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하니]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유료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2024. 5. 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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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온라인으로 보려면 티빙에 5500원을 내야 한다.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사진은 올 시즌 프로야구 217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달성한 지난 16일 키움 히어로즈와 엘지(LG) 트윈스의 잠실 경기. 연합뉴스
‘논쟁 하니(hani)’ 세번째 주제는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유료화’에 대한 찬반 논쟁입니다. 프로야구는 연간 관중 1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둔 ‘국민 스포츠’입니다. 그런데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는 이제 돈을 내고 봐야합니다. 5월부터 월 5500원을 줘야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메이저리그 2개 팀의 서울 개막 2연전이 쿠팡에서 유료로 중계됐습니다. 스포츠 중계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스포츠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게재합니다.

“이래서 찬성합니다”

“유료스포츠 채널도 처음엔 반대”

송재우 | 엠비시(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물가도 오르고 먹고살기 팍팍한데 이제는 프로야구 중계마저 돈을 내고 봐야한다는 사실에 야구팬들은 분노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추세는 이미 시작됐고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길임이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국내외 빅 스포츠 이벤트는 속칭 지상파로 불리우는 3사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1995년 케이블 티브이(TV)가 도입되며 서서히 판세가 변하기 시작한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에이에프시(AFC) 축구 등 굵직한 이벤트는 여전히 지상파의 영역이었지만 국내 프로 스포츠 종목들은 케이블 스포츠 전문 채널의 몫이 됐다. 지상파 특성상 매일 벌어지는 프로야구를 자주 편성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결국 매 경기를 중계하는 스포츠 채널들이 국내외 프로 리그 경기를 차지하는 상황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케이블 티브이가 생겼을 때 왜 돈을 내고 티브이를 봐야하냐는 반대 여론이 꽤 높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이런 흐름은 다시 바뀌고 있다. ‘쿠팡’이나 ‘티빙’과 같은 얼핏 스포츠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속칭 ‘오티티(OTT)’들이 스포츠 시장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전자상거래를 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스포츠 시장을 통해 쿠팡 회원을 늘리는 마케팅 전략을 택했고 이는 빠른 성공으로 이어졌다. 해외 유명 축구 클럽들을 초청해 빅매치를 만들었고 쿠팡 플랫폼에서만 독점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이런 상황에 축구팬들은 생각보다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를 보기 위해 회원 신청을 했을 때 미국의 유료시청(Pay-Per-View)과는 다르게 해당 이벤트 시청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쿠팡플레이 서비스와 배송 서비스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쿠팡은 지난해 봄 K리그와 계약을 체결했고, 올 봄에는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 2개 팀을 초청해 정규 개막전 두 경기를 서울에서 치렀다. 이 경기들 역시 쿠팡 플레이의 유료 회원만이 시청 가능한 콘텐츠였다. 하지만 이 역시 큰 비난의 대상은 아니었다.

반면 티빙의 프로야구 온라인 유료 중계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반발감은 그동안 포털 사이트나 이동통신사 사이트 등을 통해 공짜로 봤던 습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진짜 있을까? 마치 케이블 시대가 열렸을 때도 많은 채널을 보면서 일괄적으로 월 회비를 내는 개념이라고 보지만 돈을 적게 내면 빠지는 채널들이 꽤 많았다. 결국 본인이 원하는 채널을 보기 위해서는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동안 온라인 프로야구를 보내줬던 포털-이통사 컨소시움도 결국은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적자였지만 매출 때문에 끌고갔고 가장 노출도가 많은 곳 역시 심각하게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공짜로 계속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었다. 이와 별도로 일부 스포츠 채널은 이미 해외 특정 리그에 대해 유료 시청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스포츠 채널은 이미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 중계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전혀 신경쓸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심각한 문제다. 어느 채널은 아예 프로야구 중계를 하지말자라는 의견도 개진됐다고 한다.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니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물론 야구없는 채널 입장에서는 편성을 메우기도 쉽지 않으니 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미디어 간 계약에서 티브이 중계권료는 거의 변동이 없다. 하지만 티빙의 뉴미디어 권리에 대한 큰 수익으로 방송사와 구단이 조금이나마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즉 스포츠 채널의 심각한 적자 호소로 중계권료 인상에 큰 부담을 느낀 상황에서 케이비오는 티빙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었을 것이다.

무엇이든 본인이 즐기고 사랑하는 취미라면 어떤 형태로든 투자를 하게 된다. 다름아닌 나를 기쁘게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와 지적소유권은 재산이다. 지금까지 공짜로 즐겼다고 영원히 그러리란 보장은 전혀없다. 아쉬움은 남지만 나를 즐겁해 주는 무언가에 대한 보상은 죄악시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부터 3년간 케이비오(KBO)리그를 온라인에서 독점 생중계하는 티빙 누리집 화면.

