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제2의 직구 논란 막는다’ 첫 당정 정책협의회···효과 있을까

박순봉·유설희 기자 2024. 5. 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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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정부·여당이 22일 모여 첫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당·정·대’가 밀착해 정책을 사전에 검토하고 조율하겠다는 취지다. 발표 사흘 만에 철회한 ‘해외 직구(직접구매) 금지’ 사태의 재발 방지책으로 해석된다. 정책실패와 혼선을 막는 근본 대책인지를 두고는 여권 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첫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앞으로 매주 1회 정례적으로 만난다. 별도의 실무협의회도 상시 가동한다. 대통령 비서실장, 여당 대표,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기존 고위 당정 협의회와 별도로 정책 협의회를 신설한 것이다. 고위급-정책라인-실무급 3단계 정책 협의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의) 고위협의회에서 당정 간 정책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이뤄진다면, 정책협의회에선 정책 측면에서 한층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주 정례화해) 민생 안정과 국민 생활과 밀접한 현안에 대한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당정 소통으로 정책 실패를 막겠다는 취지다.

정책 발표 전 대통령실과 각 부처의 사전 점검 과정도 보강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 비서관실별로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점검하고 정책실장 주재로 관련 수석이 참여하는 정책 티타임에서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한 점검과 관리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에서도 사전 점검 과정을 국무조정실이 주관해 만들 계획이다.

이같은 조치는 제 2의 ‘해외 직구 금지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각 부처, 여당과의 소통 부족을 사태 원인으로 바라보는 대통령실의 시각이 반영된 해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부처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정책을 대통령실에서 다 관할해서 결정하지는 않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당정 협의 강화 등을 재발방지책으로 언급했다.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 설치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각각 ‘책임 분산’ ‘당 발언권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카드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정책실패 책임을 여당과 나눠지고, 여당은 달라진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부각하며 총선 이후 당의 변화를 강조할 수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향후 “주요 정책의 입안 과정에서 반드시 당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정책 실패와 혼선을 근본적으로 걸러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정부에서 설 익은 정책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사례는 이미 누적된 상태다. 2022년 7월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 5세 하향’ 정책을 밝혔다가 여론의 반발 후에 철회했다. 이는 당시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로 이어졌다.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 신설, 이후 국정기획수석실로의 재편 등 ‘엇박자 방지’를 위한 조직개편이 잇따랐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 국정기획수석 신설 후인 지난해 3월에도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를 발표했다가 이후 철회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후 대통령실은 정책실장을 부활시키며 국정기획수석을 폐지했다.

이 때문에 당정 회의를 넘어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미 고위 당정 협의회가 있는 상태다. 소통 채널이 없어서 정책 실패가 벌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의 정책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선 이슈 파이팅을 기본적으로 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정책 연구가 활성화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이 주도해서 정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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