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플레 둔화 확산 …"누가 먼저 내릴까" 금리 눈치싸움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5. 22. 17: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요국 인하 시기 저울질
라가르드 "인플레 통제 확신"
유럽은 6·9·12월 인하 전망
中 디플레 막으려 6월 내릴듯
일각선 금리인하에 신중론
크루그먼 "향방 알수없다"
S&P500·나스닥 최고점 경신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하강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세계 각국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기준금리를 동시다발적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위해 '적정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하면서 주요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점을 경신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서비스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연준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너무 성급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경제조사기관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21일(현지시간)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에 따라 미국의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아직 유효하다"며 "유럽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중국은 경기 부양과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응하려고 각각 6월 중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7월 인하설'이 다시 급부상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 전년 대비 5.9%로 하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2년 말 9.2%, 2023년 6.1%와 비교하면 꾸준한 둔화세다. 선진국 인플레이션은 2022년 7.8%, 2023년 3.2%에서 올해 2.5%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세계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7월 인하설이 힘을 받는 요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달러 강세와 자본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미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으로 자본이 유입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 높아지고, 자산 가격 거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영식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국에서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미국과 다른 나라 간 금리 격차가 확대돼 경제 충격이 우려된다"며 "글로벌 자금 유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외채가 많은 신흥국의 부도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기 위해 '눈치 싸움'에 들어갔다. 로버트 서브라먼 노무라그룹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속 아시아 경제 및 금융시장 긴급 진단' 웨비나에서 "역사적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중국의 경기 부양책, 신흥국의 글로벌 투자자산 이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은 약달러 현상에 올해 말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다음달 금리 인하 방침을 밝힌 것도 같은 이유다. 시장에서는 ECB가 다음달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9월과 12월에도 인하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모두 종가 기준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1% 이상 상승했고 24차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요국 국채금리도 하락했다. 이날 캐나다 10년물 국채금리는 3.6% 위에서 움직이다 4월 CPI 상승률 발표 이후 급락해 3.54%까지 내려갔다.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04%포인트 하락한 4.13%로 내려갔고, 독일 10년물 금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2.5%로 하락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하강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4월 미국 CPI가 올해 처음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보험을 비롯한 일부 서비스물가는 여전히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지난달 전년 대비 무려 22.6% 상승해 물가 안정에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22일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영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연 2.3%를 기록해 예상치(2.1%)를 상회했다. 이날 오전 한때 뉴욕 채권시장에선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43%까지 올랐다.

금리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금리 전망과 관련해) 미치도록 혼란스럽다. 정답을 확실히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기 금리의 경로를 놓고 실제로 어디로 향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크루그먼 교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자국 통화로 차입하는 국가들에 대출 기관들이 대출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부채 위기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서울 안갑성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