 참여한 권순우(10기 펠로) 알프레드 대표는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고양이 전용 모래를 생산한다. 그는 “위기는 항상 있고 매 순간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창업자가 사업을 계속 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한동안 폐업을 고민하던 적이 있었지만 끝까지 버티고 버텨 신제품도 내고 투자 유치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11기 펠로인 신원협 인베랩 대표는 ‘현대차 정몽구 스칼러십’ 미래산업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H-온드림 펠로에 선발된 케이스다. 신 대표는 “장학생에서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재단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라며 “학생 때 연구하던 생물다양성 관리 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을 관리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12기 심사위원이었던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는 “스타트업이라는 법인은 창업가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중 하나일 뿐”이라며 “창업가의 세계관이 넓고 깊으면 얼마든지 그릇은 무한히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팀이 계속 나온다는 건 임팩트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결과”라고 말했다. 오는 11월에는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단계 성장한 펠로들의 성과공유회가 열린다. 정무성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은 “재단은 지속가능한 미래의 출발점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을 중심에 둔 사회공헌으로 지구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임팩트스타트업과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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