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짤’로 박제된 배우의 유쾌한 반격, 영화 ‘드림 시나리오’

백수진 기자 2024. 5.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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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 시나리오' /더쿱디스트리뷰션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68번째 레터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드림 시나리오’입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제작사 A24와 ‘미드 소마’의 아리 에스터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고 하길래, 또 어떤 제정신 아닌 영화를 만들었을까 기대하며 봤는데요. 역시나 기발한 상상력에 니콜라스 케이지의 능청스런 코믹 연기, 날카로운 풍자까지 한 스푼 더한 수작이었습니다.

'밈'이 되어버린 류승수 배우의 발언. /MBC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아시나요. 배우 류승수가 예능에서 한 말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유명해졌죠. 영화 ‘드림 시나리오’에는 그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 남자가 나옵니다. 하루아침에 모두가 나를 알아보게 됐는데, 돈은커녕 명예마저 위태로워지게 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강의실은 늘 텅텅 비고, 평범하다 못해 찌질하기까지 한 중년의 교수 폴(니콜라스 케이지)이 어느 날부터 모두의 꿈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딸의 꿈에도, 친구의 꿈에도, 가르치는 학생들의 꿈에도, 심지어 전혀 얼굴을 본 적 없는 사람의 꿈에도 난데없이 폴이 나타납니다. 누구도 설명하기 어려운 ‘집단 무의식’ 현상에 SNS 메시지가 빗발칩니다. “잠들기가 무서워요. 왜 계속 당신 꿈을 꾸는 거죠?”

영화 '드림 시나리오' /더쿱디스트리뷰션

길거리에서도 식당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고, 강의실도 그를 구경하러 온 학생들로 만석이 됩니다. 방송사 인터뷰에 광고 섭외까지 쇄도하죠. 생전 처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폴은 명성을 이용해 책을 내보려 하지만, 그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대중은 그를 재미로 소비하고 그를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들러붙기 시작하죠.

영화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하루아침에 유명해질 수 있는 현시대를 유쾌하게 비꼽니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꾼다는 건, 모두의 SNS 피드가 같은 사람, 같은 영상, 같은 광고로 도배되는 요즘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모두가 추앙하던 인플루언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한순간이죠. 폴이 등장하는 꿈이 악몽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폴은 모두의 비난을 받습니다. 영화는 일부 발언이나 사소한 실수를 트집 삼아 팔로우를 취소하고,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취소 문화)’를 신랄하게 풍자합니다.

영화 '뱀파이어 키스'의 한 장면. 'You don't say(그렇겠지)'라는 문구와 함께 상대를 비꼴 때 쓰는 밈으로 유행했다. /유튜브

니콜라스 케이지는 그야말로 탁월한 캐스팅입니다. 한때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던 그는 언젠가부터 ‘밈’으로 소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앞뒤 맥락을 자르고 그의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연기만을 편집해 ‘밈’으로 만들어 쓰기 시작했죠. 케이지는 “나는 ‘폴’이 경험하는 모든 감정을 이미 느꼈다”면서 연기가 아닌 ‘밈’으로 소비될 때 좌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케이지는 자신에게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나서 그야말로 ‘인생 연기’를 펼칩니다. 시사회장에선 보는 내내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같은 장면을 보며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영화 관람도, 동시에 같은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꿈을 꿔보고 싶으시다면, 영화 ‘드림 시나리오’를 추천드립니다.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또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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