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민 브랜드’ 된 K푸드…생일파티 장소로 인기 [신짜오, 베트남]

김희원 2024. 5. 2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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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③
‘베트남 한류가 그렇게 대단하다던데? 한국 기업 모두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간다던데? 인구 1억명, 중위연령 32세, 성장잠재력이 엄청나다던데?…’
 
베트남에 대한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인생 처음 베트남에 간 기자가 호찌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한국 토종 햄버거 브랜드 롯데리아와 한식 세계화의 대표주자 CJ제일제당입니다. 
 
호찌민 크레센트몰에 입점한 롯데리아 점포. 베트남 국민 치킨집답게 벽면에 커다란 치킨 사진이 붙어 있다.
◆롯데리아

- 매출 절반 이상이 ‘치킨’ 전국 1위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 생일파티 장소로 인기…뚜레쥬르 손잡고 케이크 판매 ‘윈윈’

“롯데리아를 아세요?”

“그럼요.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아주 유명해요. 제가 어릴 적에 롯데리아에서 팝콘치킨이 출시된 거로 기억하는데 인기가 많았어요. 그 후로 대중적으로 인기 높은 치킨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치킨이라고요? 한국에서 롯데리아는 햄버거 브랜드예요.”

“정말이요? 전혀 몰랐네요.”

가족 단위 방문이 많아 식사메뉴를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만난 현지인은 롯데리아가 햄버거 프랜차이즈라는 말에 거듭 “진짜냐”고 되물으며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물어본 쪽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역사와 전통의 K버거 롯데리아가 베트남 국민 치킨집이라니.

지난 9일, 호찌민 7군의 고급쇼핑몰 크레센트몰 4층 롯데리아에서 만난 최기열 베트남 롯데리아 법인장은 “베트남에선 치킨집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매출의 55%를 치킨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버거 매출은 12%에 불과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햄버거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빵 사이에 야채와 고기를 끼워 먹는 반미를 먹어왔고, 이 반미는 길거리 음식, 혹은 로컬 브랜드에서 아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훨씬 비싼 햄버거를 사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롯데리아 매장에서 본 현지인들은 모두 치킨을 먹고 있었다. 밥과 함께 식사메뉴로 치킨을 먹는 고객도 많았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가족 단위 외식 고객이 주류이기 때문에 치킨과 밥, 파스타와 소고기 등 식사메뉴가 인기다.

버거 중에선 새우버거와 불고기버거가 1, 2위로 많이 팔린다. 버거 세트 구성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콤보세트는 음료와 감자튀김, 밸류세트는 음료와 치킨 한 조각을 준다.

베트남 명문 인문사회과학대학 앞에 위치한 롯데리아 점포.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개인, 친구 단위 고객이 많은 점포다. 
매장 한쪽은 생일파티를 위한 풍선으로 장식돼 있다. 친구, 가족 단위의 생일파티가 많다고 한다. 생일 예약을 하면 매장에서 파티 공간을 준비해주는데, 한 매장에서 동시에 세 테이블이 생일파티를 하기도 할 정도로 롯데리아는 인기 있는 생일파티 장소다.

이달부터는 생일파티 예약 고객에 한해 뚜레쥬르의 프리미엄 케이크를 판매한다. 최 법인장은 “고객에 더욱 특별한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 베이커리인 뚜레쥬르와 협업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롯데리아가 처음 문을 연 것은 미국 KFC보다 1년 늦은 1998년이었다. 당시엔 한국이 아닌 일본 롯데리아가 진출했다. 하지만 운영이 잘 안 되었고 매장 수도 5개에 그쳤다. 부진하던 베트남 롯데리아는 2004년 한국 롯데리아가 이어받으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먼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부터 점포개발을 시작했다. 버거보다 치킨이 더 잘 팔리는 것에 착안해 치킨 메뉴를 늘리면서 고객도 급증했다.

지난 1월 베트남 롯데리아가 배달 오토바이로 도입한 혼다 전기 오토바이. 이를 통해 친환경 경영에도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호찌민, 하노이 등 주요 도시 외 중소도시까지 전국 25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중 매장 수 1위, 매출도 1위로 추정된다. 현재 직영점이 전체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가맹점을 늘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롯데리아는 올해 1월 혼다와 계약을 맺고 전기 오토바이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에도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최 법인장은 “이미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만, 변화하는 베트남 사회 트랜드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찌민 롯데마트 냉동식품 코너에 진열된 비비고 만두. 한글로 ‘프리미엄 만두’라고 적힌 윗줄 상품은 현지 기업의 모방제품이다. 
◆CJ제일제당

- 비비고 ‘모방 상품’ 등장…K푸드 인기 실감
- 공장 짓고 현지 기업 인수…점유율 압도적 1위

지난 8일 호찌민 롯데마트 남사이공지점을 둘러보다 냉동식품 코너에서 발길을 멈췄다. 익숙한 진녹색 ‘비비고’ 패키지가 냉동고의 3분의 1가량을 채우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만두와 떡볶이, 튀김, 어묵탕까지 대표적인 K분식 라인업을 모두 갖췄다.

만두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비비고 만두와 나란히 진열돼 있고 패키지 색과 모양이 비비고와 흡사한데 비비고는 아닌 브랜드가 있었다. 한글로 ‘프리미엄 한국식 만두’, 영어로 ‘special korean meal style’이라고 쓰여있지만 한국과 전혀 관련 없는 현지 브랜드였다. 새삼 한국 만두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냉동고의 다른 쪽에는 한국엔 없는 현지식 냉동식품이면서 CJ제일제당 로고가 붙은 제품이 수두룩했다. CJ제일제당이 현지 식품기업 까우제(cautre)를 인수해 제조한 제품들이다.

CJ제일제당이 인수한 베트남 냉동식품 기업 까우제가 생산한 딤섬.
CJ제일제당 현지 법인 관계자는 “까우제가 40년 전통의 냉동식품 기업인 만큼 딤섬, 완탕, 스프링롤, 볶음밥 등 다양한 냉장·냉동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 까우제뿐만 아니라 킴앤킴, 민닷푸드 등 현지 식품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현재 베트남 냉동식품의 절반 이상을 CJ제일제당이 점유하고 있다.

냉장식품 코너에는 썰은김치, 맛김치, 갓김치 등 다양한 한국 김치가 진열돼 있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비비고 고수김치도 있다. 현지에서 즐겨 먹는 고수를 활용해 개발한 김치로 꽤 인기가 있다고 현지 직원은 귀띔했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비비고 김치. 저염김치, 갓김치, 고수김치 등 다양한 종류를 갖추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2월 베트남 롱안성에 공장을 짓고 김치, 만두, 스프링롤, 한식소스 등 글로벌 전략 상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초기엔 김치에 집중했다. 맵기와 젓갈 함유량 등을 조절해 김치 맛을 현지화하면서 베트남 김치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서 비비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동안 호찌민, 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 비비고 푸드트럭을 운영했다. 올해는 작은 골목도 들어갈 수 있는 소규모 푸드카트를 활용해 베트남 구석구석 브랜드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최근 비비고 제품 라인업 강화를 위해 홍보 중인 김스낵. 
CJ제일제당 베트남 법인 측은 “기존 인기 품목인 만두·김치에 이어 김스낵, 소스, K 스트리트푸드 등 식품을 선보여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비비고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찌민=글·사진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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