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네이버의 이익이 국익이라면 라인 사태는 네이버에 맡겨둬야

여선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전 직방 부사장) 2024. 5. 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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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였던 라인…네이버의 ‘실적 개선’ 위해 정리가 필요했던 라인
“빅딜 성사된다면 해외진출 한국기업이 이뤄낸 ‘대표 엑싯’ 성공사례 될 것”

(시사저널=여선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전 직방 부사장))

일본 정부는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건물 ⓒ연합뉴스

라인야후는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

일본 정부가 라인을 강탈한다며 라인을 지키자는 애국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명확히 할 점이 있다. 라인이 한국 기업인가? 만약 한국 기업이 아니라면 애국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예로 라인야후의 국적을 따져보자. 삼성전자는 누가 봐도 한국 기업이다. 설사 주주의 52%가 외국인이지만, 한국에 본사가 있고, 한국 법률에 의해 관리 운영되고, 한국에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삼성전자 경영권을 한국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가지고 있어서다. 비록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1.63%일지라도 말이다.

2016년 당시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이런 인식 하에 라인을 일본 회사라고 규정했다.

"내 생각에 라인은 일본 도쿄에 본사가 있고, 의사결정 체제를 봐도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일본인이다. 물론 일본의 법률에 따라 관리 운영되고, 세금도 일본에 납부하고 있다. 그 의미인 즉, 라인은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라인은 더 일본화(?)가 진행됐다. 라인이 라인야후가 되는 탄생 과정을 보자.

2019년 11월 네이버는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선언한다. 2020년 12월 라인은 일본 도쿄 증시에서 상장폐지되고, 2021년 2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합작법인인 A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2023년 10월엔 라인은 야후재팬과 합병하면서 라인야후로 재탄생했다. 라인야후의 이사회 이사 7인 중 6인이 일본인이다. 한국인은 1명인데 라인야후 사태 이후 사임을 발표했다. 일본에 라인을 뺏기지 말자고 하지만, 이미 이때부터 라인은 일본 회사가 된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시사저널 박은숙·EPA 연합

라인이 '일본의 국민앱'이라고 하는데, 네이버는 왜 라인을 일본에 넘겼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라인은 돈 먹는 하마였다. 2020년 3분기 라인이 네이버의 연결 재무제표에서 빠지자, 당시 언론은 "네이버가 '라인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 "아킬레스건이었던 라인이 제거됐다" 등의 기대감을 보였다. 라인은 3년 연속 적자 행진에 2019년에만 468억엔(약 5060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적자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라인이 네이버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지만 만성 적자라 네이버 실적개선을 위해선 라인 정리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분을 50%나 가지고 있으니 한국 기업 아닌가?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은 소유하고 있지 않다.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엄밀히 보면 50%도 아니다. 소프트뱅크 50%, 네이버 42.75%, 제이허브 7.25%의 구조다. 네이버가 제이허브를 100%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은 50%지만, 명목상 네이버는 2대주주다. 이는 라인야후가 소프트뱅크의 계열사로 편입된 배경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라인은 2020년 이전엔 네이버의 계열사였지만 2021년엔 소프트뱅크의 계열사가 됐고 2023년엔 라인야후로 합병되면서 사라졌다.

라인야후가 일본 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라인야후 사태의 본질은 의외로 단순해진다. 본질은 '네이버의 이익'이다.

네이버의 입장은 무엇일까?

지난 10일 네이버는 《일본 라인야후의 네이버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한다. 입장문의 제목에서부터 '라인야후'를 '일본 라인야후'로 규정하면서 네이버의 속내를 보여줬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네이버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는 회사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에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입장이 애매모호하다며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네이버 입장문 제목과 내용을 보면, 오히려 네이버의 생각은 너무 투명하다. 지분 매각 관련해 자기 패를 보여주면 협상에서 불리하지 않겠는가. 팔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팔아야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이 사태에서 국익이 무엇인가. 네이버의 이익이 국익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문제는 네이버에게 맡겨두는 게 정답이다.

라인야후의 현재 시총이 2조9천억엔(약 25조원)이고 A홀딩스는 라인야후 지분을 65% 가지고 있다. 네이버의 지분가치는 약 7조80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하면 최대 10조원까지 늘어난다. 만약 이 빅딜이 성사된다면 최소 수 조원이다.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해 이뤄낸 대표적인 엑싯(exit·투자금 회수)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최대 엑싯 금액은 2021년 하이퍼커넥트의 17억25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였다.

여선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전 직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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