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면 그만?…연예계 휩쓰는 신종 ‘모럴 해저드’[스경X이슈]

하경헌 기자 2024. 5. 2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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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예인에 져야 할 사회적 책무는 연예인이 아닌 이보다 훨씬 가벼운 걸까. 최근 상식적인 수준의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다수 관측되고 있다. 이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불러야 할지, 시대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고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수준이다.

가수 김호중 측은 22일 활동중단과 관련한 입장을 내놨다. 김호중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호중은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예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활동중단 티저 발표와도 같았다. 지금까지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과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었다. 보통 지금까지 연예인들은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하기 전인 내사 단계부터 연루 의혹이 나오면 사과와 동시에 입장을 내놨다. 배우라면 출연 중인 작품에서 빠졌고,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도 편집이 돼 사라졌다.

하지만 김호중의 경우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것이 지난 9일이었지만 이어 열린 11, 12일 경기도 고양 콘서트를 아무렇지 않게 마쳤다. 심지어 음주 의혹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 시작한 이후인 17일과 18일 창원공연도 강행했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2019년 3월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심지어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활동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의 23, 24일 공연은 공연 주최사인 KBS가 빠지고 교향악단 단원들도 손절에 나섰지만 김호중은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공연 기간 중 구속영장이 집행될 경우에 대중은 공연 중인 가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봐야 한다.

비슷한 시기 이번에는 영국 언론 BBC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시 부각된 ‘버닝썬 사태’ 주인공들의 근황이 공개됐다. 집단성폭행 혐의로 2019년 5년형을 선고받은 정준영은 지난 3월 출소 이후 프로듀서로서 가요계에 복귀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또한 ‘버닝썬 사태’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 역시 1년6개월이 징역형을 마치고 지난해 출소한 이후 해외로 행사를 뛰고 있는 듯한 모습이 공개됐다. 승리는 이 자리에서 “이 자리에 언젠가 지드래곤을 데려오겠다”거나 술자리를 분위기를 돋우는 행동들을 하며 빅뱅의 팬들이나 한때 빅뱅을 좋아했던 대중들의 분노도 자아냈다.

이들의 행동은 공통적으로 ‘모럴 해저드’로 요약된다. 김호중의 행동은 구속영장 신청까지 갔으나 공연을 강행하는 수준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그의 공연불참에 따른 막대한 위약금 발생 또는 공연으로 생길 수익에 대한 의지로 풀이된다.

정준영의 경우는 출소 두 달도 안 된 시점이다. 항간에는 그의 이민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있었지만, 연예계 활동 재개에 대한 의지도 관측된다. 승리의 경우에도 국내에서 연예활동이 원천 불가능해졌고, 연예계에서도 은퇴했다고 밝혔지만, 해외에서 마치 연예인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원정도박 등 9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빅뱅 출신 승리가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때 연예인의 자숙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얼마만큼의 시기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는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을 했을 때 이 사실이 드러나는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수사에 협조하며 자숙기간을 갖는 모습이 당연했기에 가능한 논의였다.

자숙기간 역시 천차만별이었지만 음주운전이 경우 클릭비 출신 김상혁이 20년 가까이 자숙에 비할만한 상황을 겪고 있고, 가수 길은 5년이다. 이 역시도 최근의 김새론 등의 사례를 볼 때는 계속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호중의 사례처럼 자숙기간을 자신의 멋대로 정하는 경우는 이전에 없었고, 정준영이나 승리처럼 출소 이후 곧바로 복귀를 타진하는 경우능 없었다. 확실히 이전에 없던 일이다. 이러한 상황이 용인될수록 뒤에 사고를 내는 연예인들에게는 안 좋은 시그널이 된다. 대중이 별로 자숙기간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잘못을 하고도 떳떳하게 버티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되는 사례가 된다.

김호중, 정준영, 승리의 사례는 지금의 연예계에 얼마나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는지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인기를 쌓는 일은 여러 해가 걸릴 수 있으나 이를 회복하는 일에는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단, 그 기간을 잘못한 사람의 임의로 정할 수도 역시 없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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