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부실시공 겹악재…두산건설, 경영 정상화 '삐끗'

최지혜 2024. 5.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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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인수 3년 차 '겹악재'

두산건설이 최근 실적 악화에 부실시공 문제까지 겹치며 경영 정상화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사모펀드 인수 3년 차를 맞은 두산건설이 실적 악화에 이어 부실시공 문제까지 발생해 겹악재를 겪고 있다. 이정환 대표이사의 지휘하에 순항하던 경영 정상화 행보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최근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비상계단 높이를 깎았다. 계단의 층간 높이가 건축 규제에 맞지 않자, 기준 준수를 위해 시공사가 계단 하나당 16cm가량을 깎아낸 것이다. 회사 측은 정상적인 보수공사였다고 주장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붕괴 사고 우려가 있다며 관할 지자체에 준공 승인 불허를 요구하고 있다.

당초 입주자모집 공고상 이 단지는 올해 2월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대구지역 공사 물량 증가로 인한 인력 수급 문제 등으로 입주가 지연됐다는 게 두산건설 측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보수공사까지 진행되면서 실제 입주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아파트 건설 사업은 두산건설의 주요 수익원이다. 건축 사업 부문이 매출의 9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공품질 신뢰도 하락은 앞으로의 주택건축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두산건설은 적자를 내고 있는 건설사다.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위한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오른 상태다. 회사는 지난해 7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 2104억원보다는 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여전히 연간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실적 악화는 연초까지 이어졌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62억원과 당기순이익 1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4%, 26.9% 감소한 수준이다.

두산건설은 최근 건축 기준에 맞지 않은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비상계단을 뒤늦게 깎았다가 논란이 일었다. /뉴시스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적자를 내던 두산건설은 2021년 12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큐캐피탈)에 인수됐다. 1분기 기준 최대주주 더제니스홀딩스가 회사 지분 53.65%를, 두산에너빌리티가 46.35%를 보유하고 있다. 더제니스의 최대주주는 큐캐피탈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다.

두산건설은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경영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인수 초기에는 권경훈 큐캐피탈 회장이 직접 두산건설 회장을 맡으며 약 1년간 직접 회사를 경영했다. 그러나 업황 침체 등에 직면하자 2022년부터는 경영 전략 전문가 이정환 대표이사(CEO)에 경영 지휘봉을 넘겼다. 이 대표이사는 SK E&S 기획본부장과 전력사업운영본부장, DL이앤씨에서 경영관리 담당 임원, 두산건설 전력혁신실장 등을 역임한 경영 전문가다.

실제 이정환호의 출항으로 2022년 301억원 규모였던 두산건설 영업이익은 지난해 609억원까지 늘었다. 매출도 1조1906억원에서 1조7175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순이익 흑자전환은 미루게 됐지만, 영업이익을 두 배 이상 키우고 각종 비용을 절감해 적자폭을 줄이는 성과도 이뤘다.

이같은 성장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불황 속에서도 주요 분양 단지들이 수요를 잃지 않은 점이 있다. 두산건설의 주요 매출원은 주택·오피스빌딩 등을 건축하는 사업이다.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88%가 건축 부문에서 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건축 부문에서는 1365억원의 영업이익과 523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한 반면 토목과 기타 부문에서 손실이 나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이번 부실시공 사태로 실적 개선 추세 지속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두산건설은 당초 아파트 시공 하자 문제가 상존하는 건설사다. 올해 1분기 회사의 하자보수 충당부채는 전기 대비 17% 증가했다. 판매비와 관리비에서 하자보수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여와 광고비 다음으로 높다. 또한 하자보수 관련 약 600억원의 소송액이 계류 중이다.

이에 더해 유동성 문제도 직면해 있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234.7% △2022년 422.2% △2023년 539.6%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통상 200~300%가량의 부채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도 지난해 말 기준 8111억원으로, 전기 말 6287억원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회사가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1분기 기준 1조3124억원 규모로 지난해 말보다 11% 증가했다. 당장 올해 5~8월 안에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만 908억원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입주자예정자들 입장에선 야간작업이 불편할 수 있지만, 해당 단지는 시공이 진행 중인 만큼 야간작업도 동원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보수 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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