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 수급자 실업급여 삭감, 노동약자 억울한 피해 없어야
정부가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받는 노동자는 수급액을 최대 절반까지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복 수급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인데, 단기계약을 맺고 일자리를 전전해야 하는 노동 취약계층의 피해가 우려된다. 반복 수급이 일자리는 줄고 불안정한 임시직이 늘어 생기는 구조적 문제임에도,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지우려는 정책이 되어선 안 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실업급여를 5년간 2회 이상 받은 노동자가 수급 대상이 됐을 때 수급 횟수를 기준으로 최대 50% 감액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구직급여를 받기 위한 대기기간도 기존 7일에서 최대 4주로 늘린다. 이런 조치는 지급액 증가로 인한 보험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1조7922억원으로 2018년(6조6884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는 원인을 반복 수급자 증가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정부도 인정하듯,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임시직 비중이 높아 근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애초 불안정한 임시·단기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청년·노년층이나 노동약자들이 많아 반복 수급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여기에 사용자는 퇴직금을 주지 않거나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3개월, 6개월 등으로 쪼개기 계약을 밀어붙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반복 수급을 제한하는 것은 일시적 실업 상태인 수급자의 생계 불안을 줄여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실업급여의 기본 취지를 흔드는 일이다.
지난해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 정책을 내놓을 때,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급여”(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라거나 “청년들이 실업급여로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고용센터 관계자) 등의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반복 수급을 악용하는 일부의 도덕적 해이는 철저히 적발·근절해야 한다. 그렇다고 실업급여 반복 수급 자체를 부정수급으로 접근하려는 행정은 옳지 않다. 정부가 반복 수급의 개별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법률로 일률적 재단을 하겠다는 건 가뜩이나 취약한 고용안전망을 약화시킬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난맥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대책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노동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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