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만 기다릴 수 없다”…‘인력 구조’ 손대는 대형병원
정부 측 “내년부터 병원당 전문의 2명 더 늘리면 될 것”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 구체적인 재원과 정책부터 제시해야”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복귀 시한'에도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자 상급종합병원들이 본격 구조 개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10억원대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전공의를 더는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상 교수와 전임의 추가 채용이 논의되면서 '전문의 중심' 인력구조 개편이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전날 각 진료과 과장으로 구성된 임상 교수회의를 열고 전공의 이탈 사태 장기화 대책을 논의했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3개월 이상 이어지는 의료상황(전공이 이탈사태) 장기화에 따라 비상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중 교수(임상 교수요원) 채용 등 전임의사를 추가 채용해 전문의 숫자를 늘린다. 또 진료 전담 의사직을 신설해 그동안 전공의에게 의존했던 진료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재편한다. 이를 위해 지난 3·4월 채용한 전임의사 31명 외에 51명을 추가 채용해 부족한 의료진을 충원할 예정이다. 특히 업무가 가중된 진료과 위주로 채용해 피로도가 누적된 의료진 업무를 분담할 계획이다.
진료 지원(PA) 간호사도 현재 근무 중인 128명에 더해 환자 진료가 필요한 부서에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또 중환자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준중환자실을 신규 설치한다.
상급종합병원들 중 인력구조 개편이 표면으로 드러난 건 전남대가 처음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다수 상급종합병원들이 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검토할 전망이다. 이에 전공의들의 복귀 수준에 따른 외래 진료 축소 비율 밎 중증 진료 비중, 인력 구조 개편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조조정에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인력 공백이 3개월이 넘어선 상황에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한 2월20일 이후 서울시내 대형병원인 '빅5'는 하루 10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대학병원들도 하루 3억~7억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의료인력 공백으로 인해 입원과 수술이 대폭 줄었지만 인건비나 기존 진료량에 맞춰 늘려놓은 병상 운영비 등 고정 비용은 그대로라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 "전문의·PA 늘린다" vs 전공의 "정부가 앞장 서서 불법 자행"
정부도 관련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정원을 줄이는 대신 병원들이 전문의, 진료지원인력(Physician Assistant, PA)간호사 등 대체 인력을 뽑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원책을 고안 중이다.
정부가 발족한 사회적 협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에서도 지난 10일 제2차 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회의에선 중증·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등 보상을 높여 중증 진료 비율(현재 52.8%)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됐다. 또 소속 의사의 39.8%에 달하는 전공의 의존도를 절반 수준인 20%로 낮출 방침이다. 빅5 등 핵심 상급종합병원을 고도의 중증 진료를 집중 치료하는 4차 병원으로 키우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편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두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내년 전공의 비율을 낮추고 전문의 2명을 추가 고용'한다는 정부 관계자 제안을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만 800여 명인데 병원당 전문의를 2명 더 뽑아서 어쩌겠다는 것인가"라며 "정부는 전문의 인력 채용 강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이나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PA를 확대하는 등 정부가 앞장서서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이 아닌 진료지원인력 중심의 병원을 구축하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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