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의 제가 칠순의 저에게 바칩니다"

유혜인 기자 2024. 5. 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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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황금기는 70대였어요. 아흔을 넘긴 제가 과거 칠순에게 하고 싶은 말들입니다."

최 시인은 "일제강점기엔 성씨를 일본식으로 바꾸고 우리 말도 쓸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모국어로 나를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한 축복이 어디 있겠냐"며 "모국어를 쓸 수 있는 지금, 이 시집은 '모국어로 성취한 기념비적 성취'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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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규 충남대 명예교수 '구순에서 칠순에게' 시집 발간
8.15 해방과 6.25 한국전쟁 겪은 91세 지역 원로 시인
최원규 충남대 명예교수. 작가 제공

"제 인생의 황금기는 70대였어요. 아흔을 넘긴 제가 과거 칠순에게 하고 싶은 말들입니다."

91세 원로 시인 최원규 충남대 명예교수가 시집 '구순九旬에서 칠순七旬에게'를 발간했다. 이번 시집을 통해 인생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70대를 돌아보고자 했다.

최 시인은 "제게 70대는 30년 넘게 이어온 교수직을 내려놓고 그 어떤 의무와 부담도 없는 편안한 시기였다"며 "쇠약해지기 시작한 몸과 반대로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아 가장 활발히 문학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아흔을 넘기니 이제는 인생을 정리할 때라고 생각해 인생의 황금기를 돌아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시집에는 200여 개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가장 좋아하는 시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자식 중 누가 제일 좋냐고 묻는 것과 같다"며 "시편을 작성할 때는 각 시마다의 생각과 어려움이 달라 무엇 하나를 꼽기 어렵다"고 했다.

대신 독자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는 '달'이라고 밝혔다.

최 시인은 "이 시는 형성됐다가 소멸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며 "하나의 물체나 사람 등 모든 존재는 인과응보에 의해 생겨났다 사라지는데, 이런 반복 현상에 대해 철학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지하철역이나 지역 버스정류장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시집을 '모국어로 성취한 기념비적 성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8.15 광복부터 6.25 한국전쟁까지 경험하면서 다져진 애국심을 문학으로 형상화했다는 설명이다.

최 시인은 "일제강점기엔 성씨를 일본식으로 바꾸고 우리 말도 쓸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모국어로 나를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한 축복이 어디 있겠냐"며 "모국어를 쓸 수 있는 지금, 이 시집은 '모국어로 성취한 기념비적 성취'다"라고 부연했다.

최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건 6.25 한국전쟁 때다. 1962년에는 자유문학 시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 다니며 만난 사람들과 시회를 열어 시를 낭독하고, 시 쓰기를 배웠다"면서 "빈곤과 공포, 경악으로 물든 대한민국에서 많은 형제들을 가슴에 묻고, 고난을 극복했다"고 전했다.

최 시인에게 시는 '다이아몬드'다.

그는 "시는 모든 사회상을 압축해 반영하고 있으니 단단한 역사가 있고, 예술가의 정신세계를 글로 형상화했으니 오래간다"면서 "보석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오래 빛을 내는 다이아몬드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마음 같으면 시집을 더 내고 싶지만,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승에서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시를 사랑했으니, 저승에 가서도 그들과 시를 사랑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최 시인은 1933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충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 충남대 인문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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