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말 바꾼 김혜경 비서 “법카로 결제하면 金이 현금 줬다”

수원/김수언 기자 2024. 5. 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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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엔 “보전해준 적 없다”고 진술
배씨 “법카로 식사 결제는 내 판단으로 한 것”
재판부 “위증 문제 생길 수 있다” 경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뤄진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 기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재판에서 김씨의 사적 수행비서로 알려진 경기도 전 사무관 배모씨가 “법인카드로 결제한 음식을 배달하면 김씨가 현금을 줬다”고 했다.

배씨는 수사기관에 “김씨가 음식값을 보전해준적 없다”고 했는데, 법정에서 말을 바꾼 것이다. 배씨는 이날 “제 판단으로 결제했다” “피고인과 (음식 등에 대해)이야기를 나눈 적 없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재판부도 “위증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재판장 박정호)는 22일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6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선 김씨의 공범이자, 그와 같은 혐의로 이미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된 배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2010~2018년)과 경기도지사(2018~2021)였을 당시 각각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돼, 사실상 김씨의 사적 수행 비서 역할을 한 인물이다. 김씨와 배씨가 법정에서 대면한 건 처음이다.

이날 배씨는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로 구매한 음식을 김씨의 자택에 배달한 적 있느냐” “개인카드로 음식 구매해 피고인 자택으로 배달한 후 결제를 취소하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하도록 한 사실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검찰은 “‘김혜경의 집에 초밥을 배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고, ‘사모님께 안부전화를 하면서 드시기 편한 거로 (배달)하겠다’고도 했는데, 피고인이 음식을 보내는 걸 승인한 거냐”고 물었고, 배씨는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음식 대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안 물었냐”고 했고, 배씨는 “그냥 돈을 받았다. 현금을 받았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 경기도청 사무관(별정직) 배모씨가 지난 2월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재판부는 배모씨에게 원심판결 그대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뉴스1

검찰은 “피고인의 자택에 배달한 음식들은 결과적으로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해 경기도 예산에서 음식 대금이 나간 것인데, 피고인을 속이고 현금으로 돈을 받았다는 거냐”고 했다. 이에 배씨는 고개를 숙인 채 짧게 “네”라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자택에 배달했다고 인정한 음식의 금액이 수백만원인데, 피고인을 속이고 본인이 사익을 챙겼다는 거냐”고 묻자, 배씨는 또 “네”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날 재판에서 제시한 배씨의 진술조서에선 배씨가 “김씨가 대금을 보전해준 적 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배씨와 이 사건 공익제보자인 조명현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제시하며, “증인이 조씨에게 ‘회덮밥이 간장이냐, 초장이냐’고 묻는 말이 있고, 수사 기관엔 ‘사모님의 의중을 물어본 다음 음식을 구입한 게 맞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이에 배씨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검찰은 또 “조씨와의 통화 녹취록에서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어’라고 했고, 텔레그램에선 ‘12시쯤 배달해달라고 하시니 덮밥집 좀 생각해 봐’라고 했는데, 음식을 먹을 사람이 메뉴를 정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배씨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재판부까지 나서 “회덮밥 양념을 정한 게 누구냐” “피고인이 그냥 자택에 있다고 했는데 (증인이 알아서)음식을 주문한 거냐”고 했고, 배씨는 “제가 정한 거 같다”고 했다.

검찰은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차례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고 말했고, 재판부 역시 4차례에 걸쳐 “위증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배씨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인 ‘경기도 법인카드로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는 김씨의 혐의와 관련해서도 “모든 것은 나 스스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면서 당내 경선에 출마한 당시인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의원의 아내 등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를 위반한 혐의다. 검찰은 김씨가 배씨에게 지시해 식사비를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배씨는 이날 재판부가 직접 “당시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나. 진짜 본인 스스로 판단해서 한 거냐”고 묻자, “네”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증인이 법인카드로 결제할 때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했는데, 피고인이 참석한 자리에 증인이 결제한 건 본인의 진술에 의해 확인이 됐다”면서 “계산방법 등에 대해선 피고인이랑 어떤 의사 교환도 없었나”라고 했고, 배씨는 “없었다”고 답했다.

김씨 역시 자신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결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배씨가 알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재판이 휴정할 때마다 김씨를 지지하는 방청객들은 “김혜경 여사님 힘내세요” “김혜경 승리하세요”라고 외쳤고, 김씨는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그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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