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식민사관’ 논쟁에 불 지필 책…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인터뷰]

정자연 기자 2024. 5. 22. 19:02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1945년 광복 이후 지금까지 발행했던 모든 ‘역사(국사) 교과서’는 국정·검인정을 막론하고 조선총독부 학무국에서 발간한 ‘심상소학 국사(일본사)’의 조선사 부분과 본질적 차이가 없다.”

기존 역사 교과서에 대응해 독립운동가들의 역사관에서 서술한 ‘온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 역사교과서’ 1·2권이 나왔다. 이를 발간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는 ‘광복 80년 만에 빛을 본 독립운동가들의 역사관’이라고 표현한다.

책을 펴낸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의 이덕일 소장은 22일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역사교과서는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식민사관을 그대로 옮겨 서술된 것으로 왜곡되거나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다”며 “그동안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학계 등에서 식민사관을 배제한 제대로 서술한 교과서 형식을 갖춘 책을 발간하자는 요구가 수도 없이 많았다. 대형출판사에서 자금을 넣어 발간하기 어려우니 연구소에서 마음을 먹고 이를 실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일부 역사학계 등에선 우리나라의 역사관이 식민사관을 바탕에 두고 있다며 이를 청산해야 한다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지난해 9월 가야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되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남원 고분군을 ‘기문국’, 합천 고분군을 ‘다라국’으로 표기해 논란이 일었다. ‘기문군’과 ‘다라국’은 임나(任那)의 지명을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를 관통하는 사관을 크게 둘로 본다. 하나는 조선총독부 황국사관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 후기 노론사관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 독립운동사, 민주화 과정 등이 끼어들어가 있으니 혼란스럽다. 앞의 설명과 뒤의 설명이 맞지 않으니 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선 현 교과서는 단군을 지움으로써 우리 역사의 시간을 축소했다고 본다. 시간을 축소한 역사가 공간을 축소하지 않을 리 없다는 것.

현재 사용하는 검인정 교과서들은 낙랑군을 평양에 있었다고 표기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 강역을 차지하고 ‘대한민국 교육부에서 인정한 한국사 교과서에 북한 땅이 우리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덕일 소장은 “낙랑군을 비롯한 한사군은 북한 강역이 아니라 지금의 중국 하북성 및 요녕성 서부에 있었음에도 한국사 교과서들은 조선총독부의 지침을 따라서 우리 역사 공간을 팔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 현행 한국사 교과서는 고려의 강역을 압록강에서 지금의 원산만까지 사선(斜線)으로 그려놓고 ‘천리장성’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려는 ‘한반도의 2/3밖에 차지하지 못한 볼품없는 나라’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또한 현행 교과서는 구석기시대부터 고려 때까지의 100만 년의 장구한 역사를 1/10 분량으로 축소시켜 한국사를 말살했다고 문제 의식을 제기한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제공

책은 구석기부터 현대까지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을 서술했다. 기존 교과서의 지식 외우기 차원이 아닌 역사의 흐름과 의미를 익히도록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이미 기준으로 자리잡고 표준화 된 역사관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만큼 풍부한 사료를 뒷받침한 것은 물론이다. 새로운 역사관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가르칠 강사를 양성하기 위해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에선 강사 양성과정도 운영했다.

책이 출간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9쇄를 인쇄하는 등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 소장은 “정규 수업엔 기존의 교과서를 가르치고 방과후 수업 등에 이 교과서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어느 내용이 올바른지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주겠다라는 교사들이 많다. 이것이 역사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존의 역사 교과서에 반기를 든 만큼 새로운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 지도 관심사다. 이 소장은 “기존의 교과서 필자들이 비판하며 토론을 하자고 하면 언제든 환영”이라며 “이번 출간을 계기로 역사 교과서와 관련된 공개 토론과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라도 공개 학술토론회로 독립운동가들이 썼던 역사관점에서 우리의 역사 서술 문제를 하나하나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광복 80년을 맞이하는 우리들이 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30만 순국선열들과 애국지사들의 영령 앞에 부끄럽지 않게 되는 길이다. 더이상 식민사관의 관점에서 작성된 교과서를 가르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