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붙여도 통신되는 고무 같은 ‘전자피부’ 세계 첫 개발 [뉴스 투데이]
고무 재질 기판에 나노입자 섞어
90m 이상 원거리도 혈당 등 ‘체크’
피부 대체·로봇 적용 등 길 열려
6G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도 착수
50배 빠른 차세대 기술 선도 기대
아무리 잡아당겨 늘여도 탄성으로 원상태로 돌아오는 고무처럼 뛰어난 신축성을 가져 몸에 붙여도 접착 형태에 상관없이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전자피부’(E-skin)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의료 및 건강관리 등에 필요한 웨어러블 기기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 기술로 평가된다. 전자피부 기술이 더 진화하면 다쳤거나 노화한 인간 피부를 대체하고, 인간과 비슷한 외피를 가진 로봇도 만들 수 있어 다양한 확장성도 기대된다.
전자피부가 고성능의 신체 부착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요구하는 유연성과 신축성, 전원 공급 기술, 탈부착 기술과 같은 핵심 요소를 지녀야 한다. 특히 신체의 변화를 정확히 기록하고 이를 송수신하기 위해서는 신축성을 갖는 무선 주파수 소자와 회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진들의 연구로는 전자피부를 이루는 무선주파수 회로가 아주 조금만 늘어나거나 구부러져도 회로의 작동 주파수 대역이 변해 통신이 끊기거나 전력 송수신 효율이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들은 실제 피부의 신축성을 가지면서도,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개발에 열을 올려왔다.
이번 기술개발에 성공한 공동연구팀은 그 해법으로 물리적 특성에 따라 회로기판의 전기적 특성도 바꿔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연구 결과는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세계 최초의 기술이며, 연구팀은 이를 응용하여 그동안 구현하지 못했던 90m 이상의 장거리에서도 무선으로 통신이 가능한 전자피부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정 교수는 “신축성 웨어러블 무선통신 기술은 무선 기능이 필요한 다양한 신축성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다”며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6세대) 이동통신 기능을 탑재한 신축성 무선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람의 피부를 모방한 전자피부는 전자소자를 유연하게 만든 회로기판으로 사람 피부에 부착하면 인체 신호 측정이 가능하다. 최근 이런 전자피부 기술이 발전하면서 웨어러블 기기는 의료와 건강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인공보족을 넘어 체온, 혈당, 혈압, 심박수, 심전도, 혈중 산소 농도 등도 측정 가능하고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환자의 신체에 전자피부 패드를 부착해 환자의 상태를 일일이 체크할 수 있다.
최근엔 로봇기술 및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적용 범위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전자 피부가 더 진화하면, 교통사고 등으로 손상된 사람 피부를 대체할 수도 있고 로봇에 사용되면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정교한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아가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터치스크린뿐 아니라 생체진단 치료 및 수술용 소프트로봇, 헬스케어 시스템, 재난 및 구조, 방위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전자피부 시장이 2019년 45억달러(약 5조7000억원)에서 2027년까지 매년 20.5%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세계 최초의 기술로 뇌파, 신체 움직임, 피부온도, 근육신호 등 우리 몸에서 나오는 인체 신호들을 원거리에서도 무선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 23일(한국시간) 게재됐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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