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예방한다던 오메가-3…"초기에는 위험 높인다"

생선 기름 기반 건강보조식품 오메가3 . 게티이미지뱅크

인기 건강보조식품인 '오메가-3'가 세간에 알려진 효능과 달리 복용 초기에는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기존에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들은 꾸준히 복용했을 때 사망 위험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선 기름을 토대로 한 건강보조식품은 생선 기름에 풍부하게 담긴 오메가-3를 통해 혈관 벽을 청소하고 적혈구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심혈관 질환 발병을 예방하기 위한 식이제로 권장된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질환을 예방해주는지에 대해선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후아리앙 린 중국 쑨원대 연구팀은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메디신'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2006~2010년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0~69세 백인여성 41만5737명을 대상으로 2021년 말 혹은 참가자가 사망한 날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중 31.5%를 차지하는 13만365명은 정기적으로 오메가-3가 함유된 생선 기름 건강보조식품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의 심장 건강 상태는 '정상', '심방세동(부정맥 질환)', '심장마비', '사망' 4단계로 나눠 평

가됐다. 

분석 결과 심혈관 질환이 없으면서 생선 기름 건강보조식품을 먹은 사람들은 심방세동 위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각각 13%, 5% 증가했다. 12년 간의 관찰 기간 동안 심혈관 질환이 없으면서 건강보조식품을 먹은 참가자 1만8367명에 심방세동이 발생했고 2만2636명이 심장마비, 뇌졸중 또는 심부전을 겪었다. 참가자 중 전체 사망자는 2만2140명인데 이중 1만4902명은 심방세동이나 심각한 심혈관 질환이 없었다.

다만 기존에 심혈관 질환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에게선 심장마비와 사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관찰 기간이 시작될 때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생선 기름 건강보조식품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심방세동에서 심장마비로 진행될 위험을 15%, 심장마비에서 사망으로 진행될 위험을 9%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한계가 있다"며 "생선 기름 건강보조식품과 심혈관 질환 발병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선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가 백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만큼 다른 인종에게는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메가-3가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번 연구에 앞서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미국심장협회(AHA), 미국심장학회(ACC) 등 미국 6개 의학단체는 '미국 심장병학대학 저널(JACC)'에 "오메가-3가 함유된 생선 기름 건강보조식품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선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가 2012년 14편의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해 같은 결론을 내리고 결과를 '아카이브스 오브 인터널 메디신'에 발표한 바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