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40년' 현대엘리베이터, '100년 기업' 향한 ESG 경영 슬로건 제시

최의종 2024. 5.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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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행동 가치행동' 슬로건 공개
성장과 위기 교차…쉰들러와 악연

…창립 40년을 맞은 현대엘리베이터가 '100년 기업' 위업을 이뤄내자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슬로건을 공개했다. /현대엘리베이터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창립 40년을 맞은 현대엘리베이터가 '100년 기업' 위업을 이뤄내자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슬로건을 공개했다. 현대그룹 굴곡진 역사의 중심에 있던 현대엘리베이터가 ESG 경영과 신사업 등으로 다시 도약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2일 충북 충주 본사에서 창립 4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등 임직원이 참석했다. 지역사회에서는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조길형 충주시장 등이 자리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는 현대홀딩스컴퍼니로 지분 19.26%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홀딩스컴퍼니는 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다. 현 회장은 지난해 말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 회장은 "40년 전 정주영 명예회장이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운 뒤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거듭하며 대한민국 산업의 한 축을 이끄는 거목으로 성장했다"며 "지난 40년이 그랬듯 기술 혁신 기적을 더해 100년 기업 위업을 이뤄내자"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ESG 경영 슬로건 '같이행동 가치행동'을 공개했다. 산업생태계 구성원 모두 함께 건강하게 성장하자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설명이다. 지난해 ESG 1.0 선언에 이어 올해 창립 40년을 맞아 ESG 경영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모양새다.

◆현대중전기 운반기계사업부서 출발…성장·위기 공존한 40년

현대엘리베이터 40년 역사에서 성장과 위기는 공존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984년 현대중전기(현 HD현대일렉트릭) 운반기계사업부가 독립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60%(현대), 40%(웨스팅하우스) 출자 지분을 갖는 합작투자계약으로 설립됐다.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대규모 주택단지 공사를 수행하던 현대그룹은 엘리베이터 사업 진출 계획을 세웠으나 기술 이전 업체 부재로 무산됐다. 이후 재차 추진돼 현대엘리베이터가 탄생하게 됐다. 1985년 경기 이천에 엘리베이터 공장을 준공하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1988년에는 에스컬레이터 2공장을 준공했다. 하지만 1989년 웨스팅하우스가 협의 없이 승강기 사업부를 '쉰들러엘리베이터'에 매각해 기술 자립화 숙제에 직면했다. 쉰들러와의 인연 시작이다. 이후 현대엘리베이터는 미국 박스코 등과 기술 제휴를 맺으며 위기에 대응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992년 엘리베이터 1만대 생산을 발판 삼아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1993년에는 중국 합작법인 상해현대전제제조유한공사를 만들었다. 1996년에는 상장기업이 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0년 영구자석형 동기권상기 개발에 성공했다. 영구자석형 동기권상기는 전기가 아닌 자석이 극을 적으로 바꾸며 발생한 에너지로 모터를 가동하는 기술이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시장 1위 업체가 됐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3주기를 맞아 범현대가(家)가 지난 3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 명예회장의 옛 청운동 자택에 모인 가운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그룹 경영권 분쟁 여파…동지인 줄 알았던 '쉰들러'와 악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성장하던 중 리더십 교체가 진행됐고, 굴곡이 있었다. 2003년 고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현정은 회장이 그룹과 현대엘리베이터를 이끌었으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다툼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고 정상영 명예회장과 다툼에서 승리한 현 회장은 2006년에는 시동생인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현대상선(현 HMM)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당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과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에서 금융사 인수 가격보다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 보전해 주겠다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결국 쉰들러는 2014년 현 회장 등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냈다. 현대상선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과 무관한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해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1심에서는 현 회장이 승소했다. 그러나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고, 쉰들러는 소송 제기 9년 만인 지난해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이겼다. 법원은 현 회장이 쉰들러에 현금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2013년 파생금융상품 계약 관련 상법 위반(신용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현 회장 등 7명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불기소 처분했고, 서울고검과 대검은 항고와 재항고를 기각했다.

사건은 끝난 듯했으나 현대증권노동조합 측도 현 회장 등을 고발하면서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사건을 배당받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가, 판단이 나온 이후 재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이종배 국회의원, 조길형 충주시장(왼쪽 여섯 번째부터) 등이 22일 충주 현대엘리베이터 스마트 캠퍼스에서 열린 창립 40주년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미래 먹거리 '도심항공교통' 박차…'100년 기업' 목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에 나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6021억원, 영업이익 826억원, 당기순이익 31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2%, 92%, 302% 증가한 수치다.

호실적 배경으로 유지보수 부문 성장 등이 꼽힌다. 2019년 승강기 안전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노후 승강기 교체를 촉진했다. 법이 개정되면서 노후 승강기는 3년마다 정밀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전 검사와 장치 설치 비용을 고려하면 교체가 경제적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00년 기업 달성 기반으로 '도심항공교통(UAM)'를 내세운 상태다. 국토교통부 K-UAM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 사업 '이동식 모듈형 버티포트 설계·시공 기술 및 감시시스템 개발 과제' 수행 기관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선정됐다.

현대엘리베이터컨소시엄은 오는 2026년까지 105억1700만원을 지원받아 버티포트 개발 과제를 수행한다. 버티포트는 UAM 이착륙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동식 모듈형 버티포트 인프라 구축과 이착륙 감시시스템 개발을 진행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7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토부·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개발사업 네옴 로드 쇼'에서 H-PORT를 공개하기도 했다. H-PORT는 현대엘리베이터 자동 주차 시스템을 활용한 드론 등의 통합 관제 건축물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UAM 이착륙장 H-PORT를 선보이며 세계 이목을 끄는 등 미래 100년 기업을 향한 발걸음을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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