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국 위기 TBS, 왜 MOU 보도자료만 나올까

장슬기 기자 2024. 5.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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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출연기관 해제 10일도 안 남아, 대표 직무대행은 소비자 플랫폼 만들겠다며 MOU 체결
노조 "구체적인 실행계획 필요해"…임금삭감 등 불가피, 의장·상임위 바뀌는 8월 해법 나올까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지난달 22일 TBS 구성원들이 서울시의회에서 TBS 지원과 생계 보장을 요구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TBS지부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가 벼랑 끝에 몰렸다. TBS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면서 서울시 출연기관이 해제되는 시점인 6월1일까지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TBS의 두 노조(언론노조 TBS지부·TBS노동조합)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다시 한번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를 향해 폐국 위기에 놓인 TBS 지원과 구성원들 생계 보장을 요청했다. 지역공영방송이 없어질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지난 7일 공석이었던 TBS 대표자리에 이성구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선임됐다.

이후 TBS는 대외적으로 다소 희망적인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 TBS와 한국소비자원이 '방송을 통한 소비자 안전 및 권익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지난 20일 TBS와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의 '공정거래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등 내용이다.

여기에 두 가지 비판이 가능하다. TBS가 미디어재단으로 독립하면서 지역공영방송으로 거듭났는데 갑자기 이 직무대행이 'TBS를 소비자 정보 마케팅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힌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다. TBS 두 노조가 “이 직무대행이 소비자 정보 마케팅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고 이런 미디어 채널을 통해 경영 위기를 극복한 커리어를 가지고 싶다고 밝혔는데 TBS는 1000만 서울시민을 위한 방송국이지 이성구 대표이사 직무대행 개인의 성취감이나 스펙 쌓기를 위한 방송국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이유다. 이 직무대행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책과제2비서관,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국장,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장,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이러한 TBS 행보가 폐국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효한 전략인가라는 의문도 남는다. 전임 정태익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초쯤이었다면 TBS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MOU 체결이 곧 수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직무대행은 현재 TBS와 서울시 측이 추진하는 민영화가 사실상 어렵다면서 서울시와 시의회 측에 TBS가 출연기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TBS가 총 MOU 보도자료와 함께 지난 8일과 15일 서울시와 산하기관 정책을 소개하는 내용의 프로그램 <TBS 서울라이트> 홍보자료를 낸 배경으로 볼 수 있다.

TBS 구성원들은 지금의 서울시의회 구성으로는 추가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TBS 지원종료 시점을 6월1일에서 9월1일로 3개월 유예하는 조례개정안이 시의회에 발의는 돼 있지만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TBS 추가 지원조례안은 서울시의장과 TBS 담당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구성이 바뀌어야 통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김현기 서울시의장과 문체위 위원 임기는 올 7월까지다. 하반기 의장과 문체위 위원 등이 TBS 지원을 찬성하는 인사로 바뀐다고 전제하면, 새 의장 체제로 꾸려진 첫 회의가 열리는 8월까지는 현재 재정으로 버텨야 한다. 5월 말 기준으로 TBS에 남은 인건비는 20억 원이 채 되지 않는데 임금을 지금보다 30% 이상 삭감해야 8월까지 버틸 수 있는 규모다. 무급휴직 등의 고통분담안도 예상된다. 이 직무대행의 경영 방향이 틀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TBS 처지를 고려하면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TBS 대표 직무대행이 두 노조로 대표되는 구성원들의 온도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최근 한 언론보도를 보면 사내의 또 다른 단위에서 민영화 등 별도 대처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한국일보는 <TBS 출연금 지원 연장 사실상 '좌초'…TBS, 다음 활로는>란 기사에서 “TBS는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면 'TBS'라는 브랜드를 버리고 케이블 채널인 TBS TV, 영어 라디오방송인 TBS eFM, 정규 라디오방송인 TBS FM 95.1이 각자도생 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월14일 TBS에서 만든 비상대책TF에서 추진하는 내용이다. 해당 TF는 TBS 민영화를 추진하고 올해 말 있을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를 준비하는 조직으로 민영화가 어렵다고 보는 일부 서울시의원이나 이 직무대행과 입장을 달리한다. TF에서는 민영화를 전제로 한 대응 방안들을 검토하고 TBS 매각 이슈가 불거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도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TBS가 재허가를 받으려면 연말까지 방송을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하기에 5월까지와 6월 이후 각각 서울시의회에 어떤 전략으로 소통할 것인지도 검토하고 있다.

TF 논의사항을 보면 5월 이전에는 조례연장안에 대해 원포인트로 상정하는 방안, 6월에는 조례연장안이 아닌 새로운 조례안이 필요하며, 8월 이후 하반기 시의회 첫 회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8월까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면서 서울시의회를 설득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현실적으로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를 잃을 경우 서울시 보증 없이 민영화 방안도 찾기 어렵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일관된 메시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는데 현재로선 대표 직무대행과 TF, 두 노조가 긴밀하게 하나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TBS 양대 노조는 성명에서 이 직무대행을 향해 “당장 할 일은 TBS 지원 폐지조례안이 실효되는 5월31일 이후 TBS가 어떤 상황을 맞이하며 또한 방송은 제대로 송출할 수 있는지, 방송 노동자의 생존권을 어떻게 지킬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매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는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회와 적극 소통해 TBS 구성원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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