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고향사랑기부금’ 충북 31억 원 모였지만, 곳간에…

이유진 2024. 5. 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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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이 화면상의 인물들, 너무나 익숙해서 누구나 다 아실 겁니다.

배우 유해진, PD 나영석, 그리고 가수 미주와 원슈타인입니다.

모두 충북 출신이죠.

넷의 공통점이 또 있습니다.

충북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기부자들이라는 겁니다.

꼭 내가 태어난 고향이 아니어도, 지금 사는 곳을 제외한 어느 시·군에든 기부금을 낼 수 있습니다.

1명이 한 해 500만 원까지 기부하면 각 시·군에서는 각종 답례품을 줍니다.

이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1년 반이 다 돼가는데요.

충북에는 기부금이 얼마나 모였을까요?

제도 시행 첫 해, 충청북도와 11개 시·군의 모금액은 총 31억 원입니다.

지역별 모금액도 살펴보겠습니다.

진천군이 3억 8천만 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영동군 3억 4천만 원, 청주시 3억 백만 원, 충주시 3억 원 등입니다.

충청북도는 2억 3천만 원, 그리고 나머지 7개 시·군은 1억 원대에서 2억 원대 후반 수준입니다.

기부자들이 직접 골라 받을 수 있는 충청북도와 각 시·군의 답례품, 수백 가지나 됩니다.

농수산물에 가공식품, 지역 화폐와 기념품, 화장품, 관광 서비스와 시설 할인권까지 다양한데요.

충북에서는 어떤 답례품이 가장 인기였을까요?

11개 시·군에서 가장 많이 제공한 답례품을 3개씩 추렸습니다.

10명 중 3명, 30%가 와인이나 기름, 사과즙 같은 가공식품을 골랐습니다.

축산물과 지역 화폐가 각각 22%, 그리고 쌀이나 과일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지역 살림에 보탬이 되고 선물까지 받을 수 있어 기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소중한 기부금 대부분이 지자체의 예산 곳간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련 내용,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진천의 한 사회복지 치유 농장입니다.

고령의 주민 등이 농사를 지으면서 사회 활동하고 돌봄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진천군은 이곳에 고향사랑기부금 5천만 원을 들여 9천여 ㎡의 텃밭을 추가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김민형/진천군 민간협력팀장 :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건강한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공동체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고향사랑기부금 1호 사업으로 충청북도는 의료비 후불제를 선정했습니다.

치료를 먼저 받고 비용은 나눠서 내도록 한 사업으로, 14가지 후불제 대상 질환 가운데 치아 교정 예산에 연간 1억 원의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영동군은 고령층 디지털 교육, 옥천군은 영유아 의료비 지원에 기부금을 투입하기로 하고 사회보장제도 협의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금을 어떤 사업에 어떻게 쓸 지 정하지 못한 자치단체가 대다수입니다.

행정안전부의 관련 권고를 지키려면 사업 시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사업 범위는 취약계층 지원, 문화·예술, 공동체 활성화, 복리 증진 등으로 한정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정 사업을 정해 최대한 기부금만으로 진행하라고 하지만, 한 해 시·군별 기부금이 1억 원에서 3억 원대로 소규모 사업밖에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고향사랑기부금이 해마다 얼마나 걷힐지 예측하기 어려워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권선필/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 특별위원장 : "어떤 걸 가지고 기부를 받을 건지, 답례품은 어떤 걸 할건지를 공무원을 통해서 하기보다는 플랫폼을 통해서 지역 내 자원들이 다양하게, 또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꾸준한 기부를 위한 나눔 문화 확산과 함께, 소중한 기부금을 지역 사회에 의미있게 쓸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김성은/영상편집:오진석·정진욱/그래픽:김선영

이유진 기자 (reasontr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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