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정부는 자신의 연금개혁안을 내라

기자 2024. 5. 2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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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다음주 임기를 마친다. 끝내 연금개혁 입법 없이 문을 닫을 듯하여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국회가 각각 연금개혁 관련 위원회를 1년 이상 운영하였고 나아가 시민대표단이 참여하는 공론화 작업까지 진행하였으니 허탈할 수 있다. 이러다 연금개혁이 한참 실종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성과는 분명 있다. 여야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자고 의견을 모은 건 중요한 진전이다. 이후 이 합의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보장성 방안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면서 3년이나 남은 ‘임기 내에’ 연금개혁안이 확정되도록 하겠다는 건 너무도 안이하다. 정부는 22대 국회 개원 후 조속히 연금개혁안을 제출하여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 또한 시간이 생긴 만큼, 정부안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수치 조정을 넘어 미래 연금체계 청사진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이번에 공론화위에서 논의한 두 개 방안에 따르더라도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은 여전하고 청년들은 나중에 내가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고 다시 물을 수 있다. 이에 정부안은 중장기 연금체계 비전을 수립하고 이 토대 위에서 현단계 연금개혁의 위치를 설정하는 그랜드 플랜이어야 한다. 그래야 연금개혁이 미봉적 절충이 아니라 종합 로드맵에 따른 첫걸음으로 인식되어 사회적 동의도 높아질 수 있다. 연금개혁이 다소 지연된 만큼 더 풍부한 성과를 거두자는 취지에서, 정부안이 담아야 할 핵심 내용을 제안한다.

첫째, 한국에서 연금개혁은 ‘연속개혁’이어야 함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한 번의 개혁으로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최종 목표를 제안하고 이번 개혁이 1단계 조치임을 알려야 한다. 이번에 합의한 보험료율 13%도 종착지로 가는 중간 단계로 자리매김하면, 이것이 미봉책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베이스캠프로 이해될 수 있다.

둘째, 노후소득보장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포괄하는 의무연금 삼총사로 설계한다. 이번 연금개혁 공론화 조사에서 다수가 소득대체율 인상을 선호했듯이 자신의 노후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크다. 이럴수록 실사구시가 요구된다. 한국 연금체계에서 보장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이미 법정 제도로서 상당한 규모로 성장한 세 연금을 포괄하는 보장성 전략을 짜야 한다.

셋째, 연금체계 청사진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하나의 틀로 종합한다. 종종 연금제도에서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급여구조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양자택일로 바라보는데 이건 우선 순위의 사안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을 완전 소득비례방식으로 급여구조를 전환하더라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모수 조정은 필요하며, 기초연금을 하위계층 중심의 누진급여제도로 재편하더라도 금액 수준은 역시 중요한 주제이다. 이처럼 미래 청사진은 수치의 모수 조정을 구조개혁의 방향에서 설명할 것이기에 연금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높일 수 있다.

넷째, 초고령사회에서 공적연금이 지닌 세대 간 계약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서구에서 공적연금이 성숙했던 20세기 중후반엔 후세대로 갈수록 노년부양 자원이 늘어나는 시기였다면 21세기 초고령사회에선 거꾸로이다. 그렇다면 향후 연금개혁은 앞세대가 뒷세대 부담을 사전에 줄여주는 세대 간 계약이어야 한다. 20세기 공적연금에선 노년부양을 당해 세대가 모두 책임지는 부과방식 재정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현세대가 기금을 미리 적립하고 기금수익 효과까지 도모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섯째, 공적연금에서 정부 일반재정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한다. 공적연금 재정은 노사가 보험료를 분담하고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3자 책임 구조이다. 이때 정부 지원은 출산크레디트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 ‘사회적 지원’, 기초연금 같은 비기여 제도의 ‘재정 전담’, 공무원연금에서처럼 ‘적자 보전’ 등 다양하다. 막연히 나중에 재정이 부족하면 국가가 책임진다는 국고만능론은 곤란하다. 정부안에는 공적연금 지출에서 조세 재원의 가능 범위, 노년부양에서 국고가 맡을 역할 등이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과연 정부가 이런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복지부 내부에서 연금청사진과 구체적 방안에 대한 정책적 검토는 상당히 이뤄졌다고 본다. 초고령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인 연금개혁은 국정 운영을 책임진 정부 몫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존 연금개혁 논의를 완성하겠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22대 국회 초기에 미래 연금청사진이 담긴 정부안을 제시하라. 그러면 올해 안에도 연금개혁 매듭은 가능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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