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2] 찬란한 꿈을 잇는 덕수궁 돈덕전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소장 2024. 5. 2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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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 전경./박상훈 기자

계절의 여왕 오월에 돋보이는 곳이 있다. 덕수궁 돈덕전이다. 푸릇한 잎이 돋아난 노거수와 어우러진 프랑스풍 외관이 아름답다. 화려해 보이기만 한 모습이지만, 일제에 의해 훼철되어 사라졌다가 2023년 100여 년 만에 재건된 건물이다. 붉은 벽돌 옥빛 오얏꽃 무늬에 찬연한 슬픔도 묻어난다.

돈덕전은 1902~1903년 지은 대한제국의 건물이었다. 고종 즉위 40주년을 경축하고, 대한제국의 자주 독립을 알리며 외교의 장으로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예정된 기념식은 전염병 여파 등으로 연기되었다. 결국 돈덕전에서 기념식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한동안 대한제국의 외교를 위한 장소와 황실 공간으로 쓰였다.

그러다 을사늑약 후 일제의 영향력에 놓이게 되었다. 외교를 통해 대한제국 주권 수호를 꿈꾸던 곳이, 순종 황제 즉위식이 치러지는 등 일제 주관 행사장으로 변모했다. 1919년 고종의 붕어 이후 돈덕전은 급속하게 쇠락하다 훼철되었다. 덕수궁이 공원화되며 돈덕전이 있던 자리엔 아동 유원지마저 들어섰다.

고종의 꿈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곳에서 2017년 발굴을 시작했다. 고종과 순종 그리고 어린 영친왕이 함께 테라스에 서 있는 사진들과 엽서마저도 사라진 흔적의 증거가 되었다. 시간을 추스르고 고증 기록을 더듬으며 그 꿈을 벽돌 한 장 한 장에 올려 세웠다.

돈덕전 앞 노거수 회화나무의 생육 환경도 고려했다. 원래 위치에서 시간을 두고 뿌리와 가지를 달래가며 조금 아래쪽으로 옮겨 심었다. 그리워 찾아가면 추억할 흔적마저 사라지는 게 많아 아쉽기만 한 때에, 우리의 역사가 깃든 소중한 유산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스러진 역사 현장에서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하는 모든 정성 어린 손길이 귀하고 고맙다. 돈덕전에서는 최근 미래의 국보를 만드는 청년들이 작품을 선보였고, 나라를 받들어 열렬한 마음이 차오르는 ‘국봉(國奉)’이라는 전시가 오월 말까지 열린다. 이제, 돈덕전에는 백 년 전 못다 이룬 꿈이 새로운 가치를 품고 찬란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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