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 연준과 '헤어질 결심'… 한국은?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4. 5. 22. 19: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마켓톡톡
한은 23일 금리 결정 앞두고
ECB 총재, 6월 금리인하 예고
스위스·스웨덴 기습 금리 인하
영국·캐나다, 6월 인하 가능
강달러 우려되지만 수출에 도움

금융투자협회 설문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8%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은 오는 6월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스위스는 3월에, 스웨덴은 5월에 금리를 인하했다. 유럽이 환율 상승을 무릅쓰고 금리 인하에 나서는 배경을 알아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헤어질 결심을 단단히 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셈이 복잡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5월 2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6월 6일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선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 이유로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올 것이란 전망을 꼽았다. ECB의 현재 기준금리는 4.50%다.

유럽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서로 제 갈 길을 가는 일은 사실 어색하지 않다. ECB가 199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출범한 이래 연준보다 기준금리를 2~3%포인트 이하로 유지했던 기간은 미국 닷컴 버블 붕괴 전후인 1998~2001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전 4년간인 2004~2008년, 팬데믹 발생 전인 2017~2020년 모두 세차례다.

ECB 내부 기류는 '걱정은 되지만, 금리는 내린다'로 요약된다. 매파인 로버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3월 "연준과 멀어지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지만, 4월에는 "경제 상황이 허락한다면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물러섰다.

스페인 재무장관 출신의 루이스 데귄도스 ECB 부총재도 일찍부터 '6월 금리 인하'를 주장했지만, 지난 4월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환율 변동이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의 걱정은 유로화 환율이다. ECB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더 낮아지고, 유가 등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다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고금리 국면에서도 미국 경기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4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외국은행연합회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낮아질 것이라는) 이런 전망을 향한 확신이 이전처럼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6월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사진=뉴시스]

유럽이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 재상승 우려에도 6월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유로존 수입품 결제 통화의 41.5%가 유로화다. 유럽연합(EU)의 통계청에 해당하는 유로스탯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럽 수입 물량에서 달러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49.6%였다. 유가만 그대로면 물가 상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 유로화 약세가 유로존 수출에 도움을 준다. ECB는 유로존 수출이 올해 2.4%, 내년에 3.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셋째, 연준의 목표가 물가와 고용 두개지만, ECB 정관에는 물가 목표만 명시돼 있다. 중기 물가 상승률을 2%대로 유지하면 된다.

연준과 이미 헤어진 국가들도 늘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50%로 결정했다. 스웨덴도 5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3.75%로 정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4월 "6월 금리인하는 가능성의 영역 안에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기준금리는 5.00%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6월 금리인하가) 기정사실은 아니지만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16일 전문가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98명이 금통위의 기준금리 3.50% 동결을 전망했다. 한명은 0.25%포인트 인하, 다른 한명은 0.50%포인트 인하를 전망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