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군인과 가족의 감격 상봉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여학생 카일러 틸먼이 2019년 고교 졸업식 날 우수 학생으로 호명돼 단상에 올랐다. 그런데 교장의 축사가 평년과 달랐다. “우리의 자유를 위한 너희 가족의 헌신에 감사한다. 앤서니 틸먼 하사가 한국에서 네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먼 길을 왔다.” 아빠 없는 졸업식에 풀 죽어 있던 카일러는 아빠가 나타나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 많은 군인을 파병하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파병 군인과 가족의 상봉 행사가 많고 관심도 뜨겁다. 소셜미디어에 ‘솔저스커밍홈(soldiers coming home)’ 같은 해시테그(#)를 치면 해외 파병 장병과 가족의 감동적인 해후 장면이 쏟아진다. 2011년 제작돼 공중파로 방영된 군인 가족 상봉 리얼리티 쇼 ‘커밍 홈’은 미국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후속 시리즈까지 제작됐다.
▶한 여교사는 파병 군인과 가족 만남 행사 사회를 맡아 식순을 읽다가 오래도록 못 본 아들 이름을 발견한다. 떨리는 목소리로 호명했더니 정말로 나타난 아들이 엄마를 와락 끌어안는다. 수업 중인 교실에 군복 입은 아빠가 등장하자 친구들 앞에서 환호하는 아들, 휴대전화를 보고 걷느라 그토록 보고 싶던 아빠가 돌아와 마중 나와 있는 것도 모르고 지나치는 딸 등 가슴 뭉클하고 웃음 자아내는 장면이 수십만, 수백만 조회수를 올린다. 미국 프로야구는 파병 군인 가족을 시구자로 초청해 공을 던지게 하는데, 가끔씩 파병 군인을 포수 자리에 깜짝 등장시켜 가족과 관중을 함께 울린다. 때로는 애견이 군인 주인의 귀환을 미친 듯이 환영해 감동을 준다.
▶이런 장면이 22일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도 있었다. 이날 주한 미군 대표로 참석한 유리 크니시브 소령은 “뜻깊은 자리에 초대받아 기쁘다”고 했지만 왜 자신이 초청받았는지는 몰랐다. 그 순간 미국에 있는 줄 알았던 고교생 아들 알렉스가 나타나 아빠를 끌어안았다. 해외 파병 미군과 가족의 만남은 주로 파병 중인 군인이 고향의 가족을 찾아가는 형식이다. 이번엔 그 반대여서 크니시브 소령은 만남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크니시브 소령은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벨라루스 출신이다. 벨라루스에서 대학을 마친 뒤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이주했다. 크니시브 소령은 가족과 자주 떨어져 지낸다. 중동에 여러 번 파병됐고 한국 근무도 두 번째다. 알렉스는 “아빠가 무엇을 위해 한국에 계신지 알기에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미 동맹의 단단한 매듭엔 이런 헌신과 희생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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