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원자력과 에너지 민주주의

2024. 5. 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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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생산량을 1억4500만켤레로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생산량은 6200만켤레였다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서류상으로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구두가 생산되지만, 오세아니아의 인구 절반이 맨발로 다닌다는 사실이었다.'

에너지라는 과학 용어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인 단어가 결합한 탓에 더 생경하게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에너지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해 국민 누구나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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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생산량을 1억4500만켤레로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생산량은 6200만켤레였다…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서류상으로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구두가 생산되지만, 오세아니아의 인구 절반이 맨발로 다닌다는 사실이었다.'

오세아니아는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전체주의 국가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쟁과 가난, 문맹을 활용해 국민을 구속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생기는 점을 간파하고 빈곤을 활용해 억압의 수단으로 삼는다.

젊은 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과 사회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에 큰 감명을 받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생각했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풍요롭고 자유로운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꽃피우는 날을 고대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룩한 모범적인 국가로 발돋움했다. K팝의 문화 강국이자 다양한 산업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경제 기적의 배경에는 값싸고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역할이 컸다.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해 수출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서민의 빠듯한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었다. 지난해 우리 회사가 생산한 전력량은 국가 전체 전력의 3분의 1에 이르지만, 판매대금은 전체 전력 판매금의 8분의 1 정도 된다. 원자력은 전기 걱정 없고 에너지 빈곤층 없는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해왔다.

우리는 전기가 주는 혜택에 익숙해 물과 공기처럼 전기의 소중함을 잊기도 하고, 전기를 공공재로 착각하기도 한다. 공공재는 국방, 경찰, 소방처럼 이용에 따른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사회간접자본이다. 에너지는 자연독점재로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전문적인 경영 활동으로 얻어지는 재화다. 가끔 전기세로 혼동하기도 하지만 전기요금이 맞는 표현이다.

태양광과 풍력이 자연에서 비롯된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에너지가 얻어지는 것이 아니듯 에너지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같은 장소에서 햇빛을 받아도 태양광 기술에 따라서 생산되는 전기에너지의 양이 달라진다.

에너지가 공공재가 아닌 까닭에 에너지를 민주적으로 분배하자는 '에너지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어색하다. 에너지라는 과학 용어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인 단어가 결합한 탓에 더 생경하게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에너지 생산과 분배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을 협동조합이나 지자체 등 여러 주체와 나누다 보면 이익 공유를 위한 관련 비용이 간접비에 포함되어 전기요금은 상승하게 된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계층은 에너지 취약계층이다. 겨울철 추위를 전기장판으로 이겨내고, 한여름 무더위를 선풍기로 달래는 서민들을 생각하면 전기요금 상승 요인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에너지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해 국민 누구나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토양을 두껍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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