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교실 폭언…법원 “교사 징계 근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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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몰래 녹음한 교사의 폭언은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 판단의 근거로 쓸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앞서 이 사건의 형사 재판에서 해당 녹음을 유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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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몰래 녹음한 교사의 폭언은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 판단의 근거로 쓸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앞서 이 사건의 형사 재판에서 해당 녹음을 유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부장판사 김국현)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A 씨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20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교사 A 씨는 2018년 자신이 맡은 반으로 전학 온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돼 있어”라고 발언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해당 발언은 아동 학대 정황을 전해 들은 어머니가 자녀 가방에 넣어둔 녹음기에 그대로 녹음됐고, 경찰에 녹취록으로 제출됐습니다.
1·2심 재판부는 녹음본을 증거 능력이 있다고 보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고, 이후 A 씨는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습니다.
교사가 수업 중 교실에서 한 말은 ‘공개된 대화’로 제3자가 녹음할 수 있고, 피해 아동의 보호를 위해서는 녹음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1월, 수업 중인 초등학교 교실은 공개된 장소가 아니고, 교사의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로 학부모의 녹음 행위는 불법적인 ‘제3자 녹음’이라며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결국 사건은 무죄 취지로 서울동부지법에 파기 환송됐고, A 씨의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역시 대법원의 판결을 인용하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녹음파일 등이 징계 절차에 직접 증거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A씨가 징계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녹음파일을 배제하지 않은 채 그 존재와 내용을 참작해 이뤄진 징계양정은 그 자체로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탄원서가 제출됐고, A씨가 학생에 대한 과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주호민 부부 몰래 녹음 파일’은 증거로 인정
한편 지난해에도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 씨 부부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특수교사 B 씨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파일이 재판에서 아동학대의 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해당 사건의 1심 재판부였던 수원지법 형사9단독(판사 곽용헌)은 지난 2월, 해당 녹음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 되지만 “녹음 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해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B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재판부는 “주 씨 아들이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어 학대를 직접 방어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CCTV 없이 소수의 장애 학생들을 상대로 말의 형태로 이뤄지는 수업에 부모가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녹음이 불가피했다”며 증거 인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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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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