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감 '폭행 의혹' 공방 가열…"양심선언" vs "거짓말"
변호인 "거짓말 번복…신빙성 없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법정에 선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항소심에서 사건의 핵심 쟁점인 10여년 전 폭행 사건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이 사건의 주요 증인이자 폭행 의혹의 당사자인 이귀재 전북대학교 교수는 일관되게 폭행 피해를 주장했고, 서 교육감 측 변호인은 위증 전력이 있는 이 교수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데 주력했다.
22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 교육감의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항소심 재판에는 이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먼저 검찰은 이 교수에게 "1심에서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제가 (폭행이 없었다고) 위증한 이후 심적으로 견디기 힘들어서 정신과 치료도 받고 약도 먹었다"며 "10년 전 그 일을 떠올리면서 이제 당시 상황을 확실하게 말하는 게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이제 성장해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며 "이제는 아버지가 떳떳하고 옳은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양심선언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2013년 전주 시내 한 한식당에서 벌어진 폭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이 교수의 이날 증언에 따르면 당시 전북대 총장이던 서 교육감은 먼저 자리를 뜨기 위해 신발을 신고 있던 이 교수의 얼굴을 양손으로 3차례 폭행했다.
이 교수는 갑작스러운 폭행에 고개를 쳐들어 서 교육감을 들이받았고, 서 교육감은 이 충격으로 음식점 복도에 넘어졌다.
이후 음식점 방에서 나온 교수들이 이들을 말리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당시 상황을 동작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검찰의 요청에 서 교육감이 당시 자신에게 가했던 폭행을 몸짓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2022년 교육감 선거 이후 경찰 조사에서 '당시 폭행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자, 서 교육감이 경찰서 복도에서 어깨를 두드려주는 등 친밀감을 표시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2023년 법정에서 같은 취지로 위증하자 서 교육감이 증인 신문을 마친 자신에게 눈을 깜빡여 '윙크'했다고 떠올렸다.
반대 신문에서 서 교육감 측 변호인은 이 교수가 전북대 총장 선거 출마 당시 주변과 나눈 통화 내용 등에 대해 질문했다.
서 교육감 측 변호인은 이 교수가 2022년 5∼6월 동료 교수 등에게 말한 '당시 폭행 사진이 있다', '서 교육감이 고맙다며 집에 찾아왔다' 등의 이야기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가 연구비 횡령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점과 총장 선거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며, 앞선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 교수는 서 교육감 측 변호인이 "이 부분은 거짓말이죠?"라는 질문을 반복하자 "이 사건은 당시 폭행이 있었느냐가 본질 아니냐"라며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질문 방식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고, 이 교수에게도 "증인이 진술을 여러 번 바꿔서 간접 사실이 너무 많이 생겼다"며 "이 법정에서도 증언 변경 여부를 보고 있으므로 신문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서 교육감 측 변호인은 이 교수가 앞서 묘사한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이 교수가 그동안 폭행 피해를 주변에 조금씩 달리 얘기한 경위 등에 관해 물었고, 이 교수는 "당시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르게 기억한 이유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서 교육감이 뺨을 때린 횟수를 3대로 특정해 기억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제가 맞았으니까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한 증인 신문은 3시간 20여분이 지난 오후 6시 20분께 마무리됐다.
이 사건의 쟁점인 서 교육감의 이 교수 폭행 의혹은 2013년 11월 18일 전주 시내 한 한식당에서 발생한 이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에서 불거졌다.
이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는 서 교육감이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정작 재판에서는 "묵직한 것에 부딪혔던 것 같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기억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꾸다가 위증죄로 구속된 이후 "전북대 총장 선거에서 서 교육감 측 지원을 받기 위해 위증했다"고 자백했다.
서 교육감은 결과적으로 지난해 8월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은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다음 재판은 6월 19일 열린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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