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구묘역, 사회 구조 바꾼 실천 중심지로 재해석해야"(종합)

이영주 기자 2024. 5. 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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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추모연대, '망월묘역 다시 생각하기' 토론회
참석자들 "기억·다짐할 수 있는 성스러운 장소로"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8일 오전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980년 5월21일 광주 금남로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김완봉 군(당시 15세)의 묘를 찾아 참배했다. 사진은 당시 김 군의 어머니가 아들의 관 앞에서 오열하고 있는 모습. 2019.05.18. (사진=5·18기념재단 제공)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 희생자 유족과 민족민주열사 유족 간 연대 과정과 대한민국 민주화운동 순례 현장으로 발돋움한 과정을 조명, 훗날 미래 세대가 구묘역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담은 포괄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22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에서 '기억의 터로서 망월묘역을 다시 생각하기'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김순 추모연대 집행위원장과 조오섭·윤영덕 국회의원, 정다은 광주시의회 의원, 민족민주열사들의 유족, 추모연대 소속 회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제에 나선 김봉국 전남대 호남학과 교수는 구묘역을 '기억의 터'로서 재조명, 사회 구조를 바꾼 실천 중심지로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북구 망월동에 조성돼있는 구묘역은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광주시민들이 실려와 안장된 곳이다. 5·18 직후인 1980년 5월 29일부터 다음달인 6월 7일까지 희생자 126명이 차례로 묻혔다.

전두환 신군부는 희생자들의 시신을 청소차에 실어와 묻었다. 장례식도 희생자 1명당 유족 5명만 참석하도록 제한했다. 나아가 경찰과 정보당국을 동원해 매년 추모제를 탄압했다.

신군부는 구묘역의 존재에 대해 지역 민심 통합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것처럼 왜곡하고 묘지 이장 공작을 꾸미기도 했다. 희생자 묘소 이장을 결정한 유족에게 위로금 1000만원과 이장비 등을 건네는 등 회유했으며, 넘어오지 않을 경우 강요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김봉국 전남대 호남학과 교수가 22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억의 터로서 망월묘역을 다시 생각하기' 토론회에 참여해 발제하고 있다. 2024.05.22. leeyj2578@newsis.com

김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명받기 시작한 구묘역에 1987년 6월 항쟁 과정에서 숨진 고(故) 이한열 열사 등 민족민주열사들이 안장되기 시작하면서 의미가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이 열사는 5·18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망월묘지에 묻힌 첫 사례다.

구묘역 내 민족민주열사들의 잇단 안장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분위기의 또다른 구심점이 됐다. 1997년 현재의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가 조성되며 대부분의 5·18 희생자들이 이장된 이후로는 대한민국 민주화운동 성지이자 순례길의 종착역 역할을 해왔다고도 평가했다.

이같은 구묘역의 의미 형성 과정에 대한 조명이 그간 부족했다며 구묘역이 갖는 의의를 새로 정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구묘역은 국가에 의해 배제되고 사회적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의 공간이었다. 이들은 구묘역을 통해 기존의 이데올로기적이고 편협한 국가주의 공공성의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임계점 역할을 도맡기도 했다"며 "구묘역과 유족들의 존재는 한국사회 내 비정상과 정상의 인식, 희생자들에게 고통을 가한 사회 구조를 바꾸는 실천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5·18 등 항쟁 기억은 국가화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억의 전국화와 공감대 형성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구묘역의 존재는 5·18 비경험세대에게 무엇을 기억하고 공감해야하는지를 묻는 시사점"이라며 "구묘역에 깃든 연대의 실천과 기억은 새롭게 해석돼야 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2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에서 광주전남추모연대의 '기억의 터로서 망월묘역을 다시 생각하기'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4.05.22. leeyj2578@newsis.com

토론 참석자들도 발제문에 공감하며 저마다 의견을 냈다.

박창희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5·18 이전에 수많은 학살과 죽음의 역사가 있었고 그 이후 공인된 추모와 기념이 이어지지만 해원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며 "5·18은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모든 운동의 역사적 정당성으로 작동하고 있다. 5·18이 미래속에서 어떻게 의미화할지에 대해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검토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도 "구묘역은 '민주화운동을 품은 518'로 표현할 수 있다"며 "구묘역이 후세대로 하여금 민주화의 성지로서 그 역사적 위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시민운동의 동력을 확산시키는 기억의 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노수석 열사의 아버지 노봉구씨도 "열사들이 왜 죽어서 여기에 묻혀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반드시 알아야 하고 후세들이 이를 토대로 다짐을 해야한다"며 "망월동 성역화 사업은 이런 행동들부터 우선해야 한다. 기억과 다짐을 할 수 있는 성스러운 장소로 꾸며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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