“이래서 반대합니다”

“프로야구 콘텐츠는 나아졌나”

정윤수 |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

나는 네가지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유료화 과정에서 자주 언급된 표현이 ‘그동안 무료였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산업의 맥락에 맞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예전의 ‘무료’도 따지고 보면 무료가 아니다. 광고를 무조건 봐야 했고 실시간 시청자 수의 한 명으로 집계돼 부가사업과 플랫폼 가치 증대에 기여했다. 기존 티브이(TV) 중계와 차별성도 없는 중계화면에 댓글만 어지럽게 달리고 이따금 버퍼링도 발생하는 중계를 눈이 아프도록 응시하면서 열렬히 응원했건만 ‘공짜 손님’으로 여기다니, 자존심 상한다.

둘째, 모든 야구팬들이 정해진 시간에 티브이 앞에 딱 앉아 있지는 못한다. 업무와 여가와 이동으로 피시(PC)와 핸드폰을 확장된 미디어로 장착하고 살아간다. 여기서 ‘보편적 시청권’이 등장한다. 팬들은 티브이를 보다가 이동중에는 핸드폰으로 이어서 본다. 후자를 유료로 할 경우 그럴 수 없는 경제 형편이나 그것이 용이하지 않은 수많은 팬들은 지갑을 닫게 된다. 야구를 마음놓고 볼 수 없는 여건에 자괴감도 들게 된다.

셋째, 오티티(OTT) 업계의 복잡한 경쟁 양상 속에서 결정됐다. 프로야구의 내적 논리와 그 발전을 위한 치밀한 문화 전략,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야구 콘텐츠 생태계의 확장 과정에서 설명과 동의를 거친 결정이 아니다. 아이티(IT) 미디어계에서는 티빙이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타개하고 신규 이용자 확보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 및 이를 통한 또 다른 오티티 플랫폼 ‘웨이브’와의 합병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프로야구를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프로야구의 장기적인 발전, 야구 콘텐츠의 문화적 확장, 선수와 팬들을 위한 다각적인 활용 방안은 후순위다. 티빙의 일차적 목표는 프로야구 중계를 유인책으로 삼아 유료 구독자수를 늘려 우선 매출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뉴미디어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프로야구 생태계의 공세적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 뉴미디어업계의 머니 게임이요 치킨 게임이다.

케이비오(KBO)리그는 3월에 개막하고, ‘가을야구’가 있지만, 정규 시즌은 9월 말에 끝난다. 실질적인 야구 시청 기간은 6~7개월이다. 티빙은 나머지 5~6개월 동안 야구 때문에 ‘유료 회원’이 된 구독자를 야구와 무관한 콘텐츠로 묶어둬야 한다. 그 전략은 섬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야구든 다른 콘텐츠든 ‘끼워팔기’처럼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머니 게임으로 시작한 ‘유료화’가 오티티 플랫폼 대전투에 의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더 유료화’되거나 좋든 싫든 그 밥상의 나물을 억지로 먹어야 야구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넷째, 그동안 케이비오와 중계방송사들이 프로야구 ‘콘텐츠’를 내실있고 다양하게 성장시켜 왔는가,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있었지만 프로야구 파이는 계속 커져왔다. 2024 시즌은 전국 5개 전구장 개막전 매진으로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연속 1라운드 탈락에도 불구하고, 일부 야구인들의 연이은 일탈과 범죄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고 중계방송에 열광하면서 야구를 지켰고 키웠다.

이러는 동안 케이비오와 각 방송사는 스포츠 콘텐츠의 내실화, 다양화, 산업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기존 티브이 기반 중계는 수십 년 지속된 ‘컨벤션’(미디어 재현의 익숙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중계가 끝나면 ‘본 화면을 허락없이 사용할 경우’에 대한 무시무시한 경고만 써붙였다. 열혈 팬들과 독특한 감성을 지닌 콘텐츠 전문가들이 천변만화의 다양성으로 확장시킬 기회를 차단했다.

수많은 팬들의 다양한 콘텐츠 변화, 숨어 있는 고수들의 지략과 전략, 문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창조적 크리에이터들의 무한한 참여 등 스포츠 콘텐츠의 미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선수를 ‘친근하게’라는 이유로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리는 콘텐츠는 오히려 역효과다. 우람하고 위엄있는 선수들, 존엄하고 깊이 있는 감독들, 매 경기가 용호상박의 비범한 경지로 펼쳐지는 새로운 중계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늘 보던 거 유료로 바뀌었을 뿐이다. 게다가 예전에는 ‘공짜’였다고? 자존심 상한다. 그래서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